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혐의 없는 사실까지 교육부 무리한 사학 감사" 비판
교육부 '한입으로 두 말하기'? 이중 잣대로 혼선 야기
교육부 "형사처리와 행정처리는 별개 문제"
"사학혁신 차원에서 종합감사의 정당성, 훼손 말아야"

지난 7월 17일 16개 사립대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연세대 감사가 2주간 진행됐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가  종합감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연세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이하은 기자] 연세대와 고려대가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확인되면서 사학비리 드라이브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서 무혐의가 속속 나오면서 대학가에선 교육부가 과도하게 사학 길들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10월 7일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의 종합감사 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 변호사 6명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3명을 대리인으로 세워 대응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9월 23일 징계요구 등 처분취소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다음 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집행정지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은 10월 27일 기각됐다. 고려대는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2명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 “학교 규정 미비문제로 교수 징계는 부당” = 교육부는 지난해 고려대 종합감사에서 대학원 A과가 2017년~2019년 입시 지원자에 대한 ‘개인별 평점표’를 보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입시서류는 4년 이상 보존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총 36명의 교원을 징계 처분하고 18명에게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원에 대한 수사 의뢰도 했다. 

A과는 입시 부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A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건에 대해 2020년 12월 말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별히 입시비리가 있었던 게 아니라 학교 규정상 보관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징계 대상이 잘못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과 교수는 “학교 규정에 ‘개인별 평점표’를 보관하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학교 규정에 따라 한 일에 대해 잘못했다고 하니 억울하다. 기관 징계사항이지 규정을 따른 개인을 징계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검찰 무혐의 처분도 무시...사학 길들이기” = 교육부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 수사 의뢰한 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거나 교육부가 앞서 허용한 사항을 감사에서는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대학에선 교육부가 종합감사를 ‘대학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세종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수사 의뢰된 사안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세종대를 수사 의뢰한 건은 △수익용 기본 재산(세종호텔 부지) 저가 임대 △대양 AI센터 수의계약 △재산 부당관리(유가증권 투자 수익률 저조) 등이다.

세종대 측은 “교육부 회계에서는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소유한 부지를 임대하고 있는 세종호텔에 저가로 임대했다고 지적했으나 세종호텔은 대양학원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면서 “만약 임대료를 덜 받아 세종호텔이 이익을 보더라도 세종대 자산 전체에서는 아무 손해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교육부의 허락을 구한 뒤 진행한 사안을 교육부가 감사에서는 문제 삼은 일도 있었다. 대양 AI센터 수의계약 문제가 그렇다. 세종대 관계자는 “대양 AI센터 계약은 입찰을 실시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교육부에 수의계약이 가능한가를 서면으로 질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수의계약을 실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가 말을 바꾼 것은 B대학에서도 반복됐다. B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교비집행이 가능한 회계 항목이라는 승인을 받은 이후 감사에서는 교비집행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고 억울해 했다.

결국 교육부가 감사를 대학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려대 A과 교수는 “입학서류 보관에 대한 문제는 징계 사안이 아닌 경고 차원이면 될 일이었다. 그저 바로잡으면 되는 문제였는데 교육부는 징계를 주고 수사 의뢰를 하는 식으로 학교를 길들이기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종대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처분은 사법적 판단에서 ‘무죄’라고 나와도 유효하다. 검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내린 행정처분은 취소되지 않았다”며 “대학에 대한 각종 권한을 교육부가 갖고 있으니 대학은 교육부에 꼼짝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은 “규정을 잘못 해석했다거나 규정을 잘못 적용한 정도의 사안은 계도를 통해 바르게 하는 것이 교육부 감사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처벌 중심으로 가는 부분이 있어 문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발과 행정소송은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종대가 모든 사건에 무혐의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감사 관련 법적 판단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행정소송은 고발,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행정소송은 법률위반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승소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사안을 무리하게 감사에서 지적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사 의뢰 자체가 해당 대학 입장에서는 상당한 중압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장제국 회장은 이를 ‘망신주기식 발표’라고 표현하며 “이 때문에 감사를 받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이 많다”고 말했다. 고려대 A과 교수는 “애당초 교육부가 감사 결과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고 ‘수사 의뢰’를 하는 것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학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교육부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해 종합감사를 받은 대학을 대상으로 의견을 취재했으나 대부분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과 교육부 감사의 부당한 구체적 사유를 밝혔으나 “현재 평가(대학기본역량진단)을 앞두고 있는데 사실이 보도되면 교육부에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며 구체적인 사실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 대한 각종 권한을 교육부가 갖고 있으니 대학은 교육부에 꼼짝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학혁신 정당성 훼손 우려…"제 식구 감싸기" = 교육부는 정부의 사학혁신 기조에 따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꾸리고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대규모 사립대 16개교 명단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종합감사 결과가 나온 곳은 △연세대 △홍익대 △고려대 △동서대 등이다. 결과를 발표한 4개 대학 중 2개 대학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학혁신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학혁신의 정당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감사 결과에 불복한 것은 제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임희성 대교연 연구원은 “설립 이후 감사를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런 취지에서 16개 대학에 대한 감사는 정당성이 있었다”면서 “이번 행정소송이 정당성을 훼손하는 정도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어 “통상 ‘교육부 위에 주요 사립대가 군림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내부에선 연세대가 대형로펌의 변호사를 6명이나 선임해 소송에 나선 것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7월 발표된 종합감사 결과 △학교법인(9건) △조직ㆍ인사(15건) △입시ㆍ학사(22건) △예산ㆍ회계(16건) △연구비(11건) △부속병원(10건) 등에서 총 86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중징계 26명, 경징계 59명, 경고·주의 336명 등 총 421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가 내려졌다. 

교육부 감사관실 사무관은 “감사결과 지적사항이 많이 나왔다. 전체는 아니고 일부 지적에 대한 소송제기가 맞다. 어떤 사안인지 알려주기 어렵다”며 “소송은 대학의 당연한 권리행사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송이 이어지면서 교육부 종합감사 일정 문제도 대두됐다. 교육부는 만성적으로 감사인원 부족 문제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최기수 교육부 감사총괄과장은 “감사 이행관리팀이 별도로 있어 행정소송과 감사일정과 상관없다”면서 “사학감사담당관실에 변호사자격 사무관이 있다. 대응은 대응대로 감사는 감사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16개 대학에 대한 감사는 4월 중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학감사담당관실의 한 사무관은 “학교에서 미리 대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 일정을 따로 공표하지 않는다”면서 “내부적인 감사계획은 나왔다.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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