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시비가 국민대 조사 결과 발표로 재점화되고 있다. 국민대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2편 등 총 3편에 대해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논문 1편은 “연구부정행위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해 검증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국민대 발표가 있자 정치권은 물론 학술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김건희 여사가 작성한 4건의 논문들에 면죄부를 발부한 이번 발표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논리도 버린 참사”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대 교수들도 재조사 결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에 자괴감을 표시하며 교수회 단독으로 검증절차를 밟을 것인지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 국민대 동문 비대위도 “국민대의 최종 판단이 재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겸허하고 충실하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논문 게재와 심사 당시의 보편적 기준’ 등으로 포장해 정치적 의도가 담긴 학교 당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인지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추궁에 나섰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를 비롯한 13개 교수연구자 단체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박탈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대가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표절을 인정하면서도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극단적 형용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위 수여문제는 특정 대학의 문제를 넘어 모든 학문공동체의 존립 근거임을 들어 그에 대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과 윤리성이 부정된다면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시비가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대를 넘어 전체 학문사회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이 이렇게 꼬이게 된 것은 국민대 재조사위원회에서 표절판정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8년 교육부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공표했다. 제12조에 ‘위조’ ‘변조’ ‘표절’ ‘부장한 저자 표시’ ‘부당한 중복 게재’ 등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의가 있다. ‘표절’을 보면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출처 표시 없이 무단으로 도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표절로 본다. 

세부적으로 보면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중 어느 한 가지만 해당돼도 표절이다.

이러한 기준을 김 여사의 논문에 적용하면 표절 시비 논란은 부질없는 짓이 된다. 한 언론사가 표절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낸 김 여사의 석사논문 표절률은 42%에 이르고, 학내 일부 숙명여대 동문 교수들의 자체 검증에서는 최소 48.1% 표절로 나왔다. 박사 논문 표절률도 43%에 달한다는 검증 결과가 나온 상태다. 학계에서는 표절률 15%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하는데 국민대 조사결과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상치된다. 또한 논문 표절로 학위가 취소된 문대성 전 의원의 경우와 다른 결과에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박사논문 표절 피해 교수인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표절 의혹에 대해 “논문 상당 부분이 내 연구업적을 그대로 탈취한 것인데, 국민대가 이런 도둑질을 방치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국민대가 내린 ‘연구부정’이 아니란 결정은 대학이 거짓말을 한 것이며 시스템적으로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절 논문 당사자, 석박사 학위 논문 수여 대학, 학술단체, 야당 등 김 여사의 표절 의혹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결과는 뻔하다. 표절 결정이다. 차라리 이 시점에서 김 여사가 직접 나서 표절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유명 작곡가 겸 방송인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긴 시간 동안 그와 관련된 논란으로 피로감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의 표시로 13년 3개월 동안 진행해 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큰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인으로서 깨끗이 책임지고 자숙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표절 논란을 잠재워 갔다.

김건희 여사도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직접 나서 논문 집필 당시 연구 윤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 신경 쓸 수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학위 취소도 감수하겠다는 자숙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모두가 꿍꿍거리며 매듭 풀 고민을 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 칼에 풀지 않았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김 여사도 단안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후대 세대에게 ‘표절의 쓰라린 교훈’을 남겨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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