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대요건·통폐합·정원 규제 현안 테이블에
가장 시급한 규제로 꼽히는 ‘대학등록금’ 향방은
논란되는 ‘정원 규제’…인재양성과 지역균형 맞춰야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이 기조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이 기조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규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대학규제개선협의회’가 출범했다. 대학 설립·운영 4대요건,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 정원 규제 등 산적한 고등교육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대학가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28일 ‘대학규제개선협의회’를 구성해 대학규제 개선 과제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굴해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협의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17명의 민간 위원과 1명의 정부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교육부는 산업계,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받은 전문가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서 다룰 주요 규제는 △4대 요건 △대학통폐합 기준 △정원 규제 등이다. 그밖에도 대학 현장에서 요구하는 규제는 너무나 다양하다. 특히 재정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고등교육 재정 분야 핫 이슈, ‘대학등록금’ 자율화 = 지난 6월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총장들의 40.51%는 대학등록금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규제로 꼽았다. 참석한 133명의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교육부 기자단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지난 3일 열린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장 협의회에서는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협의회 측은 “2024년도 입학자원이 12만여 명 감소할 예정”이라며 “고등교육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켜 교육여건 악화로 고등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면서 14년째 대학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연평균 3조가 넘는 예산 투입으로 2019~2020년 OECD 국가 중 대학등록금 순위가 사립대의 경우 7위로 낮아졌다. 2013~2014년 기준이었던 2위에 비해 상당히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면서 대학의 재정 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재학생 수는 2021년 기준 149만 명에서 2026년 135만 명으로 9.5% 감소하고 등록금 수입도 1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이 여전히 대학등록금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2020년 교육여론조사에서는 ‘등록금 부담 완화’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 1~2순위로 꼽혔다.

이에 대학 재정 전문가들은 대학등록금 자율화와 함께 보다 안정적인 대학 재정 운영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등록금 자율화와 국고지원을 확대하면 대학 등록금의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등록금 자율화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가장학금의 단계적인 대학 지원 전환과 재정지원 확대로 등록금 자율화 대신 국가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등록금 정책 기조의 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언제까지 선평가 후지원?…개편 예고된 대학평가 = 대학평가는 등록금 동결 정책과 함께 가장 개선이 필요한 고등교육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대교협 세미나 총장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4.3%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 ‘대학 재정지원 평가’였다.

한 사립대 총장은 “처음 도입 당시 대학 평가의 목적은 대학의 기본기를 갖출 기회를 주고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도 “같은 기준으로 반복하다보니 근본 취지보다 얼마나 보고서를 잘 쓰는지 싸움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대학평가는 노무현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에서 출발했다. 당시 정부는 국립대의 경우 2009년까지 입학정원의 15%, 사립대의 경우 전임교원확보 준수 목표를 설정해 2009년 이후 기준 미달 대학의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학정원이 7만 1000여명 감소했으나 정원 감축의 대부분이 지역 대학에서 이뤄졌다.

보수 정권의 대학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정부는 평가를 통해 하위권 대학을 퇴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주기 구조개혁 평가를 시행해 5개의 등급으로 대학을 분류하고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동했다. 이를 통해 입학정원이 6만여 명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재인정부는 자율을 강조했지만 이전의 평가 방식과 재정지원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은 재정을 지원하는 대신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겼다.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이는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점과 실제 감축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다만 윤석열정부는 ‘선평가 후지원’ 방식의 대학평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 만큼 재정지원 방식이나 평가 방식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규제개선위원회의 주요 현안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대학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원 감축도 벚꽃 피는 순…위·아래 온도차 다른 정원 규제 = 수면 아래 잠잠했던 ‘정원 규제’는 윤석열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반도체 인력 양성 역량이 되는 ‘모든’ 대학에 규제를 완화해 정원 증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 경우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의 정원 증원이 집중될 것이란 지역과 지역 대학의 우려가 함께 폭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대학의 정원 감축 정책에 의해 전국의 대학들이 정원을 줄여왔음에도 서울 지역은 예외 없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모집인원은 10만 1903명이 줄어든 57만 9314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2.1%였지만 올해는 87.6%로 낮아졌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서울지역 일반 대학의 경우 모집인원이 증가했다. 정원외 모집인원 뿐 아니라 정원내 인원도 늘었다. 2012년 서울 지역 일반대 45개교의 모집인원은 8만 4578명인 반면, 올해는 8만 7072명으로 2494명이 늘었다. 서동용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통이 사실상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지방대학 시대’를 천명한 만큼 전체 대학의 반도체·첨단학과 정원 증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수도권 지역과 지역 대학과의 온도차이도 여기서 발생한다.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지역불균형 해결을 위해 서울·수도권 지역의 정원을 선제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고등교육 전문가는 “수도권 지역의 정원을 늘리면 지방의 정원을 늘려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에 재정만 좀 더 투입한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는 반도체 학과를 포함한 첨단학과 정원 증원 계획을 원래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규제개선위원회에서 정원 규제에 대한 현안을 논의할 계획인 만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정부 기조의 변화가 뒤따를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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