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2002년 시카고대학 MBA 과정에 있던 필자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로부터 ‘관리자의 의사결정론’이란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아주 흥미롭게 들은 적이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하는 ‘넛지’라는 책을 쓴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지난달 29일 이주호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지명되었을 때 필자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에게서 배운 몇 가지 개념 중 휴리스틱과 확증편향이 떠올랐다.

이주호 후보자의 지명과 동시에 많은 매체들이 그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시절 기억을 되살려 기사를 쓴다. 긍정적 묘사보다는 부정적 묘사 일색이다. 경쟁교육, 사교육조장, 경제논리, 대학평가 등이 키워드를 이룬다. 교사, 학생, 학부모, 교수 그리고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각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묘사와 일부 교육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받아드릴까?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당한 정도로 믿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편향성인 휴리스틱 때문이다. 휴리스틱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어림짐작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견해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자기중심적 왜곡(myside bias)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는 경쟁교육을 통해 사교육을 조장하고 경제논리를 교육에 가지고 왔을까? 통계는 틀렸다고 이야기를 한다. 후보자가 MB 시절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2010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통계에 잡힌 국가 사교육비 총액은 20.9조 원에서 18.6조 원으로 11%p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사교육비는 2015년 17.8조 원을 저점으로 2021년 23.4조 원으로 31.4%p나 증가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총액의 급속한 증가는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후보자가 장관 시절 도입한 수능 EBS연계 70%는 대형입시학원 경영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정도의 메가톤급 폭풍이었다.

그렇다고 이 후보자의 당시 펼친 정책이 모두 맞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은 교육계와 이 후보자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믿는다. 지명 이후 첫 소감문에서 앞으로 대학에는 ‘자유, 자율, 책무’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각 교육주체들 간 소통을 강화해서 합리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난제로 가득하다. 교육 생태계는 이제 인간이 모두를 구성하지 않는다. 2016년 이후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들이 교육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생, 교사, 교수, 학부모뿐만 아니라 훨씬 많아진 교육주체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자사고, 지방재정교부금, 유보통합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은 플러스섬(Plus-Sum)보다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다. 그렇다고 미뤄서도 안 되는 정책들이다.

이제 지난 9년간 장관을 떠나 교육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했던 이 후보자의 절대적인 지혜가 필요할 때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와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교육주체들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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