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최근 대학도서관들이 앞다퉈 공간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용자 요구의 수용이란 명분을 앞세워 서가와 책을 치우고 그 자리를 편의시설과 휴게공간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 결과 고유의 ‘대학도서관’이라는 특징은 사라지고 북카페, 서점과 같은 책을 매개로 한 상업시설과 유사해져 가고 있다. 

대학도서관들간의 차이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대학도서관마다 각기 다른 특징과 다양성이 있었던 것과 달리 새롭게 공간변화를 하려는 대학도서관들이 먼저 변화를 경험한 도서관을 벤치마킹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공간의 구성과 내용에 있어 모든 국내 대학도서관이 비슷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에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한 도서관 한 두곳만 봐도 전국 대학도서관의 공간변화 흐름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도서관의 많은 사서들도 ‘휴게공간의 증가’, ‘장기적인 안목 부족’, ‘모든 도서관의 획일화’, ‘너무 시대적 유행만을 좇아가고 있는 점’ 그리고 ‘도서관의 특성 소실’ 등을 공간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2018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역도서관을 아마존 서점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Mourdoukoutas의 기고문 “Amazon Should Replace Local Libraries to Save Taxpayers Money”를 게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도서관과 대형서점이 책을 보거나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이 유사하고 오히려 서점이 이용 패턴과 선호도를 감안한 발빠른 대응으로 이용자들이 더 선호하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을 없애고 대형서점이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도서관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온 개인의 주장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도서관이 이용자가 선호한다는 이유로 공간의 쾌적성과 편의성에 치중하고 도서관의 특징이나 차이점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학도서관이 이용자를 위한 안락한 공간만을 제공하고 편의시설의 수만을 늘려 결국 카페나 서점과 같은 상업 시설과의 차이점이 사라질 때 마주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용자의 도서관 이용행태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도서관의 공간변화는 바람직하다. 지능형 사물인터넷 기술을 포함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그리고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가상세계로의 도서관 공간 확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기술의 변화와 이용자의 요구에 대한 빠른 대응이 대학도서관의 역할을 다양화하고 이용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의 공간변화를 논하기에 앞서 대학도서관의 ‘본질’과 ‘목적’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도서관은 북카페나 대형서점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단지 이용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책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공간도 이들 시설을 닮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대학도서관 공간은 활용성, 효용성과 함께 대학도서관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가치도 중요하다. 즉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으로서의 공간’이 대학도서관 공간변화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공간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도 대학도서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학도서관이 여타 상업 시설이나 기관들과 공간구성에 차이가 없고 대학도서관의 상징성과 정체성 그리고 차별성을 보여줄 수 없다면 공간의 변화가 오히려 대학도서관의 존재와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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