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산하 고등교육기관 밀양 폴리텍 캠퍼스 신설 준비…조해진 교육위원장 취임 이후 사업 불씨 살려
학령인구 감소, 대학 모집난 심화, 교육부 정원 감축 기조 속 전문대-폴리텍 기능 중복 문제 없나
교육 통계 등 모든 정책 따로 놀 가능성 우려돼…부처 간 고등교육기관 구조조정 필요 제기

폴리텍 밀양 캠퍼스 조감도 (사진 = 밀양시청 홈페이지)
폴리텍 밀양 캠퍼스 조감도 (사진 = 밀양시청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이 밀양시와 손을 잡고 경남 밀양에 폴리텍 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폴리텍과 전문대 학위과정의 기능 중복, 교육과정의 차별성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 부처 간 정책의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줄이라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타 부처의 고등교육 기관이 설립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이어진다.

폴리텍은 밀양시,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장)과 함께 밀양폴리텍 설립추진단을 조직하고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3월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이 구상하고 있는 밀양 폴리텍 캠퍼스는 ‘나노 폴리텍’으로, 나노산업분야와 관련된 전공과정을 개설하고 정규과정에 300명, 단기과정에 1500명을 모집한다.

앞서 밀양 폴리텍 캠퍼스 건립 사업은 중단과 재추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3년 조해진 의원의 주도로 ‘밀양 폴리텍대학 캠퍼스 타당성 연구용역’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2015년 본격 추진되다가 2017년 7월 갑작스레 중단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전문대와의 기능 중복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조해진 의원이 21대 국회 교육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다시 건립 추진의 불씨를 피웠다.

■ 고용부의 폴리텍-교육부의 일반대‧전문대, 같은 고등교육기관이지만 정책은 따로 = 밀양 폴리텍 캠퍼스 건립 추진이 중단된 이유에서도 보이듯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새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는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 여전히 폴리텍 신설이라는 움직임이 대학 정원 감축 기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간 고등교육 정책이 엇갈리고 있음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처 정책의 엇박자가 일어난 상황 그 자체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기관은 정원을 줄이고 있는데, 한쪽에서 새 고등교육기관을 만들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모집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 교육부가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과, 폴리텍 캠퍼스를 추가 신설해 고등교육 기관의 모집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완전히 엇갈리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정원 감축 기조와 폴리텍 캠퍼스 신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2021년 6월 발행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폴리텍의 지역 내 평생능력개발허브 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폴리텍은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학위과정 정원을 감축하고 있으나 입학생 감축 노력이 비교대상이 되는 전문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몇몇 지역의 경우 폴리텍 신설 움직임이 있어 오히려 총 정원 감축 방향과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며 “캠퍼스 통폐합 등의 노력은 시도조차 하고 있지 못해, 조정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지적했다.

타 부처 산하 기관이라는 이유로 폴리텍은 교육부의 정책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폴리텍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다보니 교육부는 개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육 통계도 따로 놀고 모든 정책이 따로 놀게 된다”고 말했다.

소속은 달라도 같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전문대와 폴리텍 관련 행정에 차별이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폴리텍의 경우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어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사립 일반대‧전문대는 사업이 확보돼야만 그때그때 일부 재정을 지원받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명예연구위원은 “여러 부처가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 경쟁을 하게 되면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부처 간 고등교육기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폴리텍 영천 캠퍼스 설립 추진 당시 만들어진 조감도.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폴리텍 영천 캠퍼스 설립 추진 당시 만들어진 조감도.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 ‘전문대’-‘폴리텍’ 기능 중복, 과잉 인력 양성·예산 낭비 등 따져 봐야 = 밀양 폴리텍 건립 사업이 중단된 이유 중 ‘기능 중복’이 있는 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폴리텍 캠퍼스가 신설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따라 붙는 것은 전문대와의 기능 중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개교한 폴리텍 영천캠퍼스 역시 전문대와의 기능 중복 문제에 시달렸다. 당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소속 135개 전문대 총장단은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추가 교육기관의 설립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폴리텍 영천 캠퍼스 설립 인가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전문대가 이미 전국 25개교 로봇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북 영천시에 신규 폴리텍 로봇 캠퍼스를 설립하려는 것은 과잉 인력의 양성과, 막대한 국가 재정의 손실을 초래한다”며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면 현재 운영 중인 전문대에서 필요한 직무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과잉 인력의 양성이나 국가 재정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폴리텍대학은 전문대와 폴리텍의 기능이 구별되는 지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했다. 영천 캠퍼스 설립의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당시 폴리텍대학 관계자는 “교육의 트렌드가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인력을 바라는 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전문대와 폴리텍대학의) 공동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상 폴리텍과 전문대가 차별성이 없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정 명예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전문대와 폴리텍은 기능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맞다”며 “2년제 과정으로 인력을 양성한다는 점, 고등직업교육을 한다는 점, ‘2년제 학위’를 준다는 점 등 기본적으로 같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관점이다”라고 밝혔다.

기능이 유사한 기관이 무분별하게 설립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박 교수는 “전문대가 이미 무너져가고 있는데 또다시 폴리텍을 짓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에 폴리텍 측은 “전문대와의 기능 중복 문제는 인근 전문대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상생 협력방안을 강구해 해소할 것”이라며 “폴리텍의 직업교육을 통해 상호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밀양 폴리텍 캠퍼스 설립은 타당성 연구에 따라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와 밀양을 포함한 동남권 발전에 따른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전문대와의 교류협력을 통한 구체적인 기능 중복 해소 방안에 대한 추가 질의에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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