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제도·정원조정·기숙사설계 등 현안별 태스크포스팀 구성해 문제 해결, 미래교육 대응
“‘외치형’ 총장 되겠다” “권한 위임”…총장 직접 결재 하루에 ‘50~60건→20개’ 확 줄여
용인시와 연계해 지역축제, 문화사업, 수익사업 등 추진…교육·문화 중추적 역할 기반 마련
글로벌 시대 맞아 체육계 동문 조직 활용해 ‘썸머캠프’ 추진…400명 규모 기숙사 확충도

올 2월 22일 용인대 총장에 취임한 한진수 제9대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사진=한명섭 기자)
올 2월 22일 용인대 총장에 취임한 한진수 제9대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아테네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원희, 11년 동안 세계최강자로 군림했던 태권도 간판 이대훈, 한국인 최초 UFC 진출에 성공했던 파이터 김동현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로 모두 용인대학교를 졸업했다. 용인대는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인 양성의 산실로 유도학과, 태권도학과, 무도스포츠학과, 동양무예학과 등 무도학 운영에 힘쓰고 있다. 종합대학 중 단과대학인 무도대학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용인대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용인체대’로 통하기도 한다. 체대 수시전형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 달할 정도로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지 30년을 맞은 용인대는 중요한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영화·음악·음식 등 다양한 K-컬처로 대표되는 한류열풍을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내부적으로는 올 2월 22일 총장에 취임한 한진수 제9대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한 총장은 “AI가 화두가 되면서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과,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며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AI와 융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예술‧체육‧복지 분야의 콘텐츠에 강점을 살려 ‘K-컬처’를 보여줌으로써 질적 성장은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문화콘텐츠의 경쟁력 강화에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두고 있는 한 총장을 지난달 24일 용인대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그의 대학 발전 계획과 실행 방안 등을 들었다.   

- 새 정부 들어 대학 평가를 지양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동안 교육부는 줄 세우기식의 평가와 지원을 해오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이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그동안 용인대는 특성화대학으로 분류돼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평가를 받지 않았다. 일반대와 같은 지표로 평가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대학이 처음으로 평가에 참여하다보니 경험도 부족했고 준비 기간도 짧았다. 외부에서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앞서 2개 대학을 구제한다고 얘기됐지만 지표를 단기간에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표를 맞추거나 유지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갈 수 있다보니 대학재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내부적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일률적 줄 세우기 평가는 지양돼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면서 특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 최근 대학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 운영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총장의 여러 자질 가운데 대외 교섭력이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총장도 ‘내치형’보다 밖에서 뛰는 ‘외치형’ 총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총장 부임 이후 대학 운영에 변화하는 점이 있다면. 
“총장 취임 직후 직접 결재해야 하는 사안이 하루에 50~60건이 넘었다. 권한을 위임하고 권한을 부여한 이들에게 책임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임 초반에 총장 결재를 하루에 약 20건으로 줄였다. 20만 원 이하는 제가 결재를 하지 않아도 업무가 돌아간다. 회계부정만 없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시스템만 잘 갖춰놓으면 된다는 얘기다. 몇십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사안을 총장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1000만 원 이하 건은 부총장이 맡고, 처·실장이 권한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총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위임전결규정을 만든 것이다. 교내에서 결재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대외 활동은 언제 할 수 있겠는가. 지금 현재도 제가 직접 결재하는 부분을 더욱 줄이려 하고 있다. 대신 사전 기획 단계에서 제대로 보고를 받고 확실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한 번 결재를 받기 전에 제대로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고, 이후에는 운영만 잘 하면 된다. 결재가 될 때마다 총장이 결재하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시스템만 정착이 되면 수백 건의 결재가 줄어든다. 첫 학기 동안에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그런 후 저는 외부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다른 대학이 잘 하고 있는 부분을 벤치마킹한다거나, 대학 운영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외부 기관과 조직 등을 만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와 같이 시스템만 잘 갖춰 놓으면 우리 대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취임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교육 전환’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용인대가 추구하는 미래교육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취임사에서 3가지 사항을 언급했다. 대학의 미래교육, 거버넌스와 소통 개선, 재정확충 문제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우선 대학의 미래교육과 관련해 AI가 화두가 되면서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과 및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 대학은 일찍이 AI가 미래교육에서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AI융합대학’을 만들었다. 취임 이후 4차산업혁명 교육환경 대비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학과 개발과 학과 통폐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거버넌스와 소통 개선이다. 그동안 하의상달이 안 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모든 교수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학과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6개 단과대를 돌면서 총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각 학과 교수들이 생각하는 학교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 여기에 대해 처·실장 회의, 경영전략회의에 안건을 올려 놓고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이뤄지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처·실장과 안건을 제안한 부서와 부서직원이 같이 모여 심도있는 의견을 나눈다. 가령 ‘교수평가제도’가 토픽으로 올라오면 이와 관련한 관련 보직자는 물론 담당 직원까지 모여 토론해서 해결방안을 찾는 식이다. 또한 기획 단계에서도 처음 기안한 직원들이 지금 총장 인터뷰를 하는 이곳에 모여 회의를 하고 결론까지 낸다. 원래 총장실에 소파가 있었는데 소파를 과감히 없애고 회의실 전용공간으로 만들었다.”

