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미국의 화가이자 영화 프로듀서로 팝아트의 거장인 ‘앤디 워홀’은 “시간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사실 당신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작금의 우리 대학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계원의 공간에서 평범하지 않은, 남들이 갖지 않은 특별한 예술·디자인 재능을 가진 우리 학생들을 오랜 기간 가르치며 10여 년 동안 보직 교수로 재직하다, 총장이 된 저로서는 지난 10여 년은 변화하길 바라며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다.

지난달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이주호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었을 때, 우리 대학과 관련된 몇 가지 키워드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중에 필자에게 피부로 와닿았던 이 후보자의 교육정책과 그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보고자 한다.

이 후보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대학구조개혁 정책 및 다양한 정부의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 스스로 고이지 않는 물이 되도록 흔들어 깨우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는 1,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평가의 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대학이 갖춰야 할 중요한 부분과 우리 대학이 개선돼야 할 부분을 고민해 보는 계기를 가지며,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는 재진입에 성공했다.

혹자들은 이후 정권을 지나 지금까지 진행되는 일련의 대학구조정책에 대해 비판했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기준에 의한 일률적인 평가, 수도권과 지방 소재에 대한 사회경제적 격차 문제 적용 소홀 또는 수도권 역차별 문제, 교육부 주도의 몇 가지 평가의 중복적·주기적 평가에 의한 대학의 본질적인 역할 즉,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들은 평가주기를 거듭하면서 다소 해결되고 있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최소한의 기본역량을 갖추고 그 위에 각 대학만의 강점과 실력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이번 정권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대학의 자율과 혁신의 변화를 가지고 올 거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학혁신사업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어 생기있게 숨 쉬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경쟁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라고 교육계에 도전을 던져 왔던 말에 주목하게 된다. 즉, 학습자 요구에 맞춘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의 정책 방향은, 우리 대학과 같이 타이틀이 뚜렷한 대학에 더욱 필요하다. 향후 AI 기술에 의해 모든 학생 개인을 위한 맞춤교육으로 변화될 것으로 짐작해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계원예술대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창조적인 생각과 예술적인 표현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다. 평범하지 않고 독특하거나 여러 부문에서 비범함이 느껴지는 학생들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획일적인 교육보다 그들에게 맞는 교육과정과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 또한 특성화 교육을 통해 학생들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키워내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술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라는 발터 그로피우스의 말과 같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특화교육을 실현해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이번 정권에서 계획하는 학습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체제에 대한 메시지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선에서 그가 교육부 장관으로 앞으로 펼쳐나갈 정책들을 기대한다.

이 후보자는 지난 9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직접 교육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했으며 한걸음 먼저 걸어가기 위해 준비해 온 인물인 것 같다. 그가 속한 공동체의 활동들을 통해 이러한 점을 알 수 있다. 그는 여전히 교육을 사랑하고 개척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와 대한민국의 교육을 고민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난제들이 많다. 첨예한, 이전보다 더욱 복잡한 이해관계와 정책들이 존재한다. 그가 경험했던 치열한 고민과 현장의 소리가 지혜의 밑거름이 되어 대한민국의 교육에 필요한 정책들이 바로 세워지고 대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펼쳐지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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