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위원
20여 년간 ‘평생직업교육’ 연구에 매진
전문대 직업교육, “우리나라 경제발전 큰 기여”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위원.(사진=이중삼 기자)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위원.(사진=이중삼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직업교육훈련정책에 대한 연구를 20여 년간 해온 ‘평생교육’ ‘직업교육’의 베테랑 정지선 박사. 그는 199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 설립 멤버이면서 현재는 명예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능원은 직업교육훈련정책과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 직업교육훈련의 활성화, 국민의 직업능력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정 박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52번에 명시된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추진과제 중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마련’ 부분에 큰 공헌을 한 장본인이다. 교육부와 직능원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협업을 했고 책임자였던 정 박사는 여기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부는 2018년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정 박사는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COLIVE)’가 추진 중인 ‘전문가 재능나눔 캠페인’에 동참했다. 앞으로의 전문대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다. 

본지는 10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정지선 박사를 만났다. 정 박사가 생각하는 전문대 발전방안은 무엇인지, 또한 ‘재능나눔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대학원 시절, ‘평생교육’ 관심이 ‘평생교육’ 전문가로 = 정 박사는 학부시절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사회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교직과목으로 ‘교육학’을 배우면서 흥미를 느끼고 대학원에서 정치와 교육을 접목시킬 수 있는 사회교육학에 끌려 전공을 바꿨다고 한다.

정 박사는 “사회교육학을 배우다 보니 평생교육, 그중에서도 직업교육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직업교육은 학령기에만 받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돼서도 전직한다든지 창업한다든지 여러 가지 기회에 직업교육은 계속 해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전문대에 관심이 많았고 전문대의 직업교육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은 교육자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항상 문화·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가지가 합쳐져 교육이라는 성격을 만들고 정책도 만들어진다. 특히 직업교육은 산업·경제발전·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재학문적 성격이 강한 분야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설립되고 본격적으로 전문대의 직업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정 박사는 1999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많이 논의 됐던 ‘평생교육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평생교육법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평생교육에서도 직업교육을 강조했다. 정 박사는 “직업교육은 전 생애에 걸쳐 계속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평생교육의 개념을 포괄하는 것이다”면서 “평생직업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어차피 그 안에는 직업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교육 선진국 ‘대만’ ‘싱가포르’ 사례 = 정 박사는 직업교육의 선진국으로 ‘대만’ ‘싱가포르’를 꼽았다. 정 박사는 “대만은 1980년~1990년 전문직업기술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해 2년제 전문대 기구들을 전부 4년제로 바꾸는 정책을 폈다”며 “아직까지 모든 2년제가 4년제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실효성을 보였다. 현재 80여개 대학이 4년제로 바뀐 것으로 안다. 석·박사까지 길러낼 수 있게 해 선진화 된 고등직업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최근 마이스터대 운영을 위한 법안이 통과됐다. 전문대에서 석사과정까지 취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문기술인으로 길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경로가 만들어져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이 평생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해 2015년 ‘스킬스퓨처(Skillsfuture)’를 국가 어젠다로 내걸었다. 모든 국민을 핵심 인재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오랜 경력을 보유한 기술자까지 정부가 평생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정 박사는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에게 바우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와 노동부가 예산을 같이 활용하는 등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부는 직업교육, 고용부는 직업훈련이라는 칸막이가 쳐져 있다. 예산도 각자 쓰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특성이 있었다고 보지만 우리나라도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대 발전에 기여하고자 ‘재능나눔 캠페인’ 동참 = 정 박사는 재능나눔 캠페인에서 ‘기획 컨설팅’ 분야를 맡아 재능나눔을 실천했다. 정 박사는 “국정과제 때 연구했던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COLIVE의 비전체계도를 구상했다”며 “COLIVE가 앞으로 평생교육 발전에 있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가치와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지 등 협의회에서 컨설팅을 요청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출범한 COLIVE가 더 일찍 생겼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출범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COLIVE는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는 분명한 선을 제시해 주고 있다”면서 “전국의 123개교 전문대가 뭉쳐 체계적으로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발전을 도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평생에 걸쳐 자신을 발전시켜야 하는 때가 왔다. 특히 베이비부머는 학식이 높은 분들이 많다. 생산인구가 부족한 이 시기에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성인직업교육이 필수다”며 “전문대가 이 교육을 전담해야 한다. 일반대·사이버대·폴리텍대 등 다양한 기관이 있지만 직업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대가 특성화를 시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박사는 각 전문대에 있는 평생교육원의 위상이 먼저 높아져야 전문대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현재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고 표명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상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이 쉽게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찾고 배울 수 있도록 접근성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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