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이 창간 34주년을 맞이했다. “자원빈곤 국가가 발전할 유일한 방법은 인적자원개발이라 생각해 세계 속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고등교육 종합전문지를 창간했다”고 밝힌 홍남석 전 대표이사(창업자)의 말처럼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은 더해만 가고 본지는 여전히 ‘고등교육 종합전문지’로서의 외길을 우직스럽게 걷고 있다.

지난 34년 동안 본지가 걸어온 길은 ‘꽃길’이라기보다는 ‘가시밭길’로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재정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대학관련 언론을 한다는 말에 여기저기에서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대꾸도 않고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묵묵히 한 길 만을 걸어갔다.

본지는 대학발전에 필요한 아젠다 셋팅은 물론 각종 규제사항 철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각 시대마다 대학사회가 지향해야 할 이정표를 꾸준히 제시해왔다.

창간 이듬해인 1989년 대학가가 이데올로기 혼란으로 몸살을 앓을 때 본지는 ‘사회주의 바로 알기’ 운동을 전개했다. 미소 냉전 체제가 해체되면서 공고했던 ‘반공주의’에 대한 반발이 역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전환되던 시절이다. 일부 학생은 북한식 사회주의, 곧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기도 했다.

그때 본지는 “사회주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국가를 직접 방문하여 그 실상을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각 대학 신문책임자로 ‘대학신문주간교수중국방문연수단’을 조직했다. 미수교국인 ‘죽의 장막’ 중국에 교수 연수단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정보당국이 집요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본지는 대학언론 편집책임자들이 사회주의 변화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학생교육도 제대로 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들을 설득했다.

그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연수를 통해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와 ‘실제로 적용된 사회주의’의 차이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본지가 정성을 들여 추진한 대학주간 교수들의 중국연수는 대학가에 ‘사회주의 바로알기’ 움직임의 트리거(trigger)가 됐다.

이제는 ‘학생들을 보내야 한다’는 소리가 비등해졌다. 정부에서 적극 나섰다. 전국 대학 총학생회 간부 대상으로 ‘연수단’이 꾸려졌다. 당시 개혁 열풍에 휩싸인 소련, 중국,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와 베트남 등에 학생들을 보냈다. 이 연수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한국 대학을 휩쓸었던 맹목적 사회주의 신봉 움직임은 많이 잦아들었다.

이데올로기 영향이 퇴조하면서 대학가에는 자유화, 서구화 열풍이 넘쳐났다. 본지는 개인주의와 외래문화 숭상 풍조가 만연한 대학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1990년대 초부터 ‘외국산 담배 추방운동’을 전개하여 캠퍼스에서 외산 담배를 몰아내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윤동주 서거 50주년을 맞이하여 50여 명의 교수, 학생, 예술인으로 윤동주기념사업단을 구성하여 시인이 옥사한 후쿠오카 형무소에 보내 추모위령제를 드렸다. 시인의 모교인 교토의 도시샤대학을 방문하여 시비건립을 추진했고 윤동주문학심포지엄을 열었다. 본지가 후쿠오카에서 거행한 윤동주시인추모기념사업은 이후 국내외에서 거행된 후속 사업의 발화점이 됐다.

본지는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 내 정보화 환경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최초의 인터넷 뉴스 키오스크(In-Ki)를 개발하여 전국 64개 대학에 총 680여대를 보급해 학생들이 인터넷 기반 미디어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선도했다. 또한 대학 내 현수막·벽보·게시물을 첨단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클린&정보화캠퍼스’ 운동을 전파하여 캠퍼스 환경 개선은 물론 학내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기여해 왔다.

창간 34주년을 맞이하는 2022년은 엔데믹과 더불어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이다. 교육분야에서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등 지능정보기술이 서로 융합하면서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는 AI, 메타버스로 통칭되는 미래혁신 기술의 주요 키워드가 교육에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요즈음 ESG가 강조되는 시대다. 기업에서는 이미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일부 국내대학에서 지난 해부터 커리큘럼에 ESG를 도입하여 전문가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대학 ESG경영은 초보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ESG경영은 기업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학이 나아갈 방향이다. 본지는 ESG경영이 대학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취재는 물론 캠페인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다.

지난 34년은 본지가 대학과 함께 고등교육 발전에 전력을 기울여 달려온 시간이다. 앞으로도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지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전국 대학인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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