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수 한국공학대 총장

박건수 한국공학대 총장
박건수 한국공학대 총장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는 포스트 코로나 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산업이다. 2021년 기준 단일품목으로는 1280억 달러를 수출하며 지난 10년간 국내 수출품목 1위를 기록했다. 국내 3700여 개의 관련 기업 덕분에 세계 2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의 21.5%, 메모리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2021년 반도체 관련 일자리는 18만 2000명으로 곧 2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반도체 인력 확보다. 반도체는 대기업 영역이라는 인식으로 그간 정부 지원이 축소되면서 덩달아 반도체 인력 배출도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공정시스템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지난해 매일경제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국내 관련 기업 78사(社)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5.4%가 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재 수급을 꼽았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기술인력 수요전망’에서는 2029년까지 차세대반도체 산업 부족 인력의 38%(1만 9739명)가 반도체 공정시스템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공정시스템 분야는 높은 인력수요와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타 분야 대비 관심과 정부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반도체 공정시스템 분야는 전자, 기계, 재료, 물리 등의 융복합전공으로 관련 학과 간 긴밀한 협력과 융합학과로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는 주로 반도체소자, 칩 설계, 집적공정개발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다. 충분한 설비를 바탕으로 산업현장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반도체 공정 및 장비의 주요 지식, 기술을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대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간 정부의 주요 반도체 인력양성 사업은 대다수가 석·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체계적으로 연계하지 못해 분야별 인력양성의 불균형이 우려돼 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과 예산 확대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산업, 교육 현장에서 반도체 공정시스템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대학의 총장으로서 기대감이 높다.

일례로 필자가 속한 한국공학대는 2017년부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협약기업, 대학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주도하에 수요기반 장비제어(S/W) 중심 반도체 장비 전공 트랙을 운영, 평균 90%에 가까운 취업률을 달성했다. 전공트랙에 참여한 졸업생이 대학원에 진학한 뒤 연구소 인턴십을 거쳐 컨소시엄 기업으로 취업하며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한 것도 좋은 사례다.

최근에는 교육부·산업부의 부처협업형 인재양성사업의 ‘반도체 전공트랙’ 선정에 힘입어 기존 반도체 장비 전공트랙을 ‘반도체 공정시스템 전공트랙’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 전공 트랙은 대학 내 3개 학과(나노반도체공학과·메카트로닉스공학부·전자공학부)가 협업해 21개 컨소시엄 기업과 현장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해 매년 50여 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올해 초 한국공학대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교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비전(TU Korea 1.0)을 선포하면서 기존의 학사체제를 ‘미래 첨단산업에 특화된 융합 단과대 및 특성화 학부로 개편’한다는 특성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더 나아가 2025년까지 반도체 관련 학과 간 통합체계를 구축해 공정제어, 기구설계, 반도체 장비 요소기술, 장비제어(H/W, S/W), 시스템 설계 등 반도체 공정 및 장비 전 분야 교육과정을 통합·운영하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설을 목표로 전략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교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공학대는 산학협력을 통한 중소산업현장을 지원하고 산업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출연해 설립한 대학이다. 이에 공공의 소명을 갖고 반도체 공정시스템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적시에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 반드시 성과를 내고자 한다. 이와 목표를 함께 하는 대학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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