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의혹·전문성 부재 등 후보자들 각종 비판 시달려
여론 수렴 빠진 채 졸속 추진한 정책, 부메랑으로 돌아와
반도체 인력양성·등록금 자율화 등 현안 산적…교육계 짙어지는 우려
부족한 인재 풀 한계 드러내…다양한 교육 전문 인재 등용 필요

교육부의 인재양성 방안에  반대하는 지역대학총장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의 인재양성 방안에 반대하는 지역대학총장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교육부가 또 다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이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다. 표면적으로 ‘학제개편안’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박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제1호 경질 대상이 됐다.

박 전 부총리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다”라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학제개편 등 논란이 됐던 교육 정책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부총리 후보자들 =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이미 한 번의 낙마를 경험했다. 첫 후보자는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이었다. 후보자로 내정된 직후 김 후보자는 자신이 동문회장으로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총장 재임 시절 사외이사 겸직 ‘셀프 허가’에 이어 제자 박사의 논문 표절 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김 후보자는 청문회 자리에도 오르지 못한 채 자진 사퇴했다.

지난 5월 26일 대통령실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20대 대통령인수위원을 역임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지만 교육계에서는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성 최초 기획재정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경영평가 단장 등을 맡았던 이력 때문에 교육 분야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었다.

박 전 부총리 역시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킬레스건은 ‘음주 운전’ 전력이었다. 음주운전이나 음주 측정 불응 등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교직원은 교장 임용에서 영구 배제되는 등 교원에게는 강력한 징계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운전을 한 당사자가 교육 장관 후보직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문 중복게재 등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청문회 없이 부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임명 이후에도 논문 투고금지 처분, 자녀 고액 입시 컨설팅 등 또 다른 의혹이 쏟아지면서 박 전 부총리와 교육부는 반박과 해명을 반복해야했다.

■ 인수위 시절부터 ‘교육 전문가 빠진 교육’ 비판 =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교육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과학과 교육을 한 데 묶은 과학기술교육분과를 발표하고 인수위원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세 인물 모두 과학기술 분야 인물로 교육계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교육부 폐지설까지 돌았던 만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인수위 인선과 조직개편 논의는 교육을 홀대하고 약화시키는 처사”라고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 논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창경 교수와 정철영 서울대 교수가 부총리 후보자에 하마평을 올렸지만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부는 교육부 차관을 우선 내정했다. 그러나 당시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에 몸담았던 장상윤 실장이 차관에 임명되면서 또 다시 전문성 논란에 시달렸다.

부총리 후보자를 내정한 뒤에도 교육 전문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과 대학 총장을 역임한 김인철 전 총장이 후보자로 나섰지만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고, 공공행정 전문가로 알려진 박순애 교수가 후보자에 오르면서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박순애 전 부총리의 모습.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29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박순애 전 부총리의 모습. (사진= 대통령실)

■ 오락가락 정책·여론 수렴 없이 밀어붙인 정책이 성난 민심에 불붙여 = 우여곡절 끝에 부총리 공백은 메웠지만 ‘졸속’ 수준의 정책이 교육계의 우려와 비판을 불렀다.

지난달 19일 교육부는 7개 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부총리 취임 전부터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해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증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정부가 지역의 우려를 인식한 듯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에는 △지역 상관없는 첨단분야 정원 증원 △지역 대학 위주의 계약학과 지원 △지역 대학의 집중 재정지원 △4개 지역 권역 허브 구축 등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핵심은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 달라는 것이지 학과를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다(전호환 동명대 총장).”, “마치 수도권에 반도체 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대신 지역에 좀 더 지원을 해주는 모양새(이우종 청운대 총장).” 등 지역 대학 총장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불신을 표현했다.

고등교육 정책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결정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이었다. 박순애 전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포함한 학제개편안을 보고했다. 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와 학부모, 정치권에서 전방위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일 박 전 부총리는 “국민이 반대하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말 바꾸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사퇴 압박이 커졌다. 결국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 부총리는 임기 한 달을 겨우 넘은 시점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 수장 사라진 교육부…산적한 교육 현안 어쩌나 = 교육부는 학제개편안을 제외한 업무보고에 포함된 정책을 정상적으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장관 공백 상태에서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발표했거나 실행해야 할 정책은 크게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대학 규제 대폭 완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록금 자율화 등이다.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은 원안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지역의 반발은 여전히 소거되지 않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정책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별회계 신설 역시 시도교육청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 전체 예산을 늘리지 않고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나눈다는 이유에서다.

7월 예정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 일정도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달 6일 위원 추천을 위해 공문이 발송돼 직제와 예산 등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21명의 위원 중 차관과 교육감을 포함한 당연직 위원 2명,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시도지사협의회 추천 위원 등 5명으로 구성된 상태다.

등록금 자율화는 윤석열 정부가 대학의 자율과 규제 완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기대가 걸린 사안이었다. 장상윤 차관은 대교협 하계세미나에서 ‘등록금 자율화’를 시사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 후 교육부는 “당분간 등록금 인상 조치는 없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이 또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은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정책이 아닌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사 폭을 넓혀야 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 인사들이 계속 임명돼 걱정이다”라며 “야당이나 교수단체에서도 추천을 받는 등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현 정부는 출발부터 교육부를 없애겠다고 시작해 장·차관에 이어 차관보까지 교육부를 구조개혁 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은데 국방, 경제, 외교 등과 마찬가지로 교육도 전문성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공행상식 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인재 풀을 열어 유능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면서 “각계분야의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그 추천위원회도 다양하게 구성해 좌우, 보수·진보를 떠나 등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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