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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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수험생들이 N수를 선택하게 된 것은 자율적인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N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한 ‘대입 N수생의 삶과 문화’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N수 경험이 있는 19명의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2회의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N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N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며 N수생들의 삶과 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대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N수를 선택했다고 봤으나 그들의 선택은 온전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들은 N수생의 선택이 능력주의 사회의 광적인 교육열, 교육에 대한 가족의 기대와 신념, 사회·경제적 지위, 대학 입시 체제, 교육 제도, 산업 구조, 노동 시장, 자본주의 체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적 배치 안에서 발생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가 ‘N수를 권하는 사회’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높은 순위의 대학 그리고 안정적인 삶과 직결된다고 믿는 학과에 입학하기를 욕망했고 그 욕망을 지향하며 자기 삶을 관리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경험했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것을 기꺼이 감내하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고통의 경험을 성장으로 이해했다.

연구책임자인 엄수정 부연구위원은 “특정한 방식의 삶을 지향하도록 우리 욕망의 방향성을 만드는 다양한 사회적 ‘장치’들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능력주의 담론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일상적 실천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가치, 사유와 삶의 방식을 가시화하기 위해서 대안담론을 교육의 장(場) 안으로 적극적으로 유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능 응시자 수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입 N수생의 비율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수능 응시자에서 졸업생(검정고시 등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학년도에 22.8%, 2020학년도에 25.9%이었다. 하지만 2021학년도에는 2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최근 N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지역 및 경제적 배경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권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학년도 수능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전국의 N수생 비율은 27%로 집계됐으나 서울만 살펴보면 39%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에는 2021학년도 수능 원서를 접수한 N수생 비율이 53%로 고등학교 재학생보다 졸업생 응시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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