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출효율화 강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 고등교육으로 전환 예고
교육단체 반발 “동생 몫 뺏지 말고 형님 몫 따로 만들어야”
법 개정 필수인데…야당 반대도 ‘산 넘어 산’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교부금 대수술을 예고했다. 세금과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 고등교육으로 교부금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그동안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논의돼 왔던 내용으로 실현된다면 부족한 고등교육 재원 마련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체 교육 예산의 파이를 늘리는 방법 대신 한 쪽의 예산을 줄여 다른 한 쪽을 지원한다는 발상에 따른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교부금 개편을 위해서는 법 개정도 필수지만 야당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지난 7일 국무위원, 여당 주요인사,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충북대에서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새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은 한 마디로 ‘강력한 재정혁신’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과감한 지출 효율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특별회계 도입에 따른 교육재정 구조 변화 예시 도표. (자료= 교육부)
정부가 밝힌 특별회계 도입에 따른 교육재정 구조 변화 예시 도표. (자료= 교육부)

■ 세수 늘어남에 따라 증가하는 교부금…교육세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활용=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부의 주요 의제는 ‘교육교부금 개편안’이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로 이뤄져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교부금으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세수가 늘어나면 교부금도 늘어난다. 세금이 더 걷힐수록 유·초·중등 교육비 역시 늘어난다는 의미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교부금은 증가하면서 내국세와 연동되는 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졌다.

다만 내국세 연동 비율을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고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단지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부금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뒤따르는 여러 문제를 다 들여야 봐야한다”고 말했다.

교부금은 2000년 14조9000억 원에서 2020년 53 5000억 원, 2021년 59조6000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교육교부금은 65조1000억 원으로 내국세 61조5000억과 교육세 3조6000억 원이 합산된 금액이다. 여기에 추경으로 11조 원 정도가 늘어나면서 교부금은 76조 원 수준이 됐다. 지난 20여 년간 학령인구는 34% 감소한 반면 교부금은 약 4배 정도 증가했다. 정부가 교부금 개편에 나선 배경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는 교부금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교육 부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유특회계 전출금을 제외한 2022년 교육세 본예산은 3조6000억 원이다. 일종의 ‘예산 칸막이’를 없애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칭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이 예산을 △대학 교육△연구역량 등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핵심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등 미래 인재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순애 부총리는 지난 11일 충남 부여롯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교육부)
박순애 부총리는 지난 11일 충남 부여롯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교육부)

■ 교육계 반발 산 ‘윗돌 빼 아랫돌 괴기’= 그러나 전체 교육 재정을 확대하기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편해 고등교육으로 일부 충당한다는 발상에 교육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금 교육 여건은 학습 환경부터 교육재정에 이르기까지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주 발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며 현재와 미래 통합적인 관점에서 교육 비전과 여건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부금 개편 논의가 발표되자 “학생 수가 감소하니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기재부의 논리는 단면적이고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지방교육교부금이 선심성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일부 있다고 하지만 이를 초래한 것은 재정 당국”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요하지만 동생 과자를 뺏어서 형님 주는 식이 아닌 형님 몫의 과자를 사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신설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을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유·초·중등 교육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대학 재정은 고등교부금법을 제정해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총은 “학생이 감소해도 학교, 학급, 교원이 늘어 재정 수요는 더 많아지는데도 재정 당국은 아직도 학생 수가 감소하니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재정 당국의 잘못도니 세수 추계로 뒤늦게 예산이 내려와 학교가 곤혹스러운 것인데 정작 재정 당국의 잘못을 비판하기는커녕 학교 ‘돈벼락’ ‘흥청망청’ 운운하는 것도 개탄스럽다”고 비판해왔다.

이들은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을 축소할 게 아니라 대학 재정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 교부금 개편 위해서는 법 개정 이뤄져야지만 야당 반대 거세 = 교부금 개편은 정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문제는 교부금 개편을 위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서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 재정, 국가재정법 및 지방교유재정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은 정부의 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여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동안 교육예산에 축적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미래교육을 준비할 것인지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제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등교육재정은 특별회계를 통한 보조금 지급 방식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지방대학의 소멸을 막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은 물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투자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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