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는 ‘미나리’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연 시간은 짧지만 배우 윤여정의 탁월한 연기는 세계인에게 희생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성격의 K-할머니란 이미지를 남겼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나리’와 ‘K-팝’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K-팝, K-무비, K-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K-콘텐츠로 대변되는 한류 덕분에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의 위상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선전은 문화로 국한되지 않는다. K-방역, K-의료, K-바이오 등은 코로나 19 시대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음식도 K-푸드가 인기다.

하지만 교육 분야는 어떤가. ‘K-에듀’는 아직 생소하다. 특히 초중등 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뒤져 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의 자율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혁신을 위해 자유로운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들이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평가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는 3년 주기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이 시행되는 해다.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은 지난달 말까지 대학 기본역량진단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번 달에는 온라인 대면 방식으로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포함해 이번에 3회째로 실시되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대다수 대학 구성원에게 큰 두려움이다. 결과에 따라 대학이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 시행된 2주기 진단에서 2단계 진단 대상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이름을 올린 대학 중 상당수가 총장 사퇴, 학과 통폐합 등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진단 결과의 파장은 책임소재로 연결돼 대학 본부와 교수회,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의 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각종 재정지원사업은 물론 학자금 대출도 제한되며, 신입생 모집도 불리해진다. 한 번의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이 문을 닫고 구성원 모두가 실업자가 될 가능성까지 있는 중요한 평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생존 위기에 몰려 있는 대학을 구원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그 대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특별한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창업처럼 다양한 시도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인위적 평가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대학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립대는 재단이 교육철학을 갖고 자율적으로 설립한 곳이기 때문에 도전적 모험과 자율적 운영을 할 수 있게 놔둬야 한다. 지금 정부 정책은 사립이기에 가능한 다양성의 장점을 묶어 놓고 있다. 물론 각종 비리나 부실 운영 등 대학경영의 건전성이 걱정된다면 지금처럼 3년 주기 평가 대신 3년 주기로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시행하면 된다.

주지하듯이 K-콘텐츠나 한류의 성공은 정부의 개입과 간섭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끼와 도전정신을 가진 제작자가 협력해 일군 성과다. 지금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이뤄지는 혁신지원사업과도 의미론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다. 대규모로 외국인 입학생을 유치하거나 지역 기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거나 해외 분교를 설립하고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등 대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소한의 운영방침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년에 한 번 모든 대학이 수험생 신분이 돼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3년의 성과를 제한된 분량 내에서 표현해야 하니 여러 편법 아닌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외에도 대다수 평가가 보고서 작성 방식이다 보니 사업 운영보다 보고서 작성에 더 매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가 윤색될 가능성도 있다. 평가와 상관없이 학령인구 감소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대학의 절반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 더욱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K-에듀’, 세계의 학생들이 찾는 K-대학이 유일한 방책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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