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대학은 안전한 곳일까. 올해부터 모든 교육시설의 안전점검 실시가 법제화되기는 했지만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질문이다.

20년 이상 재난 안전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재 행정안전부 중앙안전교육점검단장을 맡고 있는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위험사회’로 진단했다. 송 교수는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 때 안전을 필수 요소로 여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재해와 인명피해 같은 재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대학 역시 안전한 곳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은 안전관리시스템이 미흡하며 안전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대학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면 총장의 안전관리 책무성 강화 차원에서 총장부터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대학, 안전망 없는 ‘위험사회’ = 대학 캠퍼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30대 이용률이 높은 전동킥보드 사고가 캠퍼스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송 교수는 “과거에 캠퍼스는 걸어다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보행자, 전동킥보드, 차량의 동선이 구분되지 않는 캠퍼스가 많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학 내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는 528건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 대학에서는 재학생이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학생은 당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송 교수는 대학 연구실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대학 실험실에서는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 인명 및 재난사고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 연구실 사고는 발생 빈도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전체 연구실 가운데 대학 연구실이 차지하는 비율은 8.3%에 불과하지만 전체 연구실 사고의 60%가 대학에서 발생했다. 송 교수는 이를 대학의 재난 대비 체계가 미흡한 증거로 본다. 그는 “현장에 안전관리자라도 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안전관리자가 학생 연구원들의 보호구 착용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장이 안전관리 책임 있어” =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사업주에는 중앙행정기관장, 지자체장,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장도 포함된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서 사업주가 사고의 책임을 지게 돼 있으니 대학의 경우 총장이 안전관리책임자가 맞다. 안전관리책임자라고 법적으로 돼 있는데 현장에서 총장이 책무성 있게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총장이 안전교육을 받는지도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교수는 기관장이 안전관리 책임자임을 인식해야 재난 대비 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총장이 안전교육 실시와 시스템 강화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선진국에서는 주지사가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송 교수에 따르면 규정을 어길 시 주민들이 주지사를 주민소환할 수 있다. 그는 “미국에서는 주지사가 선출되면 교육, 복지, 노동, 환경 같은 분야는 기관 구성원에게 업무보고를 받지만 안전만큼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사도 안전 전문가에게 따로 안전교육을 받는다. 그래야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주지사가 500만 명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고 경찰과 주 방위군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지휘할 수 있다. 심지어 주지사 집무실에 안전 매뉴얼을 두는 위치까지 규정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규제, ‘심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야” = 송 교수는 총장의 책무성 강화 다음 단계로 ‘안전 규제의 강화’를 주문한다. 그는 “안전 규제는 이렇게 심하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안전의 필수 요소는 강제성이다. 먼저 학교의 안전관리 담당자를 지정하고 그다음에 구성원들이 안전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면서 “전동킥보드 탑승자에게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지도하고 미이행 시 강력한 벌금을 매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재난 관리의 첫 단추가 재난의 불확실성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기에 재난의 시간과 장소, 그 일을 겪을 사람, 규모까지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준비 없이 겪는 재난은 그 고통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난 관리인 이유다. 재난 관리를 통한 안전 문화 정착은 그의 최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안전 문제를 제3자의 시각으로 본다. 세월호 참사 때도 ‘내 자식이 저런 일을 당할 리 없어 남이 당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누구나 재난에 노출돼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불확실에 기인한 잠재적 재난까지도 대비하는 것이 재난관리의 기본이다. 그래야 안전한 문화가 정착되고 나아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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