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웅 동원대 교수(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이호웅 동원대 교수(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이호웅 동원대 교수(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대학 현장은 각종 평가 업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가 준비로 대학은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마침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대학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는 정부의 발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문대학과 관련한 기관 단위의 평가는 크게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과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있다. 이 두 개의 평가는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동일 평가대상, 유사 평가지표로 평가해 중복평가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2021년)과 기관평가인증 평가항목을 비교하면 발전계획, 대학운영의 책무성, 교육과정 운영 및 산학협력, 학생지원과 교육성과 전반에 걸쳐 평가지표의 75%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기관평가인증은 결과 활용과 관련해 그 결과를 정부의 행·재정 지원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 등))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의 기본 개념은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교육수요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산업체,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증하고 이를 위해 제3자인 인정기관이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은 교육부로부터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을 수행하는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아 1주기(2011~2015)와 2주기(2016~2020), 3주기(2021~2025)에 걸쳐 전문대학의 교육과 연구, 조직과 운영, 시설과 설비 등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인증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기관평가인증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총 133개교 전문대학 중 130개교(97.7%)가 심사를 완료했으며, 122개교(91.7%)가 기관평가인증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전문대학이 기관평가인증 심사를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춤으로써 직업교육의 질에 대해 사회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관평가인증이 전문대학의 책무성과 교육의 질, 대학운영과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학사관리, 전공교육, 학생지원, 교수학습지원, 교육성과와 교육과정의 질 보장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량지표인 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비율, 교직원 인건비, 교육비 환원율, 실험실습비, 교사확보율 등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기관평가인증이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5년의 인증기간 동안 중간평가 개념의 사후점검(한국대학평가원 모니터링)을 실시해 대학교육의 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전문대학은 입학자원의 감소,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 등 어려워진 재정여건 속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교육보다 사업계획서 작성 등 평가 준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불필요한 행정력 소모를 줄이고 기관평가인증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교육부는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의 순기능을 살려 4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대신 기관평가인증 결과를 활용하고 이를 인정해 대학의 평가업무를 덜어줌으로써 대학이 교육 본연의 목적인 학생을 잘 가르치고 취업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은 대학 재정의 어려운 실정을 고려해 평가수수료(11%)를 완화한 바 있다. 4주기 기관평가인증에서는 결과 활용과 함께 평가위원 수 확대 등 평가의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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