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립대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결여, 지원 감소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급감과 미충원 충격까지 더해지며, 국내 사립대는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립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의 개혁과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따라서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기반한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③ 사립대학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④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1)
⑤ 사립대학의 재정운영 실태를 밝힌다.(2)
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⑦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1)
⑧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사립대가 당면하고 있는 재정 위기를 해소하려면 사립대의 준법 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등록금 인상이나 국가의 재정지원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원인은 그동안 위법·비리 사립대가 많았다는 데에 있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와 지적사항이 무더기로 나왔다. 소위 명문 사립대로 알려진 대학들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동안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적을 받지 않았을 뿐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법·비리 사실을 지적받은 대학이 어찌 된 영문인지 개선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 지적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위법·비리 사실에 대한 엄격한 법적 조치로 철저한 준법 경영을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사립대의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길이다. 또 등록금 인상이나 국가의 재정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사립대가 당면한 재정 위기를 해소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수사 의뢰…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 = 교육부가 A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2020년 12월 22일)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해당 학교법인의 일부 임원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까지 통보했다. 이전에도 검찰은 “당해 학교법인 이사에 대한 21건의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한 바가 있다”고 했다.

A대 학교법인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된 적이 있다. 임시이사 체제는 중대한 사립학교법 위반인 경우에 취해지는 엄중한 조치에 해당한다. 교육부와 진정인은 해당 학교법인을 위법·비리 법인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이를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지었다.

이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육부 감사 결과나 검찰의 수사 결과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교육부 감사 결과가 모두 무혐의? 교육부의 감사에 대한 신뢰도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통해 신뢰 회복을 해야 한다. 교육부 감사 기능은 사립대의 준법 경영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개교 이래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학, 341개 사립대 중 111곳(32.6%) = 개교 이래 교육부 종합감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립대(전문대 포함)는 2019년 1월까지 모두 111곳이었다. 이는 감사 대상 341개 사립대 중 32.6%에 해당한다. 이렇듯 많은 대학이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감사 대상 대학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학의 상당수가 대학 자체 감사조직이 없거나 허술하게 운영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육부 종합감사 제도와 대학 자체 감사제도 등 상기와 같은 운영실태로 볼 때 교육부가 사립대의 준법 경영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감독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민원이 접수된 대학 위주로 한정된 인력으로 감사하다 보니 신규 감사 대상으로 추첨되는 대학이 적어졌다”고 해명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는 대학 중에서 학생 수 6000명 이상인 대규모 대학 16곳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종합감사를 추진 중에 있다. 일부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실망과 우려의 골이 깊어졌다. 명문 사립대에서도 의외로 많은 지적사항이 나왔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차원에서 교육부 감사제도와 대학 자체 감사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사립대의 준법 경영이 확고히 정착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비리 대학 양산의 근원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립학교법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년간 사립대에 회계부정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4528건이고 비위 금액은 약 417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감사결과 비위행위자의 90% 이상이 사실상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경고’ 또는 ‘주의’ 처분으로 마무리 된 사실과 교육부가 비위 사립대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한 사안 중 41%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 또 실형이 나오더라도 몇 백만 원의 벌금으로 끝난 사실 등을 근거로 교육부가 ‘물감사’를 했고, 처벌 역시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관리·감독청인 교육부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넘어서 비위 대학과 유착하고 기생해 왔다는 비난까지 받는 실정이다.

약 10년간 극심한 내홍을 겪다가 감사를 받던 전문대의 담당자가 자살하는 비극까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이 대학 이사장은 법인 수익사업체로 등록돼 있던 건물을 매각한 뒤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 대학의 교비에서 양도소득세 일부를 압류했고 이사장은 대학 교수들에게 기부금을 받아 교비를 충당했다.

뒤늦은 교육부 감사로 이 같은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지만 교육부는 이 대학에 대한 고발과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전직 교육부 공직자였던 해당 대학의 직원 비호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비리 대학을 양산한다. 비리 대학의 분규 장기화로 인한 교육 손실은 금전 손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대학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비리 대학은 엄단하되 조속히 조치해 교육 손실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리고 일부 비리 대학으로 인해 사립대 전체가 불신을 받아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리 대학, 학생들에게 불이익 조치는 부당 = 학교법인의 비리를 제보하고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면 이사장, 이사, 감사 등 학교법인 임원들은 무사하고 대학 구성원들만 처벌을 받게 되거나 대학만 불이익(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법인의 비리로 인해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면 이는 곧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결과다.

심지어 대학 내부에서는 신고자 색출, 신분 공개, 신고자에 대한 징계 등의 사례까지 있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 누가 비리 고발을 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가 비리 대학에 대한 제보나 감사 요청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결과가 아닌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관련 부정·비리 사안 제재 기준(안)에 따르면 교육부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행정처분, 형사처벌, 감사처분 등 대학의 비리를 4단계(중대-상-중-하) 수준으로 구분해서 그에 상응하는 감점(해당 점수의 1~10배)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 내의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가한 대학도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비리 대학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정지원 제한과 같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학교법인의 비리인 만큼 학생들이 아니라 비리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제재 수단을 ‘재정지원제한’이 아니라 ‘학생정원감축’으로 하는 것이 학교법인에 불이익을 가하는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다.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재정지원 제한보다 학생정원 감축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학교법인의 비리로 인해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타당한가. 재정지원 대상을 학교법인이나 대학이 아니라 학생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교피아 행위 근절, 사립대학 비리 척결과 경쟁력 제고의 관건 = ‘교피아’는 교육과 마피아의 합성어다. 교육부 출신 관료들이 퇴직 후에 유관 단체나 기업에 전관예우로 재취업하는 유착 관계를 비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유착 관계가 비리 대학을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 관료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공직자윤리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없이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또 교육부 출신이 사립대 교원으로 재취업하는 경우에는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겸임교원·명예교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원으로 취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총장·부총장·학장·교무처장·학생처장 등 직위에 있는 교원으로 취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법을 위반해 취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찬열 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출신 사립대(전문대 포함) 교원 49명이 재직 중이었다. 또 16명은 퇴직 이튿날 바로 재취업을 했다. 이뿐 아니라 국정감사 때마다 교피아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료 출신이 재취업한 대학이라면 상식적으로 모범적인 준법 경영대학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누구보다도 관련 법령을 잘 알고 있고 대학을 관리·감독하는 교육부의 공직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망각하고 교육부 관료 출신으로서의 인맥을 이용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비리를 비호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 대학에 이익을 주는 일부 재취업자들이 있어 ‘교피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개인에 대한 비난보다 국가의 교육을 망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교육부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가 교피아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 관료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제한하는 것보다 교피아 행위에 대한 처벌을 엄정하게 함으로써 사립대의 준법 경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교피아 행위 근절이 사립대의 비리 척결과 경쟁력 제고의 관건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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