- 한국 정부회계학회 회장, 동국대 경영대학원장 및 경영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회계 분야 전문가로 통하는데 해당 분야의 경험이 대학 운영에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제가 거쳐온 이력과 대학 운영이 시너지가 나길 기대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학 운영이 쉽지 않아 재무 건전성 강화에 고삐를 쥐고 있다. 재무 건전성을 쉽게 얘기하면 수입과 지출을 비교했을 때 수입이 더 많아야 한다. 문제는 14년째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이전에 비해 수입이 70~80억 원 줄었다. 해결방안은 명확하다. 비용을 줄일 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재무 건전성이 확보된다는 뜻이다. 국내 대학의 상황을 보면 외국인 학생(한국어학당 확보)을 유치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다. 정원외나 평생교육원 등 학점운영제를 활용해 해당 사업을 운영하면 수익사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들도 확충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특성을 찾아 산관학 협력 프로젝트를 유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교내 시설 중 유휴시설 임대를 준다든지 해서 수익사업화를 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프학과’를 통해 골프임대사업 등 고려해 볼 만한 사항들을 논의할 수 있다. 내년 70주년을 고려해 동문이나 사회단체 등 기부금과 발전기금 모집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대학 밖의 시선으로 보면 학교의 조직문화가 보수적·수직적이거나, 사회 변화의 흐름에 느리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용인대의 조직문화는 어떤가.
“교수사회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외부에서 제기되는 지적에 변화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교수평가제도, 승진제도를 손보고 있다.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우리 대학에 맞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정교수에겐 정년이 보장되지만 앞으로는 연차가 쌓여 호봉이 올라가는 단순한 호봉제에서 정교수도 A·B·C 등 등급으로 나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를 내는 교수들은 급여가 더욱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봉이 동결되면 정교수라고 해도 뭔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교직원들에게 적용되는 평가 시스템도 새롭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정성평가가 많긴 하지만 여러 기법을 동원하고 연봉제를 많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시스템 부분을 포함해 정원조정(미래학과 개념), 기숙사설계 등 여러 티에프팀을 운영하면서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저도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요즘 구성원 모두가 바쁜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웃음).”   

-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용인대가 위치한 용인시는 수도권 여러 도시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크다.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용인시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우리 대학이 수행해야한다고 본다. 용인시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대표적 축제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유리하다. 현재 우리 대학은 용인시와 함께 거리공연, 문화공연 등 협업 작업을 실제로 많이 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용인시와 협력해 상징성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용인민속촌, 에버랜드와 용인대를 연계해 국내외 관광객 대상으로 관광코스가 될 수 있도록 구상할 계획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은 연극, 영화, 국악, 실용음악, 태권도 등 대중공연을 할 수 있는 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2시간짜리 공연을 만들어 문화사업·수익사업·지차체 연관사업 등이 가능하다. 용인시와 용인시의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만들어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대학이 일종의 K-컬처의 힘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사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앞서 말씀드린 처·실장 회의, 대외렵력실 회의에서 준비해 경영전략안까지 올려 확정된 사안이다. 우리 대학의 수익사업이 되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찾고 이를 실행해 옮기면서 대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 체육계 동문이 많은 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측면이 많다고 본다.
“체육계 동문이 실제로 많다. 이외에도 경영학과, 경찰행정학과 동문 조직도 잘 짜여져 있다. 글로벌 시대에서 미국 태권도장 동문과 네트워크를 결속해 ‘썸머캠프’가 활성화되도록 해볼 생각이다. 용인대에 ‘썸머캠프’를 오는 학생들에게 태권도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이들에게 K컬처까지 연계해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대목이 기숙사 확충이다. 현재 400명 규모로 2년내 완공 목표로 잡고 사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와 시설 그리고 콘텐츠까지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과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 용인대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지 올해가 30년 됐다. 풍납동 일대의 조그만 대학이 6개 단과 대학, 30여개 학과를 갖춘 17만평의 종합대학이 됐다. 하드웨어를 갖추고, 양적인 팽창을 해온 것이 제1의 도약기라면, 이제부터 70~100주년을 맞아야하는 시점에는 미래교육에 맞는 학문적 토대를 갖추면서 제2의 도약기로 가야 한다. 우리 대학은 공대, 의대, 약대가 없다. 하이테크 개념보다는 문화예술이 특화돼 있고, AI와 다른 학문 분야가 융합하는 융합대학도 만들었다. 학교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미래교육에 대처하는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K-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도약하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 대학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탄탄하게 다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 예술, 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알아주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향후 30년 동안 그 기반을 닦아나갈 것이다. 그게 제 역할이기도 하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길 원하나.
“동국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다시 용인대에 와서 일을 하다보니, 굉장히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조직의 협조를 구하고 분위기를 다시 추스리고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게 쉽지 않다. 기획한 모든 일들이 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우리 대학이 지속성장의 기반을 갖추고 다음 총장과 대학의 구성원들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된다. 미래경영, 정도경영을 통해 ‘신나는 용인대 만들기’를 추진 중이다. 일이 많으면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구성원들 간에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에 방점을 두려고 한다. 어찌됐든 최종 목표는 ‘신나는 용인대 만들기’다. 학생이나 직원이나 모두 이 학교에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하나, 쉽게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제 목표다. 제2도약기의 반석을 마련한 게 한진수 총장이었다고 기억해줬으면 한다.” 

한진수 총장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진수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한진수 총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 학사,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6년부터 동국대 교수로 재직했다. 동국대 LA분교 총장, 한국정부회계학회 회장, 재정경제부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 동국대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및 경영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김준환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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