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입학팀장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2년 넘게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국내 대학의 수많은 국제화 전문가들의 열의를 꺾지는 못했다. 지난 1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22회 한국국제교육자협회(Korean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Educators) 정기총회에는 약 230명의 국내 대학 교직원이 참가해 국제교류와 외국인 학생 유치 관리 분야의 혁신과 발전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국내 대학의 국제화 영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운영 중인 미국 대학에서 근무해온 이력 때문이었을까. 여러 세션 중에서 필자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의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해외 진출 현황과 과제’ 세션이었다.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최우선 정책 의제로 자리잡은지도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다. 급속한 양정 팽창에 대한 일부 우려와 현실화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캠퍼스에 ‘외국인’이 많이 보이게 된 것은 물론 각종 세계대학 평가 등 대외적인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과거의 영광과 상처는 이제 뒤로 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 대학의 상황에 맞게끔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이니셔티브(strategic initiative)와 준거(reference)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해외캠퍼스 설립·운영 사례를 연구하는 미국 C-BERT(Cross-Border Education Research Team)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 국가에 300여 개의 ‘국외 캠퍼스(International Campus)’가 만들어져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캠퍼스를 수출한 국가는 △미국(86개) △영국(43개) △프랑스(38개)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선도적인 해외캠퍼스 설립·운영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인하대학교의 타슈켄트 캠퍼스도 그중 하나다. 1995년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은 국제적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조하며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분교) 설립을 허용했다. 이후 2013년 정부의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에 따라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지난 세월 동안 이보다 더 많은 성공 사례들이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유의정 외, 2021)에 따르면 2017년 고등교육법 개정 그리고 2018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고등교육의 해외 진출’ 성과로 활발하게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으며 아직 제도적 걸림돌이 많다고 한다. 해외에서의 공동교육과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A 대학의 국제교류팀장과 필자가 최근 가졌던 미팅에서 “교육과정 국제협력,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는 말이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통제(control)가 아니라 촉진(promotion) 관점에서의 시스템 정비의 아쉬움을 내비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는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U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시스템이 한국(송도)에 설립한 확장형 캠퍼스다. 미국 뉴욕주립대의 64개 대학 중 스토니브룩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의 6개 학과, 패션기술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2개 학과 정규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30여 명의 대학원생으로 출범한 후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해 현재 1300여 명의 학생을 보유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해외캠퍼스 설립 사례’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뉴욕주립대 이외에도 몇 개의 외국대학이 더 유치돼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2005년 외국교육기관법 제정 이후 지난 약 17년 동안 대한민국은 비교적 많은 수의 해외 대학 캠퍼스를 유치해 운영 중인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원격(remote)’과 ‘가상(virtual)’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은 지금, 물리적으로 국외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오프라인’ 형태의 대학 시스템·교육과정의 해외 진출만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단연 국제적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대학교 수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약 10배로 알려진 미국의 상황과 직접적인 비교하는 것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제적 관점에서 국내 대학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의 대학들에 비해 ‘고등교육의 국제 교역’을 통한 리더십을 그 잠재력에 비해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달리 얘기하면 고등교육 산업의 무역수지는 만성 적자라는 얘기다.

최근 ‘대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키워드로 수렴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단편적이라 아쉽다. 지난 20여 년 국내 대학이 국제화를 중심으로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쳤지만 내부에서의 고뇌와 분투와는 달리 대학의 존재 의미, 지향하는 가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시스템과 콘텐츠가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만 글로벌 비교우위를 갖출 수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국가의 ‘규제 샌드박스’ 위에서 마음껏 발전해나가도록 해야만 대학 사회의 진정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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