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전자융합공학과 교수로 연구 성과를 삶의 질 높이는 데 ‘앞장’
대학의 우수 혁신 기술 바탕으로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 연구
높은 전자 이동성 이용한 그래핀 다공성 하이브리드 센서 개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상용화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주고 싶다”

심준섭 바이오제네시스 대표.(사진=김한나 기자)
심준섭 바이오제네시스 대표.(사진=김한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나 기자]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치매’. 치매는 환자는 물론 가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의 강도가 다른 질병에 비해 매우 높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증상이 진행되면 어마어마한 비용과 정서적 어려움을 온전히 감당해야만 한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증상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액 검사로 조기 판별이 가능한 대부분의 질환과 달리 치매는 조기 발견이 어려워 사전에 예방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그래핀 센서를 이용한 혈액 기반의 치매조기진단시스템으로 의료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벤처회사가 있다. 바로 ‘바이오제네시스’다. 대학 연구실 기반의 창업기업으로서 2018년 6월 설립돼 바이오 헬스케어, 질병진단 정밀측정센서 및 자동화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광운대학교 전자융합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심준섭 대표는 차별화된 소재를 통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기술혁신을 만들어내며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의료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첨단기술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업, 바이오제네시스의 심준섭 대표를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 센터M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났다. 

- 바이오제네시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대표님만의 경영 철학도 궁금하다.
“광운대 실험실 창업기업으로서 대학의 우수한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치매의 조기진단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화학 성능이 우수한 하이브리드 그래핀 신소재를 개발해 이를 배터리 음극재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카본 음극재를 대체하는 고효율 고수명의 차세대 배터리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그래핀 소재를 이용한 전기화학 센서를 이용해 혈액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고감도 측정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수행 기업으로 선정됐고, 치매극복 기술개발사업 등에 선정돼 다수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현재 그래핀 소재와 관련한 특허 3건이 등록이 돼 있고, 배터리의 경우 출원을 해서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팁스 과제 및 치매 극복 연구개발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19억 원의 정부 연구비를 유치하고 그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의 경쟁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꼭 필요한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 혈액 기반의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가.
“치매 조기진단 센서의 경우 혈액 내 치매 마커의 단백질 농도가 매우 낮아 측정하기가 어렵다. 뇌와 혈관 사이의 가로막으로 인해 뇌 속에서 발생하는 치매 마커가 혈액 속으로 유입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혈액 속 매우 낮은 농도의 치매 마커를 읽어내기 위해 높은 전자 이동성을 이용한 그래핀 다공성 하이브리드 센서를 개발했다. 개발된 그래핀 센서를 적용한 결과 기존 기술 대비 만배 높은 민감도로 혈액 속 5종의 치매 마커를 검출했다. 실험적으로 혈액 1ml내의 단 0.1fg 치매마커 검출이 가능했고 조기 치매 발견 가능성을 확인했다.”

- 기존의 치매 검사는 어떻게 진행돼 왔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뇌 척수에 주사를 찔러서 치매를 검사하는 뇌척수액(CSF) 검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조기 치매 진단 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조기 진단을 하려면 건강 검진을 하듯이 1년에 한 번씩 파악하는 형태다. 따라서 혈액을 이용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치매 조기진단 센서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1등급 인허가 승인을 받았고,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상적 성능 평가가 완료되면 2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관련 특허도 등록돼 있으며, EBS 명의에 출연한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님과도 같이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치매는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진단이 최선으로 봐야 하나.
“최대한 빨리 발견해서 치매가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약물치료와 인지훈련 등으로 증상을 늦출 수 있다. 식습관도 바꾸는 것이 좋다. 증상 진행이 지연되면 그나마 사망할 때까지 치매 중증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치매는 20년 이상 진행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미리 발견해 관리를 하면 된다. 발견을 못해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늦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게 최선의 방식이다.”

- 현직 교수로 있으면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현직에 있으면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에 대해 실질적으로 상용화를 해서 치매나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창업한 지 벌써 4년이 다 돼간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 과학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가개발사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들이 가치 있게 잘 활용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다.”

심준섭 바이오제네시스 대표(사진=본인 제공)
심준섭 바이오제네시스 대표(사진=본인 제공)

- 처음 벤처기업을 창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을 처음 해봤다. 여지껏 사업도 해보지 않았고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다보니 시작하는 단계에서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다. 하지만 차츰 배워가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장려해주는 ‘K-스타트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통해 멘토링 수업도 받고 있다.”

-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대학에 있으면 연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실질적으로 연구하는 과제들이 세상에 기여를 하고 현실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하는데 막상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 그런데 창업을 통해 이런 부분을 구체화하는 통로를 찾게 된 것 같아 좋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학문적인 내용이 아닌 실질적으로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가르쳤다. 학생 입장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 향후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단순 기술에서 끝나지 않고 잘 상용화 됐으면 한다. 현재 직면해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사회에서 잘 활용되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테슬라나 애플처럼 현실적·기술적 문제들을 혁신 기술로 해결하면서 기술 트렌드를 리드하고, 나아가 전세계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업 능력이 좋은 대표보다는 기술력이 좋은 연구자로서, 마케팅을 잘해서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게 되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 계열사에 관련 기술을 납품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기 건강검진 시 치매 검사도 함께 진행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암이나 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감소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관리가 가능해진다면 환자와 가족이 치매로 겪는 고통과 의료비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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