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차관 대교협 세미나서 “정부 내 공감대…조만간 결론”
대학 총장 비롯 재정 전문가들 “등록금 규제 완화해야”
학생·학부모 반발 예상 “등록금 부담 지금도 높은 수준”
교육부 “지금부터 의견수렴…내년 등록금 올리겠단 것 아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3일 열린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등록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교육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3일 열린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등록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등록금 인상을 시사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대학 등록금 이슈가 갈등 양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은 대학의 재정 위기를 호소하며 빠른 시일 내 등록금 자율화를 촉구했다. 교육부와의 대화에서 한 총장은 “지난 14년 간 대학이 등록금 동결 상태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는 노이로제에 걸렸다”며 “이를 완화할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 차관은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물가상승기에 규제를 푸는 타이밍과 규제를 풀었을 때 학부모나 학생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1~2년 끌 생각은 아니다.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라고 덧붙였다.

등록금 규제 완화는 대학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51%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개선이 가장 시급한 규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등록금을 꼽았다.

지난 17일 대교협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비롯한 등록금 동결 개선 등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나타났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중 이뤄내고 싶은 과업’에 대해 “등록금의 자율화”라고 답변했다. 사립대 재정이 등록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10년 넘는 기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의 재정 악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다는 진단에서다.

■ 대학 재정 전문가들 “대학 재정 악화에 등록금 규제 풀어야”= 대학 등록금의 법정 상한선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정해진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Ⅱ유형이 등록금 동결·인사 대학에만 지원되면서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강제로 규제해 왔다.

이 때문에 실제 많은 대학 재정 전문가들은 등록금의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 운영의 약 80%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국내 대학의 경우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그 수익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에서 ‘고등교육재정 지원 확대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고등교육재정 정책의 문제 중 하나로 등록금 동결 정책을 지적했다. 송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 대학 등록금 673만 원을 적용해 단순 계산했을 때 2021년 등록금 수익은 2014년보다 1조239억 원 감소했다. 대학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되면서 대학의 실질수입도 감소했다. 2020년 사립대 명목등록금 수입은 10조2873억  원으로 2021년에 비해 1조7455억 원 감소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6%로 등록금 인상한도는 연평균 2.9%였음에도 실제 등록금 인상률은 사립대 –0.04%, 국립대는 –0.29%였다. 법정 인상률을 올리기는커녕 사실상 인하된 것이란 지적이다. 송기창 교수는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대학 재정이 급속하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 등록금 규제 완화 추진에학생·학부모의 거센 반발 예상 =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완화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등록금 자율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인식돼 왔다. 반값등록금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등록금 자율화 카드를 쉽사리 꺼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학은 수차례 등록금 자율화를 촉구했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여야도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이유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등록금 자율화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대학이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게 일었고 이로 인한 등록금 반환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위드코로나’에 접어들면서 일부 학생 활동과 대면 수업이 확대되긴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여전히 대면·비대면 강의를 병행하고 있어 ‘수업의 질 제고’에 대한 요구가 또 다시 촉발할 수도 있다.

장 차관의 발언 이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는 학생과 가정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지금까지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원회에서 계절학기 등록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인상하고 성적 장학금을 줄이면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등록금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전대넷은 “최근 학자금 대출 체납자가 3배 증가했고 체납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청년들에게 더 이상의 등록금 인상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등록금 인상이 아닌 인하로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서명 운동을 시작하면서 향후 등록금 인상 반대와 현 대학 재정 구조를 규탄하는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을 둔 학부모 A씨는 “지금도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갑자기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수업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등록금부터 올리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 뜨거운 반응에 하루 만에 진화 나서…뒤늦게 발빼는 교육부 = 문제는 교육부의 애매한 해명이다.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으로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는 차관의 발언과는 대치되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논란이 확대되자 차관 발언 하루 만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규제 개선과 관련해 교육부는 개선 방향 및 시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대학 재정 전반에 대한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지 등록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아니다”라며 “장관 공석 중에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나 방향성 정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수렴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7월부터 학생과 학부모,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해 나갈 것”이라며 “언제 결론이 난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당장 내년 1학기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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