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발표된 교육부 조직 개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직개편의 방향이 국정 기조와 부합하는지가 쟁점이다. 교육부는 조직개편을 할 때마다 적절한 이유를 둘러대곤 했다. 2017년 12월 8일 1차 직제 개편은 “국정과제의 체계적인 이행을 위한 것”으로 “고등교육·평생교육·직업교육 중심으로 교육부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가 1차 조직개편에 반영되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학정책실’이 ‘고등교육정책실’로 바뀌었고, 그 안에 ‘직업교육정책관(국)’이 신설됐다. 고등교육을 관장하는 부서인 고등교육정책실에 ‘직업교육정책관(국)’을 신설함으로써 새 정부의 직업교육 진흥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교육부는 ‘직업교육정책관(국)’을 신설하면서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직업교육 정책 기능을 한데 모으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변을 냈다. 산하에 중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중등직업교육정책과’도 새로 들였다. 전문대학정책과 소속으로 법인 업무를 전담·지원하는 ‘전문대학법인팀(자율팀)’이 새롭게 설치됐고, ‘전문대학정책과’는 전문 기술인력 양성 및 전문대학 지원 강화 정책에 집중해 나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모처럼 일반교육에 비해 차별받아왔던 직업교육에 온기가 불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교육부 내에 직업교육 총괄조정부서가 없어 국가 차원의 직업교육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의한 행·재정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조직개편으로 일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했다.

문재인 정부의 직업교육 진흥 기조는 2020년 2차 조직개편에도 반영됐다. ‘직업교육정책관’ 산하에 ‘전문대학지원과’가 신설돼 전문대를 담당하는 부서가 2개 과로 확대 개편됐다. 전문대 지원 체제가 강화됐고 인력과 예산도 늘었다. 정부의 직업교육 정책 의지가 지속되는 듯했다.

여기까지였다. 공영형 전문대 정책의 실종 등 직업교육 관련 정책이 탄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이번 조직개편으로 정부의 직업교육 진흥 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교육부 조직개편안은 미래 교육 대비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한다. 온라인 학습 기반 구축을 위해 ‘미래교육체제전환추진단’이 설치됐다. 그런데 직업교육 총괄조정부서로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직업교육정책관’이 산학협력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실로 ‘산학협력정책관’으로 바뀌었다. 더구나 중등직업교육을 관장하는 ‘직업교육정책과’를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했다.

어렵게 모은 직업교육 부서가 다시 찢어진 모양새다. 통합해서 효율을 극대화해도 모자란 판에 분리라니. 이런 자가당착, 자기모순적 정책이 있을까? 직업교육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위해 관련 부서를 하나로 묶어놓았는데 애써 다시 분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항상 있는 조직개편의 변에서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부는 당면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부처 조직개편을 상시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 주는 시그널이나 후속되는 행정 처리의 혼선을 막기 위해 조직개편에 있어서 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안은 이런 원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직업교육에 대한 의지 결여라고나 할까? 직업교육에 대한 철학(哲學)의 부재(不在) 말고 다른 이유를 댈 수 없다. 이로써 정부 내 직업교육 총괄부서는 없던 일이 됐다. 자연스럽게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정권이 교체돼 기조가 바뀐 것도 아닌데 천연덕스럽게 아무 일도 없단 듯이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교육부 관료들의 의지인가? 아니면 청와대가 국정 기조를 바꾼 것인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일이다.

원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계획에는 직업교육 혁신에 대한 의지가 담뿍 담겨 있었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전문대와 중등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번 직제 개편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국민에게 약속한 교육부 기능 재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교육혁신을 의심케 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방향을 상실하고 혁신 내용도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처사로 교육 현장만 큰 혼란을 겪게 됐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정권 말 누수 현상이 예상된다. 신뢰의 위기다. 임기응변적 발상으로 졸속 처리된 이번 조직개편이 또 어떤 혼란과 부작용을 일으킬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은 밤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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