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문 대진대 총장

임영문 대진대 총장
임영문 대진대 총장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의 산업화 정책에 의해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뤄낸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 중심의 성장으로 인해 사람, 물건, 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됐으며, 그로 인해 지역 간의 격차가 현재까지도 국가의 중요한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지역 간의 격차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많은 국가들이 국가발전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집중으로 생겨난 현상이며, 압축성장한 우리나라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대진대학교가 있는 경기도 포천시는 경기도에서 철도가 연결돼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로, 접경지역으로서 지역 발전이 오랜 기간 소외돼 온 곳이다. 거주하고 있는 주민 수도 2008년 16만176명에서 2020년 14만7274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는 등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주도하는 첨단미래산업의 기반이 경기도 남부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경기도 북부, 특히 포천시가 위치한 동북부의 산업적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파도 다른 지방 지자체와 유사하게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대학의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2017년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자동차와 광역버스를 통한 포천시로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산업단지도 새롭게 조성되는 등 경제·환경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많은 지방 지자체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서울과의 연결성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포천시의 인구는 더욱 가파른 기울기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다른 지방소재 대학들의 학생 유치 및 대학 가치 상승을 위한 절실한 노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COVID-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모든 곳에서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의 물리적 이동으로 세계의 변화가 이뤄져 왔던 시절에서 이제는 비대면과 모바일이 일상화되고 서비스 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등 사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지금, 과거의 생활 방식으로 조금씩 되돌리고 있으면서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함이 다시금 일깨워지고 있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즉 비대면과 모바일로 인해 삶의 경계가 무한히 확장됐지만 그만큼 내 주변과 지역을 재발견하려는 변화도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미국에서도 복잡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넓은 근교에 회사 건물이나 주택을 마련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팬데믹 위기를 통해 탈집중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먼저 캐치하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사회의 큰 버팀목 중 하나인 대학이다. 이는 수도권 집중의 많은 혜택을 누려왔던 대학은 공유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수도권 외곽 또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만이 새롭게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대진대는 성실·경건·신념의 정신으로 고등교육의 불모지 경기 북부지역에 30년 전 최초로 종합대학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이정표를 세웠다. 1992년 개교한 이래 상징 동물인 소처럼 우직하고 굳건하게 포천시와 인근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대학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2005년에 학교법인이 주도해 설립한 민간주도형 경기대진테크노파크는 지역산업 전략 및 정책 기획, 강소기술기업 육성, 유관기관 교류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 및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지역산업 육성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가구, 유기농, 전통식품, 신재생에너지 등의 지역특화 산업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올해는 대학 개교 30주년을 맞이해 중장기 발전계획인 『대진 VISION 2030』을 수립했으며, 발전전략의 목표로 지역공헌을 큰 비중으로 두어 지역 발전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대진대가 위치한 경기 북부와 포천시는 가구와 섬유 산업 단지가 있어 해당 분야의 산업이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 대학은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지역 굴지의 기업들과 MOU를 체결해 연계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첨단 IT 기술과 융합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전공 신설 및 교육과정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의 가치를 높게 두고 있는 경기 북부 지자체와 협력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이슈화되고 있는 탄소중립과 환경보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급변하는 세상에 인근 지역사회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익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을 대학의 중요한 존속 가치 중 하나로 인지하고 있다. 최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직업전환 교육, 재취업 교육 등에 대한 교육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운동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별에 상관없이 스포츠 강좌, 건강 및 의료 강좌에 대한 높은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평생교육 수요유형 분석 기반 수요자 맞춤 전략을 수립하는 등 관련 대응 전략을 수립했으며, 성인학습자 평생교육 수요 확대에 대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지원체계의 고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은 경기 북부에서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과 의료 인력 보완을 위해 간호학과를 설립해 2014년 첫 신입생을 맞이했으며, COVID-19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인력의 수요가 크게 높아지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진대는 교육, 사회복지, 구호 자선 등을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많은 공헌을 해왔으며, 지역사회의 취약한 보건의료서비스를 궁극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포천시, 동두천시와 손을 잡고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대 설립은 지역사회의 보건복지의 강화를 위한 대학의 최종 목표이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새 정부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대진대는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이해 ‘With you with us 함께하는 대학 대진대학교’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대학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야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이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는 기본적인 역할과 함께 소재하고 있는 지역에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뤄내는 구심점의 기능을 하게 되며, 20대 청년들이 대학으로 모임으로써 그 지역에 새로운 활력과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대학이 생존하고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그곳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모습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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