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총협 초대 사무처장 취임…올해 6월부터 임기 연임
“‘탑다운 방식 정책’ 벗어나 ‘운영의 묘’ 살린 지방 권한 늘려야”
“정치권의 사학 비리 이미지 아쉬워…지금의 사학은 달라”
“교육부-대교협 관계 재정립 필요…대학 요구와 목소리 우선”

여의도 사총협 사무실에서 황인성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지희 기자)
여의도 사총협 사무실에서 황인성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80%. 우리나라 대학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수치다. 그만큼 대한민국 고등교육에서 사립대의 역할은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는 사립대의 가장 크고도 확실한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4년제 일반대 199개 대학 중 사총협에 소속된 회원교는 153개에 이른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2020년 6월 사총협 초대 사무처장으로 취임해 지난 6월 8일 연임됐다. 2018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파견근무를 해오면서 곳곳에서 대학 현안을 파악해 왔다. 그밖에도 사학발전협의회 위원, 고등교육재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황 사무처장은 ‘대학통’으로 통한다.

이제 사총협은 새 정부와 함께 사립대를 포함해 고등교육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레이스를 막 시작하게 됐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대학의 목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사립대의 요구는 분명하다. 대학의 자율화,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 마련,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다.

지금껏 교육부의 대학 정책은 중앙이 전체를 관리하는 ‘탑다운’ 방식에 가까웠다. 황 사무처장은 “지역별 대학의 특성이 있는데 대학평가 지표는 획일적이고 여기에 대학이 얽매이다 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특성화는 사라져 버렸다. 정부에서 사업비 형태로 대학이 돈을 주다보니 학교는 거기 맞춰 통폐합을 하게 되고, 사업은 정권이 교체되면 또 다시 바뀌어 최대 5년에 그치고 말아 대학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사립대의 최대 현안은 재정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재정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황 사무처장은 “재정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라고 강조한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것도 비용이 필요한 문제이고, 혁신에 필요한 시도도 결국 재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KAIST를 비롯한 과기특성화 대학은 특별법을 따른다. 일반대에 비해 자유로운 이 대학들에서는 인재양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일반대는 교육부가 가진 법과 규정에 따라 통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대학을 똑같이 평가하면 안 된다. 등록금을 자율화해서 운영할 수 있는 그룹, 지금처럼 경쟁을 통해 지원하는 그룹, 국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한계대학 그룹으로 나눠 관리해야 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필요한 교수자원과 실험실습 기자재, 공간 등이다.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형식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다. 대학에서도 고등교육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제안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나누지 않고 전체 교육교부금으로 통합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대학이 살아야 교육이 산다. 초·중등에서 궁극적으로 가는 곳은 대학이 아닌가. 지금은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이 너무나 괴리돼 있다.”

정부는 교육의 공적 특성을 이유로 대학을 통제·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황 사무처장의 생각은 다르다. 공공성은 규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는 의미이지 공공성을 지녔다고 해서 통제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돈을 받는 모든 것은 공공적이어야 하나. 대학은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부분도 있다. 이를 이유로 정부는 재정 지원을 하고 학생 선발부터 학과, 정원 등 모든 것을 정부가 결정한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학위 인정 여부만 따질 뿐 학위를 인정하면 이후는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 우리 정부도 그런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이미 그 자체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대학도 자율과 책임에 따르겠단 거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들고 나온 대안이 ‘지방 시대’의 시작이다. 그 동안 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었으니 이를 지자체로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권한을 지역으로 나누면 대학은 지역과의 합의에 따라 자유롭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의 모든 대학이 쌍수를 들고 반길 줄 알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자체에 많은 권한을 주게 되면 정부와 지자체 양쪽의 간섭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황 사무처장은 이를 ‘새장 속 새와 새장 밖의 새’로 비유했다. “새장의 새는 편안히 있으면 알아서 먹이를 주니 먹이 사냥을 할 필요 없다. 그러나 자유로이 날 수 없다. 새장 밖의 새는 살아남기 위해 먹이 사냥을 계속해야 한다. 치열하지만 그들에겐 자유가 있다. 제도는 가치중립적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지방자치도 논의와 협의가 되면 가능하다. 무엇보다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결국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다만, 사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넘어야 할 산이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비리 사학과 사학 비리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사립대를 불신 받는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부 특정대학에 대한 비리를 전체 대학 비리로 만들어 버리니 등록금 인상, 재정 지원을 할 때도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오너 총장이나 재단이 비리를 벌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대학 전체가 비리에 가담돼 있는 건 아니다. 사학 비리로 매도하면 그 피해는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보게 된다. 국공립대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사립대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언론에선 크게 기사화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과거 사학 비리를 꺼내지만 그때와 현재의 대학은 다르다. 지금은 사립대도 회계가 투명하게 나눠져 있어 마음대로 비리를 저지르지 못한다.”

대교협에도 몸담았던 그는 대학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교협의 역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마침 지난 17일 열린 ‘대교협 40주년 기념 정책 포럼’에서 황 사무처장은 “미래 교육을 이끌 역량이 대교협에 있는지, 대교협은 지금의 교육부 관계에서 벗어나 예산 독립과 이사회 승인 등에서 자유로운 관계로 재정립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직격했다.

그가 진단한 대교협은 어떨까. “대교협의 역할과 방향은 구성원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200여개 회원대학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부위탁사업 등을 받아 교육부를 대신해 관리하는 것이 원하는 바는 아닐테다. 어려운 시기에 회원대학의 입장을 모아 관철시켜야 한다. 물론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임원을 비롯한 사무총장 승인권을 교육부가 갖고 있다. 구조 자체가 대학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거버넌스가 아니다. 교육부의 평가나 입시 등 정부위탁사업을 대신하면서 거기에 익숙해져버렸다. 결국 피는 대교협이 묻히고 공은 교육부가 가져간다. 이에 대한 구성원의 고민이나 자성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의 위기 속에서 앞으로 사립대는 살아남기 더욱 치열해졌다. 그만큼 촘촘한 정책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사총협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회원대학을 위해 변하는 사회에 맞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대학 직원도 줄어드는 가운데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회원대학에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각종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소통을 통해 관련 부처와 관계를 강화해 한다. 사립대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사총협도 노력을 지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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