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은 사뭇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 금융위기가 불거지면 기업은 재정 건전성 상태를 점검하고 구조조정과 같은 조치로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도 운영이 어려워지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 경제와 맞물려 있는 점 또한 그렇다. 대학이나 기업이 활성화되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학이나 기업은 닮은 점이 있다.

기업과 사학은 본질적으로 경영이 다르지만 어찌보면 교육은 더욱 유연하지 못해 큰 파국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기업은 망할 수 있어도 학교가 망한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지만 종국에 가서는 대학이 폐쇄되면 그만큼 상처는 훨씬 크게 남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대학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학령인구에 달려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재정 위기는 결국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학생도 많고 재정이 풍부하다면 안해도 될 걱정이지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출산율이 줄어드는 추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대학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국을 돌파해 보고자 노력하는 곳들도 있다.

최근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작업이 그렇다. 부산의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초등학생이 40% 이상 감소한다는 인구 예측이 나와 있다. 당연히 초등 교원의 감소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두면 교대 하나가 어떻게 사라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작업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대학들의 대규모 정원미달 사태에서 자발적인 통폐합 움직임인데다 전국에 있는 교대에 미칠 파급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통합 작업에는 항상 부작용이 뒤따른다. 역시 부산교대 학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밀실 협약’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통합이 이뤄질 경우 교대는 단과대로 지위가 내려가게 되고 교대만의 자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으로 보면서 정체성 훼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본부는 시대 변화에 따른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모델로 내다보고 있다.

오세복 부산교대 총장은 “초등예비교원이 단과대 차원을 넘어 종합대학에서 더 다양한 수업을 듣고 더 폭넓은 비교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취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것은 통합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지 무작정 통합을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두 대학이 체결한 MOU에도 ‘양 대학의 비전과 방향에 관한 의견 조율이 안 되면 효력이 상실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MOU 파기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 MOU는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 않기에 실제 통합이 이뤄지려면 대학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를 거쳐야 하는 세부적인 절차도 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움직임은 지난 2008년 제주대-제주교대의 통합 작업과 비슷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하게 되면 캠퍼스를 합치는 것이 아닌 부산교대는 교대만의 거제 캠퍼스는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또한 부산대 사범대생을 포함한 타과 학생은 교대로 복수 전공이 불가하지만 교대 학생들은 부산대에서 더 다양한 수업을 듣고 폭넓은 비교과활동을 할 수 있다. 당시 제주대와 제주교대 또한 통합을 하면서도 제주교대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고민한 흔적이 있다.

이광현 부산교대 기획처장은 “통합이 되더라도 부산교대는 초등교원양성기관의 정체성이 유지될 것이고 초등교육의 정체성이 우수한 초등교원 양성에 있다고 한다면 통합은 오히려 이런 정체성을 확장하면서 초등교육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을 하게 되면 재정 지원도 훨씬 나아질 전망이다. 당시 제주대-제주교대는 통합 지원금으로 220억 원이상을 받았었다. 이번 부산대-부산교대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본부도 통합이 이뤄지면 1000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 허브 캠퍼스로 지속 가능성을 이루는 목표에 지원금을 쓰면서 숨통 트이는 재정이 확보돼 한층 더 발전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그룹 내 정보기술 3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그리고 현대오트론까지 합병했다. 미래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술 접목을 손쉽게 아우르기 위해서다. 이처럼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움직임이 느린 대기업도 통합에 앞장서며 변화해가고 있다. 이제는 대학도 미래의 시대정신에 발맞추고 효율적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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