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어떻게 하면 팀 장벽을 극복하고 소통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관료조직 속의 각 팀은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가는 일에 익숙하다. 하지만 각 팀을 횡단해서 소통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과 행정적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소통은 교각 위에 교량을 놓아 다리를 만드는 일과 같고 이는 고도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각의 교각은 기껏해야 징검다리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그 교각 위에 교량이 놓여 연결돼야 비로소 길이 된다. 각 팀을 연결하는 교량은 행정 자원의 공유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공유 자원은 구체적으로 팀원과 팀장이 될 수 있고, 나아가 공유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

첫째, 팀원을 통한 행정의 공유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팀원은 어느 한 팀에 소속돼 그 팀 업무에 100% 시간을 전념하고 같은 팀 공간에서 근무한다. 팀원을 통한 소통의 방법은 이 두 가지 조건에 전략적으로 변화를 주면 된다. 이는 팀원이 관련된 다른 팀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해서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하거나 한가지 전문성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팀원 스스로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연결해 활용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도 이에 맞게 멀티 플레이어를 양성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행정전략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역할 배분뿐만 아니라 책상 및 공간의 공유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하나를 변화시키려면 또 다른 분야에서 제2, 제3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멀티 플레이어 인재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팀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둘째, 팀장을 통해 행정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처 경계를 넘어 팀장 겸직을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팀장을 A 부처와 B 부처의 한 팀씩 겸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팀장 공유는 A와 B 부처뿐 아니라 B와 C, C와 D등 연쇄적으로 겸직함으로써 모든 부처가 처장, 팀장이 서로 부분 교차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처 경계를 넘는 팀장 발령은 처장과 팀장 관계를 변화시킨다. 처장은 팀장의 시간을 100% 독점할 수 없고, 팀장은 여러 부처의 처장을 위해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팀장의 공유는 팀원의 공유와 같은 개념이지만 그 효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휘된다. 팀원의 공유는 실무자 그룹에서 팀장의 공유는 관리자 그룹에서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공유 전략은 구성원 간에 횡적인 연결 관계와 그에 따른 교차 지점을 늘려준다. 선은 소통의 교량을 튼튼하게 하고 교차 지점은 조직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공간이 된다.

셋째, 행정의 공유 방법으로 팀 자체를 공유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경제구조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 행정도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 속에서 학과별로, 단과 대학별로, 연구소별로 인사관리, 행사, 회계 등과 같은 행정지원 기능을 독점하는 구조를 되돌아봐야 한다.

행정조직이 특정 조직에 전속돼 부수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면 행정이 전문화된 서비스 영역으로 발전하기 어렵고, 이것은 결국 대학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혁신은 관료조직의 일반적 공유 방식과 속도를 뛰어넘는 지점에 있다. 작고 구체적인 일부터 시작해서 공유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복수의 행정지원 플랫폼이 등장해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고, 그 서비스 대상은 단일 캠퍼스를 넘어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바람은 이미 대학 외부에서 불어오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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