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근 경희사이버대 명예교수(한국환경공단 ESG위원장, 한국ESG학회 부회장)

임정근 경희사이버대 명예교수
임정근 경희사이버대 명예교수

ESG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그동안에도 기후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계속됐고 곳곳에서 점점 더 많은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해결이라는 ESG의 핵심 목표에 대한 이해는 미흡하고 개중에는 ESG가 새로운 돈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정말” 돈벌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정도의 설익고 미흡한 ESG 논의와 피상적인 활동만으로는 기후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상당수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최근의 그린워싱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거짓 지속가능경영, 점수 따기 ESG경영을 내세우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학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곳곳에서 기후변화와 ESG 관련 학과나 전공이 개설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뜻있는 대학들이 ESG를 내재화하는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며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속가능한 미래와 ESG의 실천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은 ESG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ESG는 보완할 요소가 많지만 생태파괴와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데 실효적인 경제 규범이다. 이 규범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매우 힘든 일이며 때로는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일부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벌써 “안티 ESG”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업체인 스트라이브자산운용은 안티 ESG 펀드인 ‘스트라이브US에너지’를 출시하는 등 ESG를 이행하는 기업에 반대하는 투자를 하고 있고, 텍사스 주와 플로리다 주는 ESG 관련 투자 회사를 보이콧하거나 공적 연금 운용에서 ESG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ESG 흔들기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와 ESG경영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입증하고 기후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수익 지상주의 경제로의 회귀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둘째, ESG가 기업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ESG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져다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학은 이러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 ESG의 가치라는 바다 속에서 기업이 번영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은 기업에게 “ESG를 놓지 말라! ESG경영이 기업을 살린다!”라는 입증된 믿음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대학 스스로 ESG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ESG의 가치와 실천이 결코 투자시장이나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야말로 ESG의 가치를 교육, 연구, 행정에 내재화하고 학생을 비롯한 구성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학제를 뛰어넘는 융합적 사고와 진지한 토론을 통해 기후, 생태, 인권, 사회적 가치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대학은 젊은이들의 미래가 탄생하는 곳이며 지식을 바탕으로 전진하는 실천의 마당이다. MZ세대 중 Z세대들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 아닌가? 이들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ESG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시점이 기후위기의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다. 대학은 소비와 성장으로 망가진 과거를 물리치고, 밝고 맑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젊은이들의 실천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최근 이러한 역할을 지향하는 대학들의 움직임은 매우 소중한 것이며,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절박한 기후위기 앞에서 한숨과 탄식을 접고 이제 대학이 응답할 때가 되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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