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인근 카페에서 20대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허지은 기자)
대학가 인근 카페에서 20대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카페를 찾는 대학생들이 더욱 늘고 있다. 대학 내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보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가운데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학 캠퍼스의 방역이 대학 인근 카페 방역 구멍으로 인해 무너지진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29일 0시 기준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80명으로 연일 7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학생과 교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가 29일 발표한 대학생‧교직원 확진자 통계에 따르면 22일부터 28일까지 총 13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부터 21일 사이엔 186명, 8일부터 14일까지는 1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학들은 다중이용시설인 도서관을 비롯해 대학내 시설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교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인제대는 지난 26일까지 대학 출입을 통제하고 다중이용시설을 전면 폐쇄했다. 중앙대와 한양대, 세종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도 도서관 좌석 수를 줄이고 열람실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 공부할 장소를 찾지 못한 학생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대학 인근 카페로 향하고 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대학가 인근 카페 3곳은 모두 거리두기 좌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20대 대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28일 방문한 서울 광진구 소재 대학가 카페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히 오전보다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카페를 찾는 이용객이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오후에는 창문을 바라보는 1인 좌석을 제외하곤 2인부터 4인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좌석은 만석이었다.

좌석 간 거리두기는 지켜지고 있었지만 방역 수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2인 이상이 카페에 방문했을 때 이용 시간이 1시간으로 제한되지만 1시간 이상 머물렀다고 퇴장을 요구받는 경우는 없었다. 이용객들 역시 1시간이 넘어 2시간, 3시간 동안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음료를 주문할 때 2인 이상 이용객들에게는 매장 이용시간에 대한 공지가 이뤄졌지만 그뿐이었다. 노트북과 책을 들고 카페를 방문한 2명의 대학생은 이를 의식한 듯 머무른 지 1시간이 지나자 1인 노트북 석에 나눠 앉아 있다가 비어있는 테이블 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4명의 일행이 떨어져 앉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같이 카페를 찾았더라도 대화를 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지킨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함께 과제를 준비하는 듯한 이들은 서로의 테이블을 오가며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음료나 빵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카페에서는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함께 밖으로 나가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하는 일행도 종종 포착됐다. 담배를 피우는 곳이 건물 밖이기는 했지만 장소가 협소한 탓에 흡연자들 사이의 거리가 무척 가까웠다.

턱에만 마스크를 걸치는 일명 ‘턱스크’를 한 모습은 물론, 아예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대학생 일행은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어깨동무를 하며 장시간 노트북 화면을 응시했다. 홀로 카페를 찾았던 한 이용객은 주문한 샌드위치를 받아둔 채 취식을 하지 않으면서도 20분간 마스크를 내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안내하고 직접 주의를 주는 카페도 있었으나 특별히 이를 제한하지 않는 프렌차이즈 매장도 있었다. 직원의 주의를 받더라도 그 순간만 마스크를 했다가 다시 마스크를 내리는 이용객도 눈에 띄었다.

이에 카페 직원에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는 답변이 곤란한 듯 본사에 요청해 달라고 밝혔다. 해당 프렌차이즈 본사는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며 식사와 음료를 취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안전한 영업을 위해 정부의 지침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현실과는 다른 원론적인 답변만을 보내왔다. 카페 사업자나 직원이 이용객을 강하게 제지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인 이상 이용객의 매장 이용시간 제한은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닐뿐더러 마스크 착용의 경우 직원이 일일이 관리 감독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방역 명부를 작성하지 않고도 매장 이용이 가능한 카페가 있다는 점이었다. 건물 3층이 모두 카페로 이뤄져 있지만 각 층의 출입구가 건물 외부 계단으로 연결돼 있는 탓에 주문하는 곳이 아닌 층의 카페 공간은 직원의 제지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이곳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가 인근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발열체크와 출입명부작성을 하도록 돼 있지만, 직원의 통제가 없어 이용객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곳을 지나 위층 카페 공간은 직원의 눈에 띄지 않고 제재 없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대학가 인근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발열체크와 출입명부작성을 하도록 돼 있지만, 직원의 통제가 없어 이용객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곳을 지나 위층 카페 공간은 직원의 눈에 띄지 않고 제재 없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대학생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광진구 카페를 찾은 대학생 A씨는 “대학 도서관이 오후 5시까지라 사실상 공부 목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6일 서대문구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도서관 이용 가능 좌석이 줄어들어 도서관에 자리를 맡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도서관 자리 맡기를 포기하고 아예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게 시간상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친구와 ‘대화’하며 과제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경우도 있다. 서대문구 카페를 이용한 대학생 C씨는 “친구와 대화를 편히 하려고 카페를 찾았다. 학교 내 시설보다 카페가 친구랑 이야기하기 더욱 자유롭다”고 이야기했다.

방역을 위해 이뤄진 비대면 수업을 다중이용시설인 카페에서 듣는 학생들도 많았다. 역시 서대문구 카페를 이용한 대학생 D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지금 학교 수업을 듣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전문가는 방역에 있어 개인의 책임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병의 유행이 지속될수록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의 방역 방침이 억제보다는 완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개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캠퍼스 방역이 외부에서 뚫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18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의 한 대학은 5월 2일까지 대면수업을 전면 중지하고 대학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이 대면 수업에 참여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었으나 최초 확진된 학생의 감염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지역사회 감염이 특정 집단 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학교 내 방역은 학교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초‧중‧고등학생과 달리 대학생들은 성인인 만큼 외부 활동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중‧고등학교는 대면수업을 재개하는 게 맞을 수 있지만 대학의 경우 이미 비대면 수업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장에 모여서 수업하는 것은 조금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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