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역량진단 결과 사업비 지급 대상에 미선정된 52개 대학 중 상위 50%의 대학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2022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총 770억 원을 증액해 일반대 중 13곳, 전문대 중에서는 14곳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오랜만에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읽고 ‘한건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역량진단 결과 발표 후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로 문제제기가 잇달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답답할 정도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런 상태에서 국회가 직접 나서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실상 교육부가 실시한 2021년 3주기 기본역량진단은 실시 단계에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진단으로 초래되는 ‘행정부담’과 얻을 수 있는 ‘효과’면에서 근원적 의문이 제기된 사업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량평가에 입각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미리 선정했으니 기본역량진단을 받는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무시한 채 평가를 강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평가결과가 발표되자 지표 적절성, 평가위원의 자의적 판단기준 등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선정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로 몰려갔고 구제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미선정 대학에 재도전의 여지를 남겨둔 듯한 발언이 나왔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평가 결과는 오롯이 대학 책임이지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로 비화됐다. ‘원칙 고수’의 교육부와 ‘선정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정치권과의 대립 양상이 전개됐다. 교육부의 완강한 태도에 교육위 의원들도 격앙됐다.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 집권당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간사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의 입장 변경이 없으면 2022년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한푼도 집행될 수 없을 것이란 강경 발언을 쏟아낼 정도였다. 집권여당의 간사가 한 말이니 그 무게감이 더했다.

그런 그의 말을 두고 지역구 소재대학 입장을 변론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둥 말이 많았다. 그러나 박찬대 의원의 말을 단순히 지역구 대학 살리기 차원으로 보았다면 단견이다. 지금의 대학 위기가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느 한 곳 위기 아닌 곳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대학 위기는 지역문제가 아니라 국가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이번 교육위 조정 결의를 한낮 지역구 민원 처리 정도로 격하한다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권능을 부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행정부 독주만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교육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독립상임위로 교육위원회를 분리시켰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처럼 현장중심의 의정활동을 벌이는 교육위를 탓할게 아니라 오히려 ‘탁상행정’에 머물며 대학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교육부를 탓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처럼 국회의 기능을 발휘한 교육위에 박수를 보낸다.

지금 우리나라 초·중·고등 교육기관 가운데 가장 형편이 어려운 기관은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정 문제가 크다. 지금 대학은 기본 운영비조차 조달이 어려운 대학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선정 대학들에 대한 지원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국회 조정안이 미선정 대학 가운데 50% 대학에만 추가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방식도 지난번 평가결과를 준용하는 방안과 어떤 형식으로든지 재평가를 통한 방식을 택하자는 두 가지가 대립되는 모양이다.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본다. 이왕 미선정 대학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면 진단을 받은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 지원을 해주는 게 맞다. 지원금액 조정을 통해 미선정 대학 전체에게 정부재정지원을 해줌으로써 일반재정지원의 원래 목적도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국회가 오랜만에 제 역할을 수행했다. 이미 결정이 난 평가 결과를 민원을 받아 뒤엎으려 한다는 조소 섞인 눈초리를 극복했고 일부 선정대학에서 보내는 원망 어린 시선도 잘 넘겼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수정’의 결단을 못 내릴 때 그나마 국회가 대학현장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국회의 이런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예결위,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지금의 타협안이 전향적으로 조정되기 바란다. 행정부의 일방통행, 현장무시 정책이 그대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교육위의 이번 시도는 국회가 한낮 행정부의 ‘시녀’, ‘거수기’가 아니라 국정의 ‘최고 감시자’라는 본연의 위상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쾌거로 두고두고 시정에 회자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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