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중앙대, 과기정통부 AI대학원 지원사업 신규 선정
서울대 “AI 시장 선도 위해 원천기술 연구 집중… 유용 핵심기술 산업계 보급”
중앙대 “AI 산업 생태계 구축… 의료‧보안‧차량 등 6대 AI 응용 분야 발전”
AI 시장 선도하는 플랫폼 역할 자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AI) 대학원 지원사업에 올해부터 합류하는 서울대와 중앙대가 비슷하지만 다른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끈다. 두 대학 모두 ‘AI’와 이를 적용할 학문 분야의 융합을 강조했지만 방향은 조금 다르다. AI 원천 기술 연구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서울대와 주요 AI 응용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중앙대의 포부가 상반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AI 대학원’을 설립하는 것과 달리 일반대학원 내 협동과정으로 AI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는 서울대의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조금은 다른 전략을 바탕으로 ‘AI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두 대학의 전략을 이경무 서울대 인공지능협동과정 주임교수, 백준기 중앙대 AI 대학원장(교학부총장 겸 연구부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이경무 서울대 인공지능협동과정 주임교수,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
왼쪽부터 이경무 서울대 인공지능협동과정 주임교수,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

- AI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이경무 서울대 인공지능협동과정 주임교수(이하 ‘이경무’) =
 “이 사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이번에 운 좋게 참여하게 돼 우리나라 AI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서울대는 2019년 AI위원회를 만들고 AI 교육을 위한 전반적인 청사진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가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반대학원 내에 AI협동과정을 만들기로 협의가 됐고 현재 세 번째 입학생을 받았다. 현재 AI협동과정 정원은 53명으로 2025년까지 정원 80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협동과정을 운영하면서 국가적 사업과 궤를 같이하는 게 서울대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지원사업에 도전했고 이런 성과를 얻었다.”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이하 ‘백준기’)“중앙대의 AI 분야 연구능력과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중앙대의 사업목표는 AI 대학원의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전교생 대상 AI 교육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학 전체 구성원이 기대를 가지고 있다. 중앙대는 2020년 16대 박상규 총장이 취임하면서 중장기발전계획으로 인공지능캠퍼스 구축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학부와 대학원에 AI학과를 신설하고 다빈치AI아카데미를 설립해 현재 교내외 2500명 이상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국내 최초로 AI 기반 학습지원시스템인 e-Advisor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 자체 투자에 AI 대학원 사업이 결합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AI 핵심인재 양성과 함께 교내외 인공지능 교육확산을 통한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AI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이경무 = “AI대학원 지원사업 예산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서울대가 AI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은 물론 세계적인 흐름에서도 뒤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사업 선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새로운 학사구조를 만드는 작업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AI 협동과정을 만들기로 한 뒤 공과대학을 시작으로 여러 단계 회의를 거쳤다. 대학 본부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빠르게 의사결정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학내 총의가 있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AI 협동과정 TO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다. 학과와 대학 본부의 협조 덕분에 가능했다. 2025년까지 15명의 AI 분야 신임 교수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대학 본부의 협조 덕분에 가능했다. 예산 확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AI 대학원 사업을 위해 대학이 대응자금을 마련해야 했는데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이 없었을 정도다. 내년에 만드는 첨단공학원 한 층을 AI 협동과정을 위한 공간으로 확보하는 등 시설 측면에서도 지원이 많이 이뤄졌다.”

■백준기 = “AI 대학원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에 초기부터 대학 자체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AI대학원의 설립, 교육과정의 구성, 국제·산학협력을 비롯한 연구사업의 체계화가 사업 신청 전부터 이미 완비돼 있었다. 특히 의료 AI 분야의 조셉 우(Joseph Wu) 스탠포드 교수, 창업국제화 분야의 시몬 울만(Shimon Ullman) 와이즈만(Weizmann)연구소 인공지능센터장 교수, 인공지능로봇 분야 마이클 브래디(Michael Brady) 아부다비 인공지능대학원 총장 등 연구자들과의 국제협력을 주요 사업목표로 하고 있다.”

- AI 연구 활성화를 위한 대학의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백준기 = “5년간 정부지원금 90억 원보다 많은 117억 원의 대응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AI핵심전공 교수를 28명까지 증원할 계획이고 AI연구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교수와 학생들에게 고르게 배분할 계획이다. 또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교양과정을 운영해 학문 후속세대들이 강의와 응용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행정적으로는 교학부총장 산하에 AI교육연구원을 신설해 AI 대학원 사업의 운영과 인공지능캠퍼스 구축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생각이다.”

