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 제안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 노력한 지난 1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 통과… "우리 교육의 새 지평 여는 초석 되길 기대"
"대학 생태계 전체가 위기 상황"… "대학 교육 여건 획기적 개선 필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 5년 한시 대학 지원 특별회계 도입 필요
차기 정부 고등교육 정책에 "재정지원, 규제개혁은 중요한 두 축"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고등교육의 위기를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5년간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를 제안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고등교육의 위기를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5년간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를 제안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 중에서도 교육계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3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며 매 임기마다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교육 이슈에 누구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은 이번 21대 국회 교육위원회 활동에서 고등교육 정책에 특히 집중했다. 유 위원장은 고등교육 위기의 핵심에 대학의 극심한 재정난이 있다고 보고 이를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를 해소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5년간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 위원장의 입법 활동의 바탕에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확한 현실 인식이 있다.

유 위원장은 고등교육과 관련된 각종 포럼과 토론회에 참여해 대학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함은 물론 평소에도 지역 대학의 총장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열린 위원장’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아 정계가 차기 대선 준비에 돌입한 시점에서 유 위원장을 만나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출범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 말, 민주화 이후 첫 여당 교육위원장을 맡았다. 대한민국 교육의 전환점이 될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지난 1년간 한국 교육은 단기적 위기와 장기적 위기를 모두 겪었다. 교육위원장이 되고 가장 먼저 맞닥뜨린 현안은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등교 수업 중단’이었다. 원격수업 전환 이후에는 대학 내 구성원 간의 첨예한 갈등이 대두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중‧고등학교의 원격수업 전면 도입과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조성은 미래 교육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서도 대학은 학생, 정부는 대학을 지원함으로써 재난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위기 비용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분담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한편 그간 축적돼온 고등교육의 장기적 위기가 대학의 대규모 미충원 사태로 본격화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악화가 오랜 기간 맞물린 결과물로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고등교육 경쟁력이 그대로 추락할지 아니면 위기를 딛고 날아오를지는 바로 지금 이 시점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난 1년간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 노력했다.”

- 코로나19로 이번 교육위원회 활동은 그 이전과 많이 달랐을 것 같다.
“교육은 인간을 사회화해 규범과 질서를 전수하고 사회를 영속하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의 다른 부분이 먼저 다 바뀌고 난 후에 가장 마지막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우리 교육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원격수업을 전면 도입해 중단 없는 교육을 해낸 것, 수능 시험을 사고 없이 무사히 치른 것도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래 교육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장애가 있는 학생, 배움이 느린 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기회 보장과 포용교육‧책임교육 실현에 그 어느 때보다 중점을 뒀다.”

- 21대 국회 교육위원회의 가장 최근 성과는 국가교육위원회법 통과였다. 국정과제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일이 현 정부 취임 4년 만에 전격 이뤄졌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국가 단위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학계와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2002년 이회창 대선후보를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후보,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5명의 후보 모두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큰 공감대를 이뤘다.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총 12건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률안이 발의됐고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토대로 1년 후 출범을 앞둔 국가교육위원회가 우리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야당을 비롯해 일각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적 독립기구가 아닌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교육 자문기구는 이미 1980년대부터 있었다. 5공화국 교육개혁심의회, 6공화국 교육정책자문회의 등이 해당 정부와 운명을 같이 하지 않았나. 자문기구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인 일관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경험했다. 입법 독재, 정권의 교육정책 거수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동의할 수 없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단순히 위원들 간의 회의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를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주체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이와 별도로 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국민이 상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다. 공수처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원 구성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정쟁의 논리일 뿐이다.”

- 위기의 대학을 살리기 위한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을 주장해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13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생 미충원 등으로 대학이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한시적으로 긴급재정을 투입해 심폐 소생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현행 ‘유아교육특별회계’와 같이 5년 한시 특별회계를 도입해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인 GDP 대비 1.1%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재원확보가 관건인데 법인세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이 높아질수록 기업이 뛰어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책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21년 대학 신입생 미등록 인원은 약 4만 명이며 24년에는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이제는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 사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생태계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과감한 교육 투자를 통해 대학의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에 향후 대선공약에 반영할 계획이다.”

-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 불이행으로 대학생들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했던 것이 이미 10년 전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그동안 과연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등록금 부담 경감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장학금 제도 확대를 통한 학자금지원이 아니라 학점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는 진짜 반값등록금이 실현돼야 한다. 2019년 기준 전체 대학의 1년 등록금 총수입은 12조 500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가장학금 예산 약 3조 4000억 원에 추가로 2조 85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면 실제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 대학, 특히 사립대에 정부 예산을 투자하는 데 기획재정부는 줄곧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는 과거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작년에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바탕에는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있었다.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대학은 인재 양성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의 비율이 80%가 넘는 일본에서는 ‘사립학교진흥조성법’에 근거해 중앙정부가 사립대학의 경상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보조금의 90% 이상이 일반보조금으로 쓰인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의 몫으로 할당된 예산이 극히 적고 이마저도 특수목적 사업에 쓰게 돼 있어 대학이 혁신을 도모하기 어렵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고 이를 위한 재정지원은 국가의 책무다.”

국회의사당 본관 교육위원장실 앞에서 환담하고 있는 유기홍 위원장(우)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
국회의사당 본관 교육위원장실 앞에서 환담하고 있는 유기홍 위원장(우)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

- 대학에서 주장한 등록금 현실화(인상)에 대해서는 차기 대선 주자 공약에 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마땅한 해결책도 아니다. 13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여전히 세계 4위 수준이다. 높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확대했지만 수혜 학생은 48%에 불과하고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학생은 32%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자율화한다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 해도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지방 사립대학은 입학정원을 채우는 것조차도 어려운데 등록금을 올리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 등록금 자율화로 혜택을 보는 것은 정원 모집에 문제가 없는 수도권 사립대뿐이다.”

- 교육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전문적인 교육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와 정책자문단을 조직했다.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장으로서 130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전직 장관과 교육감부터 학계 전문가, 교육정책 전문가,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학생 및 청년 등이 함께한다. 정당 차원에서 이렇게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교육정책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여러 위기 속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교육정책의 방향은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큰 화두일 수밖에 없다. 여러 전문가와 현장의 당사자들이 충분히 고민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당의 교육정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교육의 대전환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

- 대학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향후 대선 주자의 공약에도 반영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담길 것이라 보는지.
“재정 지원과 규제 개혁이 중요한 두 축이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19 가운데 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금 준비 중인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부터 고등교육재정교부금까지 여러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규제 개혁도 중요하다. 대학의 역할을 다양하게 특성화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의 일몰 도래로 내년부터 사립대학이 부담하게 될 지방세만 해도 5000억 원이 넘는다. 국공립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에도 교육 목적의 부동산에 비과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성인 재직자의 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직업교육 역시 세분화될 것이다. 개별 대학이 각자의 특화된 강점을 가지고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캠퍼스가 없는 미네르바 스쿨이 대표적인 고등교육 혁신의 사례로 떠오르지만 우리는 아직도 1996년에 만든 대학설립‧운영 규정의 4대 요건에 묶여 학과 간의 벽을 허물기도 쉽지 않다. 낡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유기홍 위원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에서 활동했다. 2000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 2011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박원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됐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됐다. 3선의 국회의원으로서 2004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제17대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를 시작으로 줄곧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2020년 6월부터 제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