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들 “7~8년 내 수능 체계 없어질 것”
현장 반응 “수능 공정성 때문에 영향력 유지될 것”

지난 1일 서울 무학여고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 1일 서울 무학여고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수능은 과연 사라질까. 최근 입시업계 일타강사들이 수능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이른바 ‘수능 붕괴론’을 주장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교육계와 함께 또다른 입시 업체들은 수능이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라는 국민 정서상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 수능 붕괴론, 강사들 의도와는 다르지만 고교학점제와 연관 = 이른바 일타강사들의 발화 의도는 수능보다는 ‘대학 무용론’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수능이 없어질 거라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은 고교학점제 도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가장 먼저 수능 붕괴론을 주장한 강사는 현우진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다. 현우진 강사는 지난달 1일 9월 모의평가 총평을 하면서 “수능 체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며 “7~8년 안에 붕괴 조짐이 보인다. 10년이 지나면 평가 양식이 바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지영 이투스 사회 강사도 ‘수능 붕괴 위기 곧 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수능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순수 연봉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명 강사다.

지난 1일 고3 모의평가 총평 영상에서 해설하고 있는 현우진 강사.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1일 고3 모의평가 총평 영상에서 해설하고 있는 현우진 강사.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다만 이들이 말하는 수능 붕괴론의 의도는 이른바 명문대 진학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지영 강사는 영상에서 “대학이 밥벌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공부를 하는 이유도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를 위해서 하는 공부 때문에 내 삶이 부정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우진 강사도 “수능 공부 잘해서 대학 잘 간다고 꽃길이 절대 열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수능 붕괴론은 당초 2025년 도입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의 적용 시기가 2023년으로 2년 당겨지면서부터 불거졌다.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자신이 이수할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이 쌓이면 졸업이 가능해진다. 학생들의 진로·적성에 따라 이수하는 교과목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영수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치르는 수능과의 충돌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가교육회의도 지난달 9일 교육부에 2022 국가 교육과정 개정 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과 대학입시가 상충되지 않도록 대입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 입시‧교육계 “수능이 공정한 제도라는 인식 있는 한 영향력 건재” = 입시업계과 교육계에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능이 공정한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는 한 수능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수능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제도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논술‧서술형 도입 등의 형태 변화는 있어도 영향력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외의 변별력을 갖춘 다른 시험 체제가 없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임 대표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수능을 무력화한다면 대학이 어떤 체제로 학생을 뽑을지 대안이 없다”며 “대학별 본고사가 대안으로 제시된다면 현재 수시 논술고사도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제기되는데 교육 당국에서 본고사를 허용해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수능에 논술‧서술형이 도입된다면 변별력이 높아져 오히려 수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2028학년도 수능에 논술‧서술형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능에 주관식이 도입된다면 난이도가 올라가고 수능의 변별력이 커져서 오히려 중요도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수능의 중요성은 그대로 유지될 거란 관측도 제기됐다. 남 소장은 “국민의힘이 집권한다고 해도 현행 정시 선발 인원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정시로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수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올해 입시의 특징이 수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라며 “일례로 경희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었는데 올해 도입했다”고 짚었다.

■ 2022 입시 특징 ‘학생부교과전형 늘고 수능 비중 강화’ = 학종이 축소되고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 비중이 늘어난 올해 입시 경향이 내년에도 그대로 간다는 관측도 수능 영향력 강화를 뒷받침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종이 줄고 학생부교과전형이 대거 늘면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눈여겨 본다. 노희창 서울 배재고 교사는 “올해 입시의 특징은 학생부교과전형이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면서 “학생부교과전형이 늘면 늘수록 수능최저학력기준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체 대학 신입생 모집인원은 34만 6553명이다. 수시모집 비중은 75.7%에 해당하는 26만 2378명으로 지난해보다 1.3%p 감소했다. 유형별 모집 인원은 학생부교과전형이 42.9%에 해당하는 14만 8506명, 학생부종합전형은 22.9%에 해당하는 8만 507명이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새로 도입한 주요 대학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진학사에 따르면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을 비롯해 연세대 활동우수형 및 국제형(국내고), 경북대 일반전형 등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올해 신설했다. 경북대, 경상국립대, 계명대 등 의학계열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거란 점도 수능 영향력 강화의 근거로 제시된다. 교육부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골자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지난 7월 교육부의 대입공정성 강화방안 이행사항 점검결과에 따르면 16개 대학 모두 2023대입 기준 정시를 40%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학은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수능위주 전형 비율이 평균 29%였지만 2022학년도 37.6%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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