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배구, “배구밖에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배구부 주장 맡아…‘남다른 리더십’
대학 여자배구 강팀 단국대의 주축 선수로 도약
“같은 포지션인 김연경 선수를 가장 존경하고 닮고파”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최근 있었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쟁쟁한 세계 강팀들 사이에서 선전하며 국민들에게 여자배구의 힘을 톡톡히 보여줬다.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는 단연 ‘에이스’ 김연경이었다. 배구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김연경 선수를 모르기는 어렵다고 할 정도로 김연경의 인지도는 독보적이다. 본지는 국내 여자배구를 평정하고 해외에 진출했던 김연경 선수가 고향 팀 ‘천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다시 돌아온 21일, 그를 존경하는 같은 포지션의 대학 여자배구 선수를 단국대 천안캠퍼스 배구연습장에서 만났다.

최지우 선수는 단국대 여자배구부 소속으로 레프트 포지션에서 팀 공격의 핵심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배구 유망주다. 고등학생 시절 ‘2018 춘계 전국 남녀중·고 배구연맹전’에서 우수공격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최지우 선수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에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팀 우승을 견인했다. 팀의 공격 핵심으로 단국대 여자배구부를 이끌어가고 있는 최지우 선수와 이야기도 나누고 훈련하는 모습도 직접 봤다.

호남대와의 ‘2020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최지우 선수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제공)
호남대와의 ‘2020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최지우 선수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제공)

■ 우연히 시작한 배구, 중고등부 주장 맡아오며 리더십과 책임감 길러 = 배구에 대한 최 씨의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부터였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운동을 접해온 그는 아버지 친구가 하던 배구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 친구가 배구를 하게 돼 자연스럽게 배구를 접할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다른 운동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지만 공을 토스하고 때리는 것에서 매력을 느끼게 됐다.”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한 배구였지만 한 지역에 있는 라이벌 팀과의 평가전을 거치면서 배구에 재미를 붙이게 된 최 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뛰어난 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그는 현재 맡고 있는 레프트 포지션 외에도 센터, 라이트, 세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정도로 배구에 재능을 보였다. 다재다능했던 그의 최종 선택은 레프트 포지션이었다. 그는 “신장이 큰 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키가 커야 하는 센터 포지션을 맡을 수 없게 됐다”며 “예전부터 공격 포지션을 주로 맡아왔고 마음 놓고 시원하게 스파이크를 날릴 수 있는 레프트 포지션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구선수로서 갖추고 있는 재능 이외에도 리더십을 발휘해 소속팀의 우승과 준우승을 수차례 이끌었다. 특히 천안봉서중과 대전용산고 재학 시절 모두 주장을 맡은 점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그는 “맡을 사람이 없어 맡았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주장을 맡은 이유에 대해 묻자 ‘책임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당시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나가고 모두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남들보다 크게 느꼈다. 당시 감독님들도 그 점을 이유로 날 주장으로 선임했다. 부족했지만 주장 역할을 하면서 이끌고 받쳐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단국대 여자배구부는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단국대 제공)
단국대 여자배구부는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에서 2020년부터 2021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단국대 제공)

■ 든든한 단국대 여자배구부와 함께 대학배구 정상에 서다 = 단국대 여자배구부는 1999년 전국체전 충남 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동아리 형태로 시작한 배구부다. 2007년 정상옥 감독이 부임하면서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대학 여자배구계의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단국대는 학생 선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습권 보장과 함께 선수로의 길 말고도 다양한 활로를 찾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년이 넘는 단국대 배구부 역사 동안 중도탈락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최 씨가 단국대 여자배구부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배구부에 입단하자마자 KUSF에서 진행하는 여자배구 대학리그가 열린 것도 호재였다. 그는 “대학 여자배구부 중 가장 강하고 유명한 팀에서 내 실력을 기르고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입학과 동시에 운이 좋게도 정식 대학리그도 생겨 좋은 선배들과 함께 리그 우승을 맛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단국대 여자배구부의 일원으로 3년째를 맞은 그가 뽑은 팀의 장점은 서로가 단합이 잘된다는 점이었다. “한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집중할 때 집중하는 것이 단국대 여자배구부만의 매력이다. 평소에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지만 경기만 들어가면 누구보다 집중하는 팀 동료들을 보면 단국대 여자배구부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분위기를 정착시킨 것은 다름아닌 정상옥 감독이다. 정 감독과 함께하는 배구부 생활에 든든함을 느낀다는 그는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실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배구부 생활동안 가장 호흡이 맞는 선수로 그는 자신 있게 한 학년 위인 김단영 선수를 언급했다. 김단영 선수는 레프트인 최지우 선수와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라이트 포지션, 아포짓(Opposite)을 맡고 있다. “시합하면서 공을 김단영 선수에게 올려주면 유효타가 많이 나온다. 이상하리만큼 호흡이 좋아 신기할 정도다.” 가장 친한 선수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가 친하고 특별히 한 사람을 뽑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지우 단국대 여자배구부 선수 (사진=오지희 기자)
​최지우 단국대 여자배구부 선수 (사진=오지희 기자)

■ “어느 곳에 있든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프로팀 지명이나 국가대표 등 배구 선수로서 오를 수 있는 높은 곳을 바라봤던 그는 대학 배구부에 있으면서 선수만 생각했던 예전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같은 포지션인 김연경 선수를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도 했지만 단국대 여자배구부에 들어오면서 이전에 모르고 있었던 수많은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선수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지도자, 체육선생님, 트레이너 등의 미래도 꿈꾸게 됐다.” 특히 배구에 관심 있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배구 꿈나무들에게 배구를 가르치는 모습을 가끔 상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남은 대학 생활동안의 목표로 다치지 않고 초반에 했던 경기들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 대학배구 리그에서 우승을 처음으로 놓친 만큼 앞으로 있을 후반기 리그와 체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디서나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입생으로 들어온 지 얼마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활기찬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선수로서 기억이 되지 못하더라도 어디서든 나를 생각하면 신뢰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동안 기자와 단둘이 진행했던 이전과 다르게 이번 인터뷰는 다른 선수들이 옆에서 최지우 선수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단국대 여자배구부는 웃음꽃이 피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는 말을 들어왔다. 인터뷰를 마친 후 사인을 한 후 그가 가장 먼저 뛰어간 방향은 동료들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그가 동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그가 충분히 팀에서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선수라는 것을 잠깐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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