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發) 위기를 기회로…미래산업 인재 육성 역량 집중
디지털 대전환·융합과 공유·미래 산업 대비 등 혁신 사례 주목
“이제야 기반 갖춰…보다 충실한 제도와 인프라 뒷받침돼야”

(사진= 아이클릭아트)
(사진=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비로소 엔데믹에 다다른 것일까. 대학은 문을 열고 학생들은 학교로 모여들었다. 청춘을 뜨겁게 녹일 축제가 연일 이어지면서 ‘진짜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기대에 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코로나19는 약 2년이 넘는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교육의 판도를 바꿔놨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갑작스레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며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신과 콘텐츠의 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고등교육은 ‘공유와 협력을 통한 혁신’을 앞세웠다. △협업·공유를 통한 대학·지역의 성장 지원 △미래사회 핵심 인재 양성 지원 △고등 직업 교육의 내실화 △전 국민의 전 생애 학습권 보장까지 고등교육에서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내용이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코로나19 N년차에 접어들면서 대학 교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학은 언제든 비대면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블렌디드 수업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했고, 공유와 협력의 가치에 더 중점을 두게 됐다. 수업은 점차 융·복합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더불어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미래 산업 인재 양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대학의 변화, ‘디지털 대전환’ = 대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무엇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디지털 대전환’이다. 경동대는 대학의 3대 발전 목표에 디지털 대전환을 포함해 에듀테크 기반 교육인프라 혁신 등을 포함한 15개의 구체적 세부 실행과제를 수립했다.

군산대도 쌍방향적 원격교육이 가능한 교육 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 국내 최초 통합형 미디어 센터인 블랙 스튜디오, 이클래스 시스템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강의실과 온·오프라인 모두 활용 가능한 확장성 있는 통합 교육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실습수업을 도입한 선문대의 사례도 주목해볼 만하다. 선문대는 디지털 교육 혁신을 목표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교육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 다양한 학문의 결합, 대세는 ‘융·복합’ 교육 = 건국대는 ‘자기설계전공제’를 도입하면서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전공 이외에 자신의 진로에 맞게 새로운 융합형 전공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해 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학점 취득은 물론 복수 전공도 인정받을 수 있다.

광운대도 획일화된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다양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 스스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설계해 지도교수의 지도하에 기획한 활동을 수행하는 ‘참빛설계학기’, 교수가 주도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학부생이 참여해 여러 학년 학생이 한 팀을 이뤄 장기간 진행하는 ‘KW-VIP’가 대표적이다.

덕성여대는 수도권 최초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면서 진정한 융·복합 학문을 실천하고 있다. 2020년 신입생부터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해 1년간 전공탐색과목과 교양과목을 수강하고 이후 자신에게 맞는 학문 분야를 선택해 진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선 대학들…신산업 분야 인재양성 =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도 눈에 띈다. 단국대는 미래 주요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와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부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 주관대학에 선정되면서 천안캠퍼스가 가진 의생명과학 분야에 전문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올해는 대학원에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파운드리공학과를 신설해 반도체 인재육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어학이 강점인 한국외대는 어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한국외대형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나선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통해 다국어 통·번역 낭독체 데이터로 총 3000시간의 한국어-영어, 한국어-다국어 통·번역 훈련과 평가 등에 활용되는 대용량 ‘코퍼스(corpus)’를 구축한다.

가톨릭대는 ‘10대 혁신전략’을 세우고 첨단학과 클러스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학·바이오메디컬이 융합된 바이오메디컬 첨단학과 클러스터와 데이터사이언스·인공지능이 결합된 인공지능 첨단학과 클러스터 두 축을 통해 미래 첨단분야를 이끌어 나갈 인재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첨단학과 클러스터와 8개 대학병원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숭실대는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라는 비전을 토대로 교육 영역의 AI융합 관련 목표를 설정했다. 2021년부터 모든 신입생과 재학생은 AI 기초과목과 AI 융합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모든 학과에 AI전공융합과목을 신설했다. ‘AI모빌리티 융합전공’ 교과과정 운영으로 AI와 자율주행, 빅데이터 분석 분야 융·복합 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 법적·제도적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교육 혁신의 관건 = 물론 대학에서 다양한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을 넘어: 대학교육 혁신의 과제’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학 수업의 지원 시스템은 그 여건을 갖췄지만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혁신적인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대학 교육의 보편화를 반영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개혁 △대학 교육 내용과 방법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적 기술을 대학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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