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취임한 이하운 동양대 신임 총장
‘애니콜 1세대’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재직 중 동양대 부임
“고향에서 후학 양성하고파”… 1994년 이후 지역 인재 양성 한 길
새로운 고등교육 환경에 발맞춰 ‘멀티버시티’ 구축 목표

이하운 동양대 총장은 “멀티버시티를구축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전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이하운 동양대 총장은 “멀티버시티를구축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전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국내 최고 대기업인 삼성의 첫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던 그가 ‘삼성맨’의 자부심,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등지고 교단에 선 것은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동양대가 문을 연 1994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을 지키고 있는 이하운 총장의 이야기다. 지역과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후학을 만들어보고자 27년의 시간을 바쳤다.

동양대도, 교육인으로서의 그의 삶도 나이로 비유하면 30세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그가 열망한 후학 양성의 길은 살얼음판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학생도 줄어들고 교육환경의 변화는 급진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이하운 총장은 이런 어려움에도 꿋꿋하게 제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세우고 있다. 동두천과 영주 캠퍼스 각각의 지리적 장점을 살려 특성화 전략을 세우고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해 동양대를 ‘메타버시티(Meta-versity)’로 만듦으로써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30년간 이어온 노력의 결실인 동시에 새로운 100년의 주춧돌이 될 계획이자 이하운 총장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양대 총장으로서의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요즘의 대학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우수한 신입생은 어느 정도인지, 졸업생의 취업률은 어떻게 되는지, 국가의 재정지원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교육비환원율은 또 어떤지,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은?, 시장에서의 물품 판매와 같이 대학 투입 자원의 질을 높이고 산출 자원인 졸업생을 얼마나 잘 취직시킬 수 있을까?’ 하는 기타 등등의 문제가 대학 교육은 물론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대학은 당장 직접적으로 더 빨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오로지 지속 가능한 대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생각이다.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믿고 따를 수 있는 총장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 동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동양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기본 보직인 학부장부터 공학교육혁신센터장, 교육개발원장, 입학처장, 교무처장, 부총장 등을 거쳐 이 자리에 왔다. 1994년 개교 이래 처음 몇 년과 최근 몇 년을 제외하면 거의 보직과 함께 학교생활을 한 것 같다. 누구보다도 우리 대학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오랜 학교생활을 통해 겪은 다양한 경험을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 기업에 재직하다 1994년에 동양대로 자리를 옮겼다. 교육인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삼성전자 통신연구소에서 9년 정도 근무하다가 학교로 옮겼다. 80년대 중반부터 회사에 다녔는데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밤새우기를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덕분에 고생한 동료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그 당시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각국의 통신 규격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엔지니어들과 시험을 하던 기억이 많이 남으며 현재 우리나라 산업 발전 특히 통신 산업 분야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아직도 있다. 그런 가운데 고향인 이곳 영주에 동양대가 설립됐다. 산업 현장에서의 생생한 기술을 교육에 접목해서 고향의 후학 양성을 위해 도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 한국과 미국 대학을 모두 경험했다. 교육‧연구 환경을 비교해본다면.
“지금은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된 당시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 대학에서 약 2년 가까이 Post-Doc을 경험했다. 연구 주제는 영상처리 관련이었는데 Carnegie Mellon 대학의 지도 교수가 USDA(U.S. DEPARTMENT OF AGRICULTURE) 과제에 참여를 제안해 공동 연구를 하며 틈틈이 Computer Science 학부 대학원 교과목을 수강했다. 연구를 위한 참고 논문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많이 활용했는데 직접 자료를 구하지 못 할 경우 신청을 하면 미국 전역에서 찾아 구해줬다. 약 25년 전인 그 당시 수강한 교과목 중에 지금 한창 빛을 보기 시작하는 무인 자율운행 자동차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이미 그때 실제로 무인 운전을 하는 장치를 개발해 캠퍼스 인근에 있는 쉔리 공원에서 도로 주행 실험하는 것을 녹화해 보여주는 강의를 하고 있었다. 또한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모든 교수와 TA, RA들에 대한 강의 평가 결과를 책자로 만들어 복도에 비치해 학생들의 수강 신청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 당시 교수들 강의 평가는 했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이런 방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다. 이러한 것을 볼 때 학생들을 위한 강의나 교육에 대한 생각이나 연구 환경은 그 당시에는 비교 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됐다. 강의 평가 공개 부분은 2011년 교무처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우리 대학에 바로 적용해 교수, 학생들 모두에게 인트라넷으로 공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학생들을 위해 강의의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체감한 차이도 있고 미국 대학에서의 경험을 우리 대학에 적용한 것도 있지만 재정 규모만큼은 미국 대학 상황과 비교할 수도 대학 자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 차이를 극복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서울대와 하버드 대학의 2019년도 학생수와 예산 규모를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대의 학생 수는 약 2만 8000명, 하버드는 1만 9000명 정도다. 한 해 두 대학의 예산은 서울대 8290억 원, 하버드가 6조 2400억 원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단순 예산 비교만으로도 대학의 연구 환경이나 교육환경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교육관련 예산 부분을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약 20% 정도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데 못 쓰고 남는 불용예산이 매년 1조 6000억 원에서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초‧중등교육에는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정부가 지원하면서 대학에는 왜 이렇게 인색하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대학 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책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지역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의 경우 모든 사립대학의 교직원 인건비의 절반을 정부에서 부담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면서 대학의 책무성을 더 요구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지원에 비해 각종 대학 평가 등 요구만 엄청난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처럼 대학에 인건비 등도 지원한다면 대학 등록금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능력도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육이나 연구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 총장이 생각하는 동양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은 다양한 책무가 있지만 그 가운데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 사회의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본다. 