- 주력하고자 하는 AI 연구 분야는.
■이경무 = “AI 발전에 있어 원천기술과 응용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응용을 제대로 하려면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AI 속도 경쟁을 위해서도 원천기술 연구는 무척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AI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원천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유용한 핵심기술은 산업계에 빠르게 전파하고 이 핵심기술을 빠르게 응용할 수 있도록 서울대의 인적자원을 활용할 생각이다. 서울대가 AI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확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AI 원천기술이 응용 분야를 만나면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 기대한다.”

■백준기 = “AI 핵심연구로 신뢰할 수 있는(credible), 자동화된(automated), 범용적인(universal) 연구를 수행하려고 한다. 동시에 AI 응용연구로 의료, 보안, 차량, 로봇, 언어, 콘텐츠 분야의 AI+X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 서울대의 경우 AI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형태로 운영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경무 = “미국, 유럽 등 유수 대학에서는 AI학과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연구소나 센터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한다. 기존 학과를 기반으로 여러 전공이 모여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다. AI 학과를 개설하면 오히려 타 전공에 벽이 생길 수 있는데 전공 특성에 따라 AI 기술을 파생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런 체계로 운영이 됐으리라 본다. AI의 기본적 성향은 개방성이다. 학과를 개설하지 않은 해외 대학들에서는 AI 연구를 위한 연구진 간, 학생 간 교류가 무척 활발하다. 그게 AI를 발전시키는 큰 원동력이다. 서울대도 협동과정을 통해 개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I에 대해 훌륭한 역량을 가진 교수들 역시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AI 협동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AI 협동과정을 만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크로스 리스팅(Cross-listing)’ 제도도 운영한다. 기존 학과의 AI 관련 과목들을 협동과정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제도다. 학생 입장에서 학습 선택권이 넓어졌고 협동과정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 중앙대는 소프트웨어대학 AI 학과와 AI대학원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는데.
■백준기 = “AI 대학원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우수한 신입생의 충원이다. 2021년 3월에 설립한 AI학과는 현재 AI 대학원 참여교수 전체가 교육과 지도에 참여하고 있다. 향후 AI 대학원 사관학교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앞서 AI대학원을 운영한 대학들에서는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무 = “AI 대학원 지원사업의 예산 규모는 외국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작은 편에 속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서울대는 학생 수와 교수자가 많은 편이기에 대학 당 동일한 예산이 주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또는 교수 1인당 지원비가 낮게 환산된다. 지원 예산의 부족분을 메꿔준 것이 대학 본부가 지원하는 예산이다. AI 협동과정 운영 예산의 60% 가량을 서울대가 지원한다. 또한 서울시를 통해 10% 가량의 예산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 경쟁대학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AI 대학원 지원사업에 앞서 AI 연구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많은 기업과 협력적 관계를 맺었다. 또한 이미 서울대가 갖고 있는 산학협력 네트워크와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백준기 = “사업기간 5년간 정부지원금과 대응자금을 모두 합쳐서 207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됐지만 사업비 이외에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여교수들의 개별 연구과제 수주액과 기술이전료를 합쳐 전체 사업비와 비슷한 규모가 될 수 있도록 자립화를 위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 현재 AI대학원을 운영 중인 대학들과 차별화한 부분은.
■이경무 = “서울대는 AI 대학원 사업만 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대학 본부 차원의 장기적 마스터플랜 하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 본부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 정상급의 핵심 AI 연구자를 다수 확보한 점도 강점이다. 융합 가능한 학문 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만의 국제적 산학협력 네트워크도 자랑할 만하다. 단적인 예로 지난 5년간 교수들이 국제 연구자들, 우수한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해 펴낸 논문은 70편 이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유명 글로벌 기업과의 해외 인턴십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수히 많은 국제협력 데이터는 연구와 교육에서 큰 위력을 나타낸다.”

■백준기 = “중앙대가 추구하는 다빈치AI인재상은 과학·기술·인문·예술이 공존하는 중앙대라는 바다에서 끊임없이 성장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의(정의, 공정, 봉사)와 참(진리, 지능, 지식)으로 대표되는 중앙대 건학이념에 따라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앙대 AI 대학원의 비전이다. 또한 사업 선정에 앞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미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 LG전자 모바일사업부, LG이노텍 자율주행사업부, 우버(Uber) 등과 AI 응용연구를 수행했고 다수의 중견기업들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국방경계감시, 딥뷰, AI학습데이터구축사업 들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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