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규모 세계 11위지만 1인당 공교육비 29위
장기적으론 교부금법 제정… 차선책으로 특별회계가 대안
대학에 자율을… 등록금 책정·규제 완화 대학에 맡겨 달라

대학의 재정 위기 토론을 위해 2019년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모였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대학의 재정 위기 토론을 위해 2019년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모였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든 대학들이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 있어 무엇이 필요할까. △지방대 지원육성 △고등교육재정 확충 △미래교육에 대응한 대학평가 체계 재설계 등이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공동기획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고등교육기관으로 국내 대학들이 도약하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고등교육재정 부족·높은 등록금 의존율 재정 악화 원인= 대학의 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재정 악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상> 편에서도 지적했듯 우선 근본적인 고등교육재정 지원이 부족하다. 국가경제규모와 국가의 고등교육재정 규모만 비교해 봐도 차이가 난다. 2017년 기준 한국 GDP 규모는 세계 11위권으로 상위 수준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수준은 29위권으로 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허약한 고등교육 투자 구조의 주요 원인은 낮은 정부부담 대비 높은 민간부담에 있다. 2017년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부담은 30위인 반면 민간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수준은 6위였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정부부담 비율은 0.4% 낮고 민간부담 비율은 0.8% 높은 것이다.

OECD국가의 대부분은 한국과 반대의 형태, 즉 높은 정부부담과 낮은 민간부담 비율을 나타낸다. 영국, 미국, 호주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부담과 높은 민간부담 비율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이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이 민간부담 비율이 가장 높다.

두 번째는 높은 등록금 의존율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결산 기준 국내 대학재정 대비 등록금 수입 비율은 평균 40.9%로 나타났다. 다만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는 각각 25.7%와 62.9%로 편차가 컸다.

국공립대학의 비율이 사립대보다 높긴 하지만 미국 고등교육기관 그 중에서도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2017~2018년 기준 30.5%로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낮다. 같은 기간 공립 고등교육기관의 등록금 의존율은 19.9%다. 일본의 경우 2018년 기준 국립 고등교육기관의 등록금 의존율은 10.9%에 그쳤고 사립대는 47.3%로 나타났다.

반 교수는 이를 “규모의 경제에 크게 못 미치는 대학예산”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주요 사립대와 국립대에 재학하는 학생 수는 해외 유수 대학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교수의 수는 서울대를 제외하고 해외 대학의 60% 내외 수준이란 분석이다. 특히 대학 예산은 해외 대학에 비해 국공립·사립을 막론하고 10분의 1 수준이란 게 반 교수의 셜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13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은 대학 재정 악화로 직결되는 요인이 됐다. 2012년 본격 시행된 반값등록금 정책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논의 후 2011년 당시 여당에서 도입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13년의 등록금 동결을 가져왔다.

장기적 지원 위해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해답= 문제는 여러 요인이 누적된 데 더해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자원이 줄어들면서 대학 재정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학 재정 전문가들은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할 정책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대학 교육 관계자들이 가장 장기적으로 필요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이다. 교부금법이 가장 안정적이고도 장기적인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21대 국회에서도 교부금법 마련에 분주하다. 유기홍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열린 본지 주최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21대 국회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교부금법 제정’을 꼽았다. 당시 유 위원장은 “고등교육의 재정건전성은 길게 보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교부금법 추진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반상진 교수 역시 고등교육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교부금법 제정을 꼽는다.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상생하며 대학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관점에서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보 관련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 교수는 재원 확충 규모를 OECD 평균에 근거해 GDP 1.1%의 정부부담으로 제시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속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교부금법은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18대~20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특별회계법)다.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5년 한시 특별회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유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특별회계법 제정을 강조한 만큼 여당 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기재부를 설득해야 하는 만큼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3년간의 등록금 동결… 이젠 등록금 현실화해야= 대학 등록금의 현실화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고등교육 재정 전문가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반값등록금정책에 따른 대학재정지원정책 개선방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2년 이후 매년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을 시행한 결과 2016년 등록금은 2011년 대비 국·공립대 5.3%, 사립대 4.2%가량이 인하됐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부작용과 어려움이 크다고 봤다. 이에 원칙적으로 대학등록금 책정권을 대학에 일임하되 대학의 등록금 책정을 합리화해 등록금 인상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최근 3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됐다. 교육부는 6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등록금을 법령에 위반해 인상한 경우 입학정원의 최대 10%까지 감축할 것을 시사했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하·동결에 따른 장학금 확충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물가상승률만큼의 등록금 인상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송 교수는 등록금 결손분에 대한 국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등록금 동결과 인하, 장학금 확충을 강제한 결과 2016년 기준 대학재정 결손 규모는 1조 2887억 원이고 그 중 일반대는 1조 348억 원으로 나타났다. 국가와 대학재정 결손분을 보전하는 방안으로 대학 경상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지난달 25일 열린 ‘2021년 연차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거듭 주장하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의 초점은 국립대학 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사립대학 경상비 지원에 둬야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완화로 대학 숨통 터줘야 자구책 마련= 그밖에 대학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공통적인 키워드는 역시 ‘대학의 자율성’이다. 한 지역 대학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학의 혁신을 얘기하지만 규제가 너무나도 많아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순간 규제에 걸려버린다”며 “대학이 각각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의 대표적인 요구 중 하나는 대학의 교육용 기본재산에서의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주장이다.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변경 해 이를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제도는 교지와 교사 확보율이 기준을 초과하고 교육 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경우 교육용 기본재산을 처분하거나 용도 변경은 가능하나 시가에 상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보전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고등교육예산 중 실질적으로 사립대에 지원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집행에 자율성을 준다면 대학의 재정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사업비의 증액과 함께 대학의 재학생 수, 등록금 수준 등에 따라 포뮬러 방식으로 혁신지원사업비를 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상비 사용 허용 등 대학이 필요한 곳에 자율적으로 사업비를 집행한 뒤에 결과를 두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학교 기업의 활동에 대한 면세 혜택 △대학과 동일한 산학협력단 과세 적용 △국공립대와 동일한 사립대(법인)에 부과되는 과세(재산세, 법인세, 부가세 등) 혜택 등이 대표적인 규제 완화 요구사항으로 꼽힌다.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은 “대학이 상아탑이라고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학이 점점 사회와 밀접히 연관돼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활용도를 높일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선 대학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적극 피력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