동양대는 대학본부가 있는 영주와 동두천에 각각 캠퍼스가 있다. 영주 지역은 예로부터 중앙선과 영동선, 경북선이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중심지였다. 중앙선 복선 KTX화, 전국적인 철도 노선 신설, 통일을 대비한 유라시아 횡단 철도 연결 준비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현재의 철도대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동두천캠퍼스도 지역의 문화와 산업에 공헌해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동양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주 캠퍼스는 철도대학을 비롯해 모두 17개의 모집 학과(부)로 돼 있고 동두천에는 게임학부, 디자인학부, 공연영상학부 등을 비롯한 6개의 모집 학부(과)가 있으며 정원내 전체 입학 정원은 990명이다. 영주캠퍼스는 ‘공무원사관학교’로 많이 알려져 있고 우수한 실적도 얻고 있다. 7급 지역 인재선발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11년 연속 선발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철도 대학에서는 지금까지 KORAIL, 서울교통공사 등에 500여 명 가까이 취업했다. 특히 지난 11월 3일에는 우리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이 미국 수출에 성공하며 선적식을 하기도 했다. 결국 대학은 이와 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인력 양성은 물론 지자체 및 기업들과의 공동 노력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 총장 취임 전, 동양대에 많은 일이 있었다. 총장이 취임하자마자 마무리를 맡게 됐는데.
“전국적으로 본의 아니지만 아주 유명한 대학으로 돼 있어서 매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어려운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잘 정리되면서 모든 일들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다. 내부 구성원들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의견 수렴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일이 잘 되도록 구성원들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지역과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키우는 곳인 만큼 오로지 교육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임기 동안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총장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대학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학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를 걱정 없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2024년은 동양대 개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학교에 재직하면서 항상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성년이 됐다. 그동안 설립자를 비롯한 전임 총장들께서 ‘새 歷史의 開拓’이라는 창학 이념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지만 지금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부단한 노력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개교 30주년이 되는 해를 대비해 새로운 비전 선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한국 고등교육 환경은 위기 상황에 있다.
“위기 상황이라는 이야기는 10년보다 훨씬 전부터 언급된 단어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단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13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문제, 코로나19 팬데믹,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시대에 대한 대비 등 갑자기 다양하게 밀어닥친 문제들을 차치하고라도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존폐에 대한 결정타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단합된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총장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 그렇다면 앞으로 동양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구체적인 복안이 궁금하다.
“첫 번째로 동문회 활성화, 구성원 단합, 발전기금 활성화, 교지 활용 방안 모색 등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 2016년 동두천 캠퍼스를 개교하면서 자금 운영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발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영주 및 동두천 캠퍼스를 각각 시대와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특성화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시문제 대응은 물론 우리 대학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동두천 캠퍼스는 수도권에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영주 캠퍼스는 철도대학을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특성을 갖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원격 교육을 강화하고 동시에 여기에 걸맞은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대학은 물리적 공간과 메타버스라는 복수의 캠퍼스를 가지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대도 이러한 멀티버시티를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다. 이미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일부 학과에서는 2022년부터 교육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고민하는 중도탈락률 감소를 포함한 재학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재학생이 만족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입학-졸업-취업으로 연계되는 학생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또 다른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재학생들이 사회에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지속적으로 찾아 해결해서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겠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총장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려 한다.”

동양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하운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편집인(오른쪽).
동양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하운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편집인(오른쪽).

■ 이하운 총장은…
1982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공학석사와 박사를 했다. 이후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2년까지 재직하며 통신연구소 과장을 지냈다. 1994년 동양대 철도전기융합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산업기술연구소장, 공학교육혁신센터장, 기초교육원장, 도서관장, 입학처장, 교무처장 등을 맡았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부총장을 지냈다. 지난 9월 동양대 제9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최용섭 편집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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