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는 창업지원금 60% 넘게 증가했는데 전문대는 반토막
일반대 유리한 창업지원사업 선정 지표 지목
전문대 별도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전문대는 학부과정에서 창업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문대교협이 개최한 제1회 전문대학 기업가정신 포럼 .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전문가들은 전문대는 학부과정에서 창업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문대교협이 개최한 제1회 전문대학 기업가정신 포럼 .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최근 4년동안 전문대 창업지원금이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대에 유리한 창업지원 사업 선정 지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전문대와 일반대를 다른 기준에서 평가하고 별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대와 일반대 학부 과정에서는 당장의 창업보다 창업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대는 창업지원금 60% 넘게 증가했는데 전문대는 반토막= 최근 4년동안 전문대학 학생 창업기업의 수는 증가했으나 창업지원금은 반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대학의 창업지원금은 60%나 늘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이하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상반기 대학정보공시 전문대학 지표 분석’을 지난 8월 발표했다. 

지표 분석에 따르면 전문대학 학생 창업기업은 2016년 207개에서 2020년 258개로 24.6% 증가했다. 반면 창업지원금은 2016년 123억 7500만 원에서 2020년 60억 1500만 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반대학의 학생 창업기업은 763개에서 1253개로 64.2% 늘었으며 창업지원금도 692억여 원에서 1110억여 원으로 60% 가량 증가했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창업지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교육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별 지원금을 합친 금액이다. 

■전문가 “주요 창업지원사업 선정 지표 ‘매출‧고용‧수출‧투자’, 일반대에 유리”= 전문가들은 창업 기업의 매출과 고용 인원 수 등을 따지는 창업지원사업의 주요 선정 지표들이 4년제 일반대에 유리한 지표라고 지적한다. 애초에 게임이 안되니 전문대가 선정되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창업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을 살펴보면 전문대에 불리한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에 창업역량이 뛰어나고 창업실적이 우수한 대학 10개를 선발하는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 사업 선정 대학 중 전문대학은 인덕대 밖에 없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유망 창업팀을 발굴하는 ‘2021 학생 창업 유망팀 300’ 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종 선발된 300팀 중 청소년 6개 팀을 제외한 나머지 294개 팀 중 전문대는 9개 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창업 기업의 매출과 고용 인원 수 등을 평가하는 창업지원사업의 선정 지표가 재정이 열악한 전문대에 불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직업고등교육연구소장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창기 창업지원사업의 선정 지표는 창업 기업 수였는데 요즘은 창업 기업의 매출과 고용 인원 수, 투자액과 창업 인프라를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단순히 100개 기업을 창업했다는 사실보다 기업 하나가 몇 명의 고용을 창출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전문대 학생은 2년이나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창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지표는 일방적으로 전문대에 불리하다”고 꼬집었다.

심우일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지난해 전문대교협이 개최한 제1회 전문대학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심 연구위원은 포럼에서 “전문대학을 위한 별도의 창업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반대 지원과는 다른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인프라도 전문대에 불리한 지표 중 하나로 지적됐다. 최상열 인덕대 창업지원단장도 “창업 공간과 같은 창업 인프라가 창업지원사업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데 재정이 열악한 전문대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문대에 불리한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최 단장은 “창업보육전문매니저 집단을 보유했는지도 평가하는데 전문대 입장에서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운동경기 체급별로 달리 하는 것처럼 전문대 별도 지원해야”= 창업지원사업이나 창업 경진대회 평가 기준을 분리해서 전문대를 별도 지원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기술창업 위주인 일반대와 달리 기술 수준은 낮더라도 사업 아이디어가 좋은데 사장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대를 별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문상 소장은 전문대와 일반대 창업지원을 운동경기에 비유했다. 강 소장은 “운동 경기도 체급별로 기준을 달리 하는 것처럼 전문대도 액수는 적더라도 지원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업 생태계 다양화 측면에서도 전문대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일반대생은 기술이나 R&D 분야 창업 위주고 전문대생은 점포 창업이 많은데 창업경진대회나 창업지원사업은 기술창업 위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대 위주로 창업지원사업 기준이 설계되다 보니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 기술 수준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한광식 전문대교협 산학혁신연구원장(김포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한 원장은 “창업뿐만 아니라 창업교육에서도 일반대와 전문대가 각자의 특성에 맞춰야 한다”고 짚었다. 한 원장은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와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모두 전문대 출신이다. 일반대가 지향하는 R&D나 기술창업과는 다른 측면의 성공 요소가 많은데 창업지원사업이나 창업교육이 일반대 중심으로 지표가 만들어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대와 일반대 학부과정에서는 당장의 창업보다 창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대의 짧은 수업연한을 고려할 때 당장의 창업으로 연결되기 힘들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동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 연구위원(신구대 교수)는 지난 6월 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문대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실용적인 학과들로 구성돼 대학 구성원의 관심이 취업에 치중된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2~3년의 짧은 수업연한은 재학 중 사업화 단계까지 다다르는 데에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해외의 강소대학들이 창업교육을 통해 새로운 위상을 확보한 사례를 볼 때 한국의 전문대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원 두원공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제1회 전문대학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미국에서 기업가정신 분야 1위를 차지한 미국 뱁슨 칼리지의 사례를 들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뱁슨 칼리지는 세계 최초로 기업가정신 학부교육을 실시한 결과 17%라는 높은 졸업생 창업률을 기록했다. 이는 창업의 메카로 불리는 스탠퍼드대(13%), 하버드대(7%)보다 높은 수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