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준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장호준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장호준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인구 감소, 대학구조개혁, 반값 등록금 정책 등의 여파로 많은 대학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온 지 오래다. 수도권 과밀화 등으로 인해 지방 소재 대학들이 겪는 어려움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당분간 어떻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 정부의 획기적인 대학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많은 대학이 벚꽃 지듯이 한꺼번에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최근 대학 위기 극복과 혁신의 매개로 ‘평생교육’이 자주 거론된다. 가깝게는 지난달 ‘대학과 평생교육, 만나야 산다’는 제하의 국회토론회가 열렸으며, ‘평생학습을 통해 대학교육의 혁신과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도 잇달아 열렸다.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는 관심사는 대학을 성인학습자 친화적인 교육기관으로 재구조화하고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융합을 통해 미래사회 발전의 동력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과 노동시장의 재편성, 기술과 지식의 유효기간 단축 등 일련의 사회변화 과정을 고려하면 아쉽게도 조금은 뒤늦은 그러나 여전히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대학 진학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5.31 교육개혁의 후속 조치로 재직자 특별 전형, 학점은행제, 시간제 등록제 등 대학 내 평생교육 제도화의 여지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대학 외진 곳을 겉돌았을 뿐, 제도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학령인구 대상의 학부와 연구 기능의 대학원 두 축으로 운영되는 대학의 제도적 관성이 워낙 컸던 탓이다. 대학의 평생교육 강화사업은 2006년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맞물려 다시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2008년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을 시작으로 ‘선취업·후진학 지원시스템 구축사업’(2012),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2016) 등을 거쳐 2017년에는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 라이프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 다년도(4년) 사업으로 재편된 라이프 사업은 현재 30개 대학이 참여 중이며 2023년 34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에 대한 대학의 호응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성인학습자의 특징, 지역별 인구 및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지만, 지원사업의 성격과 관련된 한정된 지원 방식도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지원사업은 일종의 특수목적사업이어서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기존의 인적, 물적 자원에 또 다른 역할과 기능을 부가하는 셈이 된다. 그 사업의 성격상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거나 특정 부문을 배타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수행해야 해서 불필요한 학내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원 기간 종료 후 신설 조직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몇몇 대학의 관계자들이 멈칫하는 지점이다.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자생 가능성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대학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와 ‘선취업후진학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세 가지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태생이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이라 일반대학과 차이는 있으나 어찌 보면 당시 그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라이프사업의 전신인 셈이다. 방송대는 그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해 전담기관으로 새로운 교육조직 프라임칼리지를 신설해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을 운영하고 강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원사업 종료 후 프라임칼리지의 자생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고등평생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만남 시도를 보며 기쁜 마음과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평생교육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고등평생교육의 담론과 실천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보다도 정부의 과감하고 ‘통 큰 지원’이 필수적이다. 때마침 지난 8월말 발표된 교육부의 2023년 예산편성안에 평생교육 및 직업역량 개발 부문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가칭)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다시 한번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점도 있다. 방점으로 연결된 ‘고등’과 ‘평생’의 관계, 즉 대학과 평생교육의 만남을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관점에 따라서는 대학교육이 평생교육의 한 단계가 될 수 있다. 평생교육의 영역을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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