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2022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한달여 앞두고 있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규모 미달 사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가 아닌 “벚꽃이 피기 전에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가 생긴 이후 대학에서 입시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이라는 전문직군이 생긴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초창기 입학사정관 시절, 단어 자체가 생소해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했다. 심지어 가족들도 그게 무슨 일을 하는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착돼 수험생, 학부모, 교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인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돼 이어진 입학사정관제도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의 성장 과정 평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과 이전과 달리 대학-고교가 연계해 다양한 진로 및 진학 관련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입학사정관의 노고 또한 많은 부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입시 행사를 예전처럼 하지 못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 수요자를 계속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들의 역할이 결코 축소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온라인 정보 제공을 통해 정보소외지역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또한 입학사정관 못지않게 입시 수요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각 교육청에서 활약하는 대입지원관이다.

대입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역에서 입시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교육청 소속 입시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무료 입시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 관련 강연 등 정보 전달 역할, 지역별 박람회 운영, 교사를 위한 입시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대학 입학사정관 연계 행사, 모의면접 진행, 입시관련 책자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입시정보 갈증 해소를 위한 전문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시작한 대입지원관 제도는 제주, 대구, 경북, 광주 등으로 확대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최근 전남, 부산까지 도입됐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향후 타 지역에서도 대입지원관 선발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입시 관련 행사 진행을 위해 몇 지역의 대입지원관들과 연락을 하게 됐다. 대입지원관들은 대학에서 다년간 입학사정관 업무를 하다 이직한 경우가 많아 대학의 연락을 긍정적으로 받아줬다. 간담회를 통해 고교 진학담당 교사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수요자를 위한 아주 의미 있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 대입지원관 제도가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입지원관을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당황했던 사례가 있었다. 우리 대학 입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별 대입지원관 간담회를 추진하던 중 모 교육청 대입지원관 담당자가 “내 허락을 받지 않고 대입지원관을 만날 수 없다”며 우리 대학의 정보 제공 행사를 차단하려고 했다. 

“우리 지역에 방문해 정보 제공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 반드시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는 타 지역 교육청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대입지원관을 바라보는 교육청 담당자의 평소 생각이 어떤지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사례였다.

최근 많이 변화되는 추세지만 초창기 입학사정관들도 대학 내 불안한 지위와 낯선 시선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과 고교를 위해 노력한다는 사명감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재까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대입지원관들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현재 대입지원관들은 임기제 또는 시간 선택제 공무원 대우를 받고 있다. 매년 끊임없이 변화하는 입시제도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필요한 대입지원관이 신분 안정에 대한 불안함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청 내 일부의 부정적 시선으로 더욱 힘든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수험생에게는 수준 높은 입시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해주고 있으며 교사에게는 대학 입학사정관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고 대학에게는 해당 지역의 교육적 상황을 객관적이며 정확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이처럼 대입지원관들은 각 입시 주체에게 커다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입지원관을 교육청 공무원 지휘 아래 단순 상담 업무만 하는 소극적 역할자로 만들 것인지 지역 사회 학생을 위한 입시 업무를 돕는 동반자로 만들 것인지는 대입지원관을 운영하는 교육청의 생각에 달려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밖에서 수험생을 위해 헌신하는 대입지원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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