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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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들이 하나둘 원격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온라인 평생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직업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전문적인 평생교육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하며 자신감이 붙은 대학들이 평생교육을 통해 원격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대학 원격평생교육원의 증가로 국민의 평생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최근 1~2년 사이 대학이 원격평생교육원을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것은 지난 4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가천대 원격평생교육원과 3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의 평가인정에 합격한 전주비전대 원격평생교육원의 사례다. 지난해에는 광주보건대와 부천대 등도 원격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나섰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 소재 일반대와 강원도 소재 전문대도 현재 원격평생교육원 설립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대학들이 원격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나선 배경에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에서 가능한 직업 능력 개발 목적의 평생교육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과 예비 평생교육 수요자들이 시간 부족을 이유로 평생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데 있다. 전문적인 교육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시‧공간적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대학 원격평생교육원이 급부상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0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실태’를 보면 평생학습을 하는 성인 대부분이 직업능력 향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교육 학습자들의 비형식교육 영역별 참여율을 살펴보면 직업 능력 향상 교육이 20.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문화예술스포츠교육(14.2%), 인문교양교육(7.8%) 순으로 조사됐다.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와 같은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졸업장이나 학위를 취득하는 형식교육과 달리 비형식교육은 학위나 졸업장 취득이 우선 목적이 아닌 평생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을 말한다.

교육개발원이 2017년 조사한 내용에서도 유사한 점이 확인된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직업 능력 향상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6만 7470개로 전체 프로그램의 41.10%였고, 학습자 수는 561만 9996명으로 전체의 47.24%에 해당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평생교육에서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직업 능력 향상 교육은 보다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분야다. 교육개발원이 조사에서 직업 능력 향상 교육으로 제시한 것은 △외국어 자격증 강좌 △컴퓨터 자격증 강좌 △자격증 인증과정(공인중개사·각종 지도사·요양보호사·평생교육사·피부관리사·요리기능사 등) △취업 및 창업 준비과정 △직무 능력 향상 교육과정(직무연수·경력개발·워크숍·세미나 등) △4차 산업혁명 강좌(인공지능·로봇기술·드론·빅데이터·가상현실 등)였다.

이에 착안해 대학 부설 원격평생교육원은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 부설 교육기관으로서 갖는 자신감을 여타 평생교육기관과의 차별점으로 삼은 것이다.

사회복지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호 가천대 원격평생교육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이라 할 수 있는 가천대의 병원과 연구시설을 원격평생교육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자격 과정인 사회복지 교육은 전문적인 지도로 이뤄져야 한다. 수업부터 취업까지 전문역량을 가진 교수가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수 광주보건대 원격평생교육원장은 “대학의 평생교육은 대학 전임교수가 콘텐츠를 만들고 질을 관리하기에 민간교육기관보다 상업성은 덜하면서도 수준 높은 강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부설 원격평생교육원 관계자는 “대학이라면 지역 내 여러 계층의 학습자들에 대한 교육 의무와 책무가 있다. 여러 계층의 교육적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며 “지자체에서도 보육교사나 평생학습사와 같이 직업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대학에 위탁하고 있다. 이를 위탁교육 형태로만이 아닌 주도적인 평생교육 형태로 할 수 있는 게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도 대학 부설 원격평생교육원의 역할이 지자체 현장 업무 인력을 양성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종성 광주광역시 서구청 지역사회통합돌봄추진단 통합돌봄과장은 “돌봄 서비스나 복지 업무를 할 지자체 소속 직원들이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을 때 20년, 30년 근무한 이들보다 빠르게 현장에 적응하는 것을 직접 보고 겪었다”며 “지역 돌봄 시장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 전문적인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일할 직원들이 원격평생교육원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교육을 듣고 역량을 높일 수 있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원격’ 평생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폭넓은 평생교육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형수 원장은 “오프라인 평생교육원도 있었지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원격평생교육원이 생기면서 대학 교수들은 물론 지역 기관들도 평생교육의 확장성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며 “일반 대학에서도 사이버대에 준하는 확장성 있는 교육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생학습을 원하는 이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부족과 물리적 한계인 것으로 조사결과 확인됐다. 교육개발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 정도가 평생학습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응답(30.2%)했다. 참여하지 못한 이유로는 ‘직장 업무로 인한 시간부족’을 꼽은 이들이 54.2%로 가장 많았다. 공간적 한계를 이유로 답한 경우도 뒤를 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교육훈련기관이 없어서’를 이유로 든 응답자도 무려 19.1%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이 원격 교육의 ‘필요성’은 물론 ‘가능성’도 대학들이 원격평생교육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대학들이 자연스럽게 원격교육 시대로의 변화에 주목하고 원격 수업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가천대 원격평생교육원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오프라인으로 주로 교육을 하다가 코로나19로 대부분 원격교육으로 전환됐다. 원격강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대학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 대학들은 접근성이 좋은 원격교육 시장, 사이버대로 확장하고 싶은 대학은 있었으나 강력한 의지를 갖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대학들이 원격평생교육에 뛰어들면서 원격 평생교육 시장의 활성화로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심한식 국평원 평생직업교육본부장은 “학점은행제의 경우 정부의 감독으로 세밀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렇게 질이 관리된 다양한 교육콘텐츠가 늘어난다면 국민의 교육기회가 확장된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이라며 “대학의 원격평생교육이라면 원격수업은 물론 대학의 장점인 학습동아리나 협동조합과 같이 오프라인 학습 네트워크를 학습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어 학습자간 상호작용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광식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대학 원격평생교육원이 늘어나면서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경쟁이 활발해져 학습자들은 보다 양질의 교육 과정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됐다”며 “대학이 원격평생교육에 나선 만큼 대학 내 오프라인 인프라와 프로그램도 원격평생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에 고무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학 부설 원격평생교육원들이 연합해 함께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광주보건대와 부천대다. 이형수 원장은 “원격평생교육원간에 협력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느껴 부천대 원격평생교육원과 함께 콘텐츠 공동개발에 나섰다”며 “교육 콘텐츠 개발 비용은 낮추고 각 기관의 원격평생교육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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