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지방선거 출마연령 만 18세로…공직 선거법 개정안 의결
낮아진 정치 문턱…지역구에서 1020 청년 정치인들 도전 잇따라
강동엽 전 예비후보 “직접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다영 비례대표 후보 “지역사회 문제 스스로 해결책 찾고자”
“연륜·경험의 부족은 약점 안돼, 변화·혁신 이끌어내는 원동력”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성군의원 ‘나’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강동엽 씨는 만 18세다. (사진=본인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성군의원 ‘나’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강동엽 씨는 만 18세다.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10대 기초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총선과 지방선거의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1948년 피선거권이 25세로 결정된 이후 74년만인 올해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0대 출마자가 나오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길이 열리자 1020세대 젊은 청년들의 정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만 18세인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강동엽 씨가 대구 달성군의원 ‘나’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비록 기초의원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강 씨는 지난달 3일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대구 지역 지방선거 청년 출마예정자 공개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국민의힘 포항시 기초의원 비례대표 1번 후보로 확정된 이다영 씨는 만 24세다. 위덕대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지난해 국감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본인 제공)
국민의힘 포항시 기초의원 비례대표 1번 후보로 확정된 이다영 씨는 만 24세다. 위덕대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지난해 국감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본인 제공)

국민의힘에서는 포항시 기초의원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이다영 전 위덕대 총학생회장이 지난 3일 확정됐다. 이 후보는 만 24세로 지난해 국감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재정규모가 크고 충원율이 높을수록 지원을 받는 ‘부익부 빈익빈’ 정책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 역시 포항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청년주거분과부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어려움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길은 열렸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실제로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 도전을 결심했을 때 자주 접한 반응도 “어린 네가 할 수 있겠냐”였다. ‘청년 정치 후진국’이라는 오명이 있는 한국에서 공천심사비와 기탁금과 같은 ‘돈·조직·정보’로 대변되는 장애물도 큰 장벽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역 정치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정치판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라도 청년 정치인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 후보에게 청년 정치인에 도전하는 이유와 의미 그리고 과제를 들어봤다.

강동엽 전 예비후보. (사진=본인 제공)
강동엽 전 예비후보. (사진=본인 제공)

강동엽 전 예비후보 제도와 정책만으로 청년 정치인 도약할 수 없어…의식 개선 필요”

- 정치에 직접 도전장을 내민 계기는.
“작년 12월 31일, 이전부터 관심갖고 지켜보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며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하향됐다. 항상 뉴스를 통해 정치를 접하면서 ‘직접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후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뉴미디어본부 본부장으로 선거를 경험했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활동을 지속해왔다. 여러 정치활동을 통해 쌓은 능력을 청년위가 주최한 대구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공개 오디션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1위에 오르며 증명해 보였다.”

-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비판적 사고가 없었다면 저 또한 보수정당의 지지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치이념과 가장 가까운 정당이자 힘이 있는 정당이었기에 지지하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보수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당이라고 봤다.”

- 정치 신인들이 선거를 치를 때 가장 큰 장벽은 ‘돈·조직·정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정치 입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돈·조직·정보’라는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처음 비례대표 출마를 고려한 이유가 돈이다. 선거구 출마자가 내는 기탁금이 비례대표 출마자가 내는 기탁금보다 더 많다. 그리고 조직에 소속되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만큼 소속되고 구성원들과 친밀감을 쌓는 과정이 힘들다. 이번 선거 준비 과정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때 힘들었다. 그럴수록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했다.”

- 정치인 강동엽의 강점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고 혜택이 주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그 자체는 절대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없다. 청년이 가진 장점과,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제 장점은 △상황의 개별성과 사고의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유연함 △리더십 △의지와 추진력이다.”

-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권에 자리잡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말 답변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각 정당이 청년 정치인들을 대체로 ‘구색 갖추기’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결국 정당 구성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절차를 밟기도 전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할당과 같은 제도적, 정책적 도움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보통 청년 정치인들은 지역구 선거의 벽을 뚫기 어려워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구 선출직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처음에는 달성군의회 비례대표 출마를 생각했다. 다만 달성군 특성상 지역 면적이 굉장히 넓다 보니 모든 지역의 현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신념 하나로 거주 지역구인 달성군 나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공천 결과가 나왔는데 떨어졌다. 후련하다. 여태 살아오며 가장 잘 알고 개선점을 찾아온 지역구에 정치적 계산 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 이번 지방선거는 피선거권이 만18세로 하향되고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청년 정치인들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본선에서 당선되는 후보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모든 청년 예비후보들의 도전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더라도 충분히 청년 출마자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보여준 능력으로 향후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할 모습이 기대된다.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도 알았겠지만 의지를 갖고 도전하고 세상에 보여준 그들의 능력으로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거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고, 도전하고, 부딪히는 강동엽을 지켜봐 달라.” 

이다영 후보 “지방이 트렌드 세터로 나아가게 하는 트리거 역할 할 것”

- 포항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총학생회장에 도전했던 것도 우리 대학의 문제점을 학생들 스스로 바꿔보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게 돼 지역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총학생회 시절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학교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역대 최고의 총학생회다’라는 찬사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를 넘어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청년으로서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어 현실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 정치 입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실제로 대학졸업 후 출마의지를 밝혔을 때, 지인들도 응원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가진 것 없이 정치에 뛰어든다고 하니 걱정됐을 것 같다. 입문과정에서 돈, 조직, 정보 역시도 장애물이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린 네가 할 수 있겠냐”하는 어른들의 시선이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청년들은 상당한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주체로서 청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지방유지들의 계모임처럼 지방의회가 여겨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 정치인 이다영의 강점은.
“젊고 유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교내 문제와 지역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해결한 경험이 자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지역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지방은 트렌드 팔로워였다면 제 등장과 함께 이제는 지방 역시 트렌드 세터로서 나아가게 하는 트리거가 됐다는 것 역시 말하고 싶다.”

-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권에 자리잡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사회, 정당, 청년 본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간 구색 갖추기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역시 그들에게 핵심적인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당은 기성세대와 청년이 가진 사회적 기반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국민의힘은 공천심사비가 110만 원으로 청년 50% 감면을 받아도 55만 원이다. 이처럼 정당 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에서부터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스피커 역할과 더불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실질적인 권한 역시 주어져야 한다. 청년정책과 관련된 부서도 신설돼야 한다.”

- 이번 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활약이 기대된다.
“앞선 질문에서처럼 청년만 외치는 정치는 저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란 어느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출마한 곳에서도 그렇고 타 지역도 그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보다는 단체 회장과 같은 직함 정도가 도전하는 청년들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 아쉽다. 다만 좀 더 세대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며, 지역 현실을 잘 이해하고 지역 발전에 사심없이 도전한다면 지역 정치에 상당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은 어느 시대에나 시대의 변화에 앞장서 왔던 세대다. 군사독재 시절엔 군사독재에 맞서, 자본주의가 왜곡된 시대에는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사회변화의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지금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의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고 이것은 국가적 위기를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다. 이런 때 지역 정치인으로서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지방 모두가 살만한 곳으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싶다. 연륜과 경험의 부족은 약점이 아니라 기존의 정치 방정식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저를 필두로 한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 사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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