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겁나 빠른 취업》 저자

김용원 《겁나 빠른 취업》 저자
김용원 《겁나 빠른 취업》 저자

이공계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상담을 하다보면 직무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경험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직무관련 자격증이 없거나 학교 수업만 성실하게 참여한 이공계생들이다.

이공계생들끼리의 경쟁에서는 아무리 자소서를 잘 작성해도 직무관련 자격증, 어학점수 및 학점이 높은 이공계생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등 한 두 가지가 부족한 경우 직무역량이 담긴 자기소개서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그래서 이공계생들은 직무역량이 담긴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내가 어떤 기질을 가진 사람인지, 남들보다 뛰어난 강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이공계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타인의 행동·성격·태도 등은 엄격한 기준으로 분석·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취업에 성공한 이공계생들의 자소서에는 회사에서 수행 가능한 과업을 유추하고 이를 자신의 과거 경험들과 연결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뽑히고 싶은 이공계생이 되고 싶다면 경험 분석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슨 선택을 했는지, 선택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가치관으로 발전해 왔는지 등의 자아성찰을 꼭 해야 한다. 그 다음엔 기업이 채용하고 싶은 인재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이 적합한 인재임을 강조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갖추고 있는 과거 경험과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의 교집합을 찾아낸 후 교집합 안에 있는 원소들을 직무역량으로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공계생들의 경우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자기소개서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직무역량 때문이다. 스스로는 별다른 경험도, 스펙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공계생들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공부했던 전공서적과 원서들, 그리고 수없이 작성했던 리포트와 과제들까지도 전부 직무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웹코딩부터 앱코딩,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인터페이스(Interface), 서버(Server) 관리까지 IT와 관련된 기본적인 수업들을 수강하게 되고,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경우 유체역학, 고체역학, 열역학, 제어와 같은 수업들을 통해 자신들의 주전공에 대한 기본적 공학 지식들을 쌓게 된다. 어떤 수업에서는 다른 팀들이 생각지 못했던 창의적인 방법으로 과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직접 드론의 디자인부터 인터페이스 설계, 구매, 제작, 테스트까지 해 보는 계기를 가졌을 수도 있다.

또한 전공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 있는 과목들을 집중 수강하면서 보다 세부적인 지식을 함양했을 수도 있다. 특별히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 집중적으로 수강했던 세부 전공과목들은 직무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소재가 될 것이고, 기 설정된 가설을 수차례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던 수업은 어려웠던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자소서에 쓸 땐 어떤 과제를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했으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해결 방안을 고안했고, 그 결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직무역량이 강조된 자소서를 쓸 수 있게 된다.

직무역량 강조는 관념이나 철학 같은 추상적인 단어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했던 행동을 쓰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작성돼야 하는 것은 경험했던 행동이다. 하지만 많은 이공계생들은 문항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보여주기보다 자신의 경험이 얼마나 큰 과업이었으며, 결과가 얼마나 좋았는지에만 중점을 둔다.

이공계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주하는 두 번째 실수는 학부 내 프로젝트, 캡스톤 활동 등 정량적 성과를 강조할 수 있는 경험 위주로만 기술하려는 것이다.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읽는 목적은 지원자가 했던 우수한 경험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적혀있는 경험을 통해 지원자의 정성적 역량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내가 강조하고 싶은 역량 키워드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참여 경험 같은 경우 활동했던 경험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경험을 통해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해결 과정만 서술한다면 인사담당자가 자소서를 읽으면서 속으로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며 짜증을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 및 업무 경험을 자소서에 서술해야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별다른 경험이 아니라도 과정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통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가진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본인이 뽑혀야 하는 이유를 ‘객관적 근거가 제시된 논리’로 강조해야 면접에 초대받는 이공계 자소서가 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