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대학공정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경기도청 앞에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대'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4월 27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대학공정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경기도청 앞에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대'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등교육을 보편교육으로 봐야 한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무상 고등교육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선진국 반열에 다가선 우리에게 무상 고등교육 정책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 12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충북교육연대는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무상교육의 실시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대학 무상교육의 확대는 지역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 공평한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기회와 취업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대학 무상교육을 주장한 배경에는 사실상 대학 교육이 보편화된 현 상황이 깔려있다. 이들은 “교육 통계를 보면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90% 이상으로 사실상 대학 교육이 필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고등교육은 보편화 돼 있다. 올해 1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일반고를 졸업한 학생 35만 9885명 중 79.4%인 28만 5888명이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대학 진학률이 77%였던 것과 비교해도 상승한 수치다.

교육 전문가들도 이제는 대학 교육이 보편교육이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전 교육개발원 원장)는 “이론적으로 진학률이 60% 이상일 때 보편교육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70% 이상이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하는 상황이다. 잠정적으로는 대학 진학률이 100%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미 대학 교육은 엘리트 교육이 아니다. 대학에 가고 싶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진작 보편교육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일환 한국교육학회 회장은 “대학 교육을 보편교육으로 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사항은 일부 마련돼 있다”며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도 다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는 물론 가난해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국가장학금제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고등교육 진학을 원하는 국민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보편교육으로서의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은 낙제점이란 평가다. 정부가 잠정적으로 대학 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해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보편교육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일환 회장은 “대학 교육의 보편성은 곧 국가 책무성의 문제다. 보편교육에 대해서는 국가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를 갖고 있다”면서 “현재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상환 제도 등은 학생에게 지원이 이뤄져 있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은 OECD 국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세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유수의 세계 명문 대학들의 교육비에는 대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을 보편교육으로 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반상진 교수는 “무상교육을 하는 것이 보편교육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가급적 많은 국민이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편교육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 입학생 선발, 우수 대학만 이야기할 뿐 대학 교육을 보편교육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산업사회식 엘리트 중심 교육관을 가진 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와 해외의 고등교육 정책은 확연히 비교된다. 미국 테네시주‧뉴멕시코주 등은 대학 교육 무상화 정책을 펴고 있고 덴마크‧아일랜드‧핀란드‧독일‧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일반화 돼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역시 최근 대학교육을 무상화 하는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일본은 2020년부터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수업료 감면 조치를 실시하고 나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9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고등학교 무상교육 제도를 실시했다.

반상진 교수는 “대학 교육까지 무상교육으로 전환한 것은 세계적으로 고등교육 이수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결과다. 교육에 있어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 역량을 키우려는 방향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 교육이 보편교육이 되면 국가의 더 많은 견제와 감시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있다. 박남기 교수는 “대학 역시 보편교육이라 보고 무상화를 한다면 상당부분 재원을 국가가 지원하는 만큼 고등학교처럼 교사 채용부터 운영 전반에 대해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대학의 재정난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일환 회장은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질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많이 양성돼야 한다. 고등교육의 보편교육으로서의 가치도 여기 있는 것”이라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은 방안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높여 가시적 성과가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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