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신입생 충원 총 4만 586명 미달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수도권 집중화 현상 심각 수준”
교육부, ‘한계 대학’에 ‘폐교 카드’ 내놔
올해 신입생 등록률 100% 채운 전문대 133곳 가운데 26곳 뿐

교육부 전경.(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 전경.(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대학에 때아닌 ‘칼바람’이 들이닥쳤다. 신입생 충원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기준으로 총 4만 586명의 신입생이 미달됐다. 이는 지난해 미달 인원 1만 4158명의 약 3배에 이른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2024년까지 대학 미충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약 4만 명 수준이다. 2024년까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미충원이 크게 발생하면서 지역 경제 위축, 일자리 감소 등 지역의 위기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지방대와 전문대는 너나 할 것 없이 개교 이래 가장 충격적인 충원율을 기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입에서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미충원 인원은 4만 586명이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의 미달 인원은 3만 458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미달 인원의 59.6%인 2만 4190명은 전문대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신입생 충원율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수도권 일반대 충원율은 99.2%였다. 반면 지방 일반대는 92.2%, 수도권 전문대 86.6%, 지방 전문대 82.7%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또한 수도권 일반대의 입학인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4.8%에서 2015년 36.8%, 올해 40.4%로 매년 높아졌다. 2024년에는 41.9%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예측했다.

신입생 충원난의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2021학년도 수능만 해도 수험생보다 대학 모집정원이 더 많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42만 1034명으로 재학생은 29만 5116명, 졸업생 등(검정고시 포함)은 12만 5918명이었다. 직전 수능 응시자 48만 4737명 보다는 6만 3703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반면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5774명으로 수능 응시자보다 13만 4740명이나 많다. 

2040년이 되면 대학진학대상이 28만 명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공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고교생 학령인구는 2020년 137만 명에서 2030년 130만 명으로 감소하고 2035년 94만 명, 2040년 89만 명으로 향후 20년간 48만 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대학진학대상이 되는 18세 인구는 급전직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51만 명에서 10년 후 46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이 되면 28만 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도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1년도 대학 신입생 등록률’ 자료를 공개하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언급했다. 특히 수도권 집중화가 지방대 미충원에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일반대 신입생 충원율은 90%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대 10.4%p까지 급감한 대학이 나왔다. 

유 위원장은 “학생 수 감소의 여파로 전체 대학의 충원율이 감소하면서 일반대 전국 평균 충원율은 지난해 98.8%에서 올해 94.9%로 3.9%p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0.1%p), 경기(0.6%p), 인천(1.2%p), 세종(0.1%p) 등과 비교할 때 수도권과 지방의 편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더 심각하다. 유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 신입생 충원율은 84%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90%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 가운데 대전(71.8%), 충북(72.6%), 부산(75.1%), 충남(76.1%), 제주(78.9%) 등이 70%대에 그쳤다. 최저치를 기록한 대전은 지난해와 비교해 18.3%p 하락했다. 

유 위원장은 “2021년도 신입생 미등록 인원이 4만 명에 이른다. 특히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돼 있다. 반면 수도권 일반대의 입학생 비중은 2010년 34.8%에서 2021년 40.4%로 증가해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 이는 연세대·고려대의 정원을 줄이자는 얘기가 될 수 있어 쉽지 않겠지만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교육부 방침은 ‘대학 구조조정’이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이 늘어난 탓이다. 정원 감축은 비수도권 대학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포함된다. 정부가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이유는 고통을 나누자는 데 있다. 수도권 대학에까지 정원 감축을 압박하기로 한 데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전체 대학의 정원 총량을 줄이지 않으면 전체 대학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 감축은 전국 5개 권역별로 이뤄진다. 권역별 유지충원율을 맞추지 못하면 하위 30%~50% 대학은 학생 선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일부 수도권 대학가에서 지방의 부실대학 문제를 수도권 우수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교육부는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정 차관은 “이번 방안은 국가와 지역의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학부보다는 대학원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수도권 대학에 과도하게 학생이 집중되는 현실은 수도권 대학 총장들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는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운 ‘한계 대학’들을 겨냥해 ‘폐교 카드’도 꺼내들었다. 한계 대학은 3단계 시정조치를 거쳐 회생이 불가능하면 폐교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교육부가 한계 대학의 폐교 방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해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정도로 관할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개선권고→개선요구→개선명령’의 3단계 시정조치를 실시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폐교 명령을 내린다. 

국회도 고등교육 위기를 인지하고 ‘대학 살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 위원장은 지난달 대교협을 비롯한 고등교육 단체 7곳의 대표를 만나 고등교육 위기 극복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유 위원장과 7개 고등교육 단체 대표는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 형성 △대학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 △고등교육 재정의 획기적인 확충 방안 마련 △대학의 자체적인 혁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 등에 함께하기로 했다. 

유 위원장은 “한계사학, 비리대학 때문에 책임이 없는 대학들과 지금까지 어렵게 버틴 대학들은 최소한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대학 충원율 문제는 단지 인구구조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간 누적된 대학의 어려움이 표출된 것이다. 대학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살릴 대학은 살려야 한다”고 전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방 대학들이 고사 위기를 겪고 있다.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국회도 정부 재정 지원 확대 등 고등교육 극복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정원 감축, 정부 재정 지원 확대와 함께 수도권 대학 쏠림을 차단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 대학의 역할은 단지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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