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 설립…사회적 가치 측정, 사회문제 해결방안 연구 역할 수행
‘거대한 개인’이 영향력 발휘하는 시대…기업, 진정한 소통 있어야 ESG 리스크 감축 가능
ESG 대중화, 활성화 위해 ESG 게임 개발…사회적 가치 확산 목적으로 대학 강의 지원

SK가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국내외 사회적 가치 소통을 위한 통합 플랫폼 ‘Social Value Hub(SV Hub)’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리기업과 사회적 기업, 이론가와 실천가가 상생하는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SK가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국내외 사회적 가치 소통을 위한 통합 플랫폼 ‘Social Value Hub(SV Hub)’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리기업과 사회적 기업, 이론가와 실천가가 상생하는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ESG경영에 앞장서는 그룹이 SK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ESG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SK는 비영리재단법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하고 사회적 가치와  ESG 연구, 보급,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을 만나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설립 배경과 주요사업, ESG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 먼저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설립 배경을 소개한다면.
“국민이 행복하려면 그리고 나라와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잘 구현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섬세하게 분별하고, 실천할 방안을 찾기 위해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초연결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어울리는 블루오션을 찾는다.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리기업과 사회적 기업, 이론가와 실천가가 상생하는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 사회적 가치 측정이라는 개념이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설명한다면.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좌초한 뒤 어느 날 바닷가를 걷다 발자국을 발견했다. 무인도에 자기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발자국을 보고 놀라 도망갔다. 그러다 가까이 가서 발을 대보니 자신의 발보다 훨씬 컸다. 거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집을 제대로 지었다고 한다. 이것이 측정의 힘이다. 자신의 발을 대보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또한 자신의 위상이 어떤지 모르니 제대로 알기 위해 측정이 필요하다. 측정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 

- 사회적 가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라고 본다. 다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측정 기업이나 기관이 측정 결과의 사용 목적에 따라 그에 맞는 정의가 필요하다.”

- 기업이 기부를 잘하면 사회적 가치가 좋다고 볼 수 있나.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프랑스 대표 식품회사 다농의 전 CEO 엠마뉘엘 파베르는 사회공헌전도사였다. 다농은 요구르트를 생산, 판매하는데 파베르는 그라민 재단과 함께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기부했다. 그러나 파베르는 경영 실적 악화로 해임됐다. 다농은 에비앙 생수도 판매한다. 코로나19로 타 생수회사는 배송에 용이하게 패킹을 바꾸거나 변화를 줬지만 에비앙은 예전 방식대로 판매했다. 결국 실적이 매우 안 좋아져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협력사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사회적 가치가 더욱 커진 것이다.”

- ESG가 대세다. ESG가 무엇이라고 보나.
“ESG는 리스크를 잘 관리해 리스크로부터 회사를 지키는 효과라고 본다. ESG 때문에 성과가 좋아진다기보다는 리스크를 감축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ESG에서 통상 E(환경)가 가장 강조되는데.
“물론 E(환경)가 중요하다.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가 있을 때 사회적으로는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지만 환경적으로 효과가 좋다면 종합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지금 추세다. 기업이 고탄소 산업에서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할 때 환경적으로는 리스크를 줄인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협력사의 변화가 있거나 기존 산업의 분사 또는 직원의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는 플러스로 보는 것이 추세다.”

- ESG 시대에 소비자의 역할이라면.
“소비자의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 정보 접근성이 좋아져 가치 판단 수준이 높아졌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되면서 전파력이 커졌다. 보도자료처럼 기업의 공식 채널보다 개인 한 명 한 명의 댓글 파급력이 좋은 시대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기업의 생각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케아나 맥도날드에 ‘너희의 생각은 무엇이냐고, 왜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않느냐’고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아가 철수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한다. 소비자의 눈높이와 파워가 높아졌기에 기업 입장에서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거대한 개인’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거대한 개인’을 기업이 어떻게 다루는가가 중요해졌다. 개별화된 욕구를 기업이 잘 파악하고 진정한 소통이 있어야 ESG 리스크를 줄여갈 수 있다.”

- ‘거대한 개인’이라고 표현했듯이 앞으로 ESG는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ESG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Social Value Hub(SV Hub)’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SV Hub는 국내외 사회적 가치 소통을 위한 통합 플랫폼이다. SV Hub에서 메뉴의 하나로 ESG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 버전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심리유형검사)다. 게임을 통해 개인의 ESG 성향을 알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미 요소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개별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이 ‘거대한 개인’을 진정성 있게 다루기 위해 한 명 한 명의 페르소나(persona·인격) 관리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가 ESG 게임을 통해 MBTI처럼 ESG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의 ESG 관심분야를 확인하며, 관심분야 이슈를 기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ESG 대중화의 시작이다.”

- 우리나라는 ESG 분야에서 후발주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ESG 발전을 위해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의 사례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외국의 사례가 가장 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지표의 방향을 보면,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2년 최신 개정 지표가 방향성이 더욱 좋다. 기존 지표가 종업원, 공급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중심의 리스크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KCGS는 사회책임경영, 리더십을 먼저 강조한다. 우리나라 지표가 지향점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외국 사례를 따라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 앞으로 기업에서 ESG 인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대학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ESG 채용 분야에서 환경전문가, 측정전문가의 채용이 증가했다. 환경과 관련해 탄소 인증 경험, 공급망 실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일방향적이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의 구조는 글로벌 투자나 EU 등의 압력을 받아 RE100(기업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2차, 3차 공급망에 전가되는 추세다. 그러나 실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들여다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소기업의 경우 관리체계를 만들 역량과 자금이 부족하다.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은 실사전문가나 평가전문가가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공동체 마인드를 갖고 한 배를 탄 파트너, 공동의 관리체계를 만들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다양한 조직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사람, 작은 기업이나 시민단체에서 인턴생활을 두루두루 경험하고 협상 능력과 파트너십 역량을 갖춘 사람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10년 뒤를 내다보고 필요한 인재를 지금부터 키워야 한다.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에 대한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을 대학에서 많이 양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대학이 ESG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면.
“SV Hub 플랫폼에서 ‘Research & Education’ 파트를 보면 SV Educator의 강의가 있다. 대학에서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강의를 만들겠다고 신청하면 강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강의자료는 ‘Research & Education’에 모두 오픈한다. 대학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강의 지원이 없을 수도 있는데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통해 10년 후 ESG 시대에 필요한 인재들이 양성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대학가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ESG 확산을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80대 할머니께서 재작년 직원 모집에 원서를 제출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서대문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하신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시니어는 아니시다. 하지만 삶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셨다. 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을 하다 보니 특정세대에 특정교육이 부족하다며 국제단체에 직접 건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내셨다. 또한 할머니께서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연구공모전에 아이디어를 공모해 당선되셨다. 회사 건물 앞 공유지를 건축학적으로 잘 설계해 ESG 시대에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복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검토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이처럼 80대 할머니께서도 ESG에 대해 생각하시고 의견을 내시는데 나라고 못하겠나. ESG는 누구든지 실천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박성훈 실장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전공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SK에 입사한 뒤 SK경영경제연구소 사회적기업실, SK SUPEX추구협의회 사회적기업팀과 사회공헌팀 PL(Project Leader)을 거쳐 현재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을 맡고 있다. 주요 담당 업무는 사회적 가치 측정과 ESG 연구 총괄이다. 또한 2017년 SUPEX추구협의회 ‘올해의 PL상’, 2018년 고용노동부장관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 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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