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투표만큼 강력한 의사표시는 없다. 당연한 얘기다. 돌이켜보면 요즘처럼 청년을 위한 정책이 쏟아진 적이 또 있을까 싶다. 투표로 어느 세대의 표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그래서 늘 주목받는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표심이 보여준 결과는 자못 놀랍다. 서울시장 재보궐 출구조사 결과 여당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22.2%, 72.5%였다. 다른 세대는 대부분 대동소이하거나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이후 20대 남성의 표심을 두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은 없었다. 그만큼 예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증이다. 어찌됐든 20대 남성이 쏘아올린 표심이 두고두고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열린 대담에서 군대를 전역한 남성들의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 원을 마련해 주면 어떨까하고 조심스레 생각을 내보였다. 군 복무가 인생에 보탬이 되도록 배려하자는 차원이었다.

차기 대선 지지율 1, 2위를 오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20대 남성에 그치지 않고 고졸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1000만 원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고졸 후 갭이어(gap year)를 갖고 여행, 봉사, 진로탐색 등을 통해 역량개발을 한다며 비슷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대학생들은 학자금이며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 만큼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나라에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총리직을 사임한 정세균 전 총리도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 힘을 보탰다. 모든 신생아들이 사회 초년생이 됐을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미래 씨앗통장 제도를 통해 20년 적립형으로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 청년저축계좌 등 새로운 청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저소득 구직자를 구제하는 것이 국민취업지원제도에 포함돼 있다.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은 학업과 취업 등으로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주거급여를 중위소득 가구에 한해 별도로 지원하는 제도다. 또 청년저축계좌는 매월 10만 원씩 저축하면 나라에서 근로소득장려금 30만 원을 더해 3년 후 만기 시 총 1440만 원을 수령할 수 있게 해준다. 3년간 이자를 제외한 원금은 360만 원에 불과하지만 1000만 원 이상을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 계좌는 근로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청년들이 대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실업자 신세로 놓인 청년들이 허다하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여러 개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당 임금이 센 배달 등을 알아보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또는 코인에 투자(?)하며 한탕을 노리는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계좌 수만 400만 개가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해 줄 대책은 딱히 없어, 후 불면 꺼질 촛불과도 같은 신세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 생산성 있는 노동력을 보여줘야 할 청년들이 방구석에서 코인 시세를 확인하며 24시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전전긍긍 한다면 결국 사회 문제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나서 청년 창업과 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 투자를 늘려야 하고 나라는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이 또한 일시적인 정책에 그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확실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이라도 청년을 보호하거나 나라의 미래를 위한 양질의 일꾼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청년세대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 막 G7으로 향하고 있는 국가 경쟁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뒤늦게라도 정치권에서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표심을 얻기 위한 일시적인 발상이라고 한다면 그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부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적재적소에 쓰여 발휘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은 각별히 신경써서 마련하길 바란다. 청년들이 쏘아 올린 공이 축포가 돼 꽃가루로 흩날리는 지속가능한 행복이 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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