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대통령·여야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무산
21대 국회에서 여당의 단독처리로 내년 7월 출범
위원 과반 이상이 정부·여당 인사 전망에 ‘편향성’ 지적
“필요 없는 기구 전락” VS “장기적 안목 정책 기대”

내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왼쪽)과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내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왼쪽)과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수십 년간 수면 아래 잠겨있던 새로운 교육기구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교육의 ‘백년대계’를 지향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내년 7월 출범한다. 일관성 있는 교육 추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편향성, 교육부와의 역할분담 논란 등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준비단을 구성하고 법에서 위임한 사항들에 대한 시행령 제정과 위원 임명 등을 위한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교육위윈회 설치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이회창 대선후보가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밖에도 국가미래전략교육회의,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교육미래위원회, 미래교육위원회 등 비슷한 명칭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것도 여야 정당을 가리지 않았다. 2012년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유승민 후보들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와 20대 국회, 21대 국회로 이어지기까지 총 12건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률안이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계속 계류되다가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법은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편향적 기구” 야당의 반대에도 통과된 국가교육위원회법= 힘들게 국회 문턱을 넘은 국가교육위원회법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다.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과반수가 친정부 인사로 채워지게 되면서 교육부의 ‘옥상옥’ 기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설치를 반대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총 21명으로 구성되고 위원들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대통령 지명 5명, 국회추천 9명, 교원관련단체 추천 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 2명, 광역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당연직 2명(교육부차관, 교육감협의회대표)로 채워진다. 여기서 국회 추천 9명 중 4~5명이 여당 몫이고 대통령 지명과 교육부 차관을 합치면 위원 과반 이상이 친정부 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가교육위원회법을 처리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법사위마저 정권 편향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데 대해 개탄스럽다”며 “여권 주도로 통과시킨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안은 위원회 구성과 위상이 정권 편향적, 종속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의 일방 추진으로 부메랑을 키웠다”며 “국가교육위원회가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며 중립성을 훼손하고 교육자치와 충돌하며 학생교육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들이 있다”며 “전문가 중심, 관료중심에서 이뤄지던 기본 방향이 상향식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국가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장기비전과 안정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한 기본 틀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적극 방어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시·도교육청 3자 역할 어떻게= 또 다른 관건은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과의 역할 분담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추진 초기부터 교육부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다. ‘옥상옥’ 논란이 일어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독자적인 주요 소관 업무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한다.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교원 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와 여건 개선 등을 포함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이 여기 포함된다.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수립·고시, 교육정책 수립과정에 국민 참여 확대를 위한 상시적 공론화 시스템 등도 위원회의 역할이다.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 분야는 본격적으로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교육격차, 학생안전·건강, 예산·법률 등 국가적 책무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소관의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 인재양성 등의 기능은 앞으로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 기능, 교육부는 집행 기능으로 분리하는 식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업무를 무 자르 듯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 교수는 “교육과정만 딱 떼어내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그 안에 예산, 조직, 정책이 다 연결 돼 있는데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러한 범위를 가지고 역할분담을 하게 되고 세 주체 간 거버넌스가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 향후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집행 과정에서 교육 수요자들이 무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으로 긴 안목으로 정책을 챙길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완벽한 정책이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려들은 앞으로 시행령을 통해, 국회를 통해 바꿔가면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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