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국정감사 발표에서 작은도서관의 운영 문제가 올해도 불거졌다. 2021년 기준, 전국 작은도서관 6448개 관의 운영 평가에서 절반 정도가 D와 F 등급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출 도서가 연간 10권 이하인 곳(24%)은 폐관 절차를 밟아야 할 지경이었다.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하고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상근자나 시간제 직원이 없는 곳이 2316개 관(36%)이고 사서가 없는 곳도 5722개 관(89%)이었다. 작은도서관 업무를 지원할 최소한의 사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운영의 대부분을 맡은 자원활동가를 위한 교육마저 미흡했던 것이 부실을 키운 빈틈이었다.

작은도서관 중에서 공립작은도서관은 구·군이 설립하고 사서가 배치되어 운영하므로 대체로 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에 민간단체나 개인이 설립한 사립작은도서관은 회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재정이 열악해 사서를 거의 배치하지 않았다. 특히 주택건설법에 따라 300세대에서 500세대 주택 건립 시에 생긴 도서관은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에 의존했다. 도서 구입비나 프로그램지원비를 받기 위한 제안서를 만들 직원이 없고, 선정되더라도 운영 인력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이에 도서관을 관할하는 지자체 담당 부서가 도서관 종사자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자주 바뀌는 자원활동가와 오랫동안 활동하는 인력의 직무역량 교육을 제공할 교육지원 체계가 부족했다.

교육 실시는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좌우됐고 종사자는 소속 지역에 따라 교육 기회마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교육 수준은 도서관의 기본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해 교육 시간이 짧고 교육 내용은 자원활동가의 의식을 제고하거나 단순 업무를 다뤘다. 일회성 단기 교육 이수자가 도서관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를 위한 심화 교육도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되지 않아 폭넓은 서비스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교육 실시가 주간에 이뤄져 운영자들은 수강하고 싶어도 도서관 문을 닫고 갈 수 없어 포기했다. 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이 최소한의 기본교육 기회조차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들을 위해 대학의 한 평생교육원에서 작은도서관 운영 강좌를 무료로 개설한 것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의 인재평생교육진흥원과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연계해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자격강좌를 기획했다. 지역의 각급 공공도서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기본교육과 심화 교육 범위까지 포괄해 도서관 업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설계했다. 야간강좌의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강의를 맡았던 필자가 교육참여자의 수강 동기를 파악해 봤다. 작은도서관의 실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가장 많은 학습자가 도서관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재능과 여가를 기부하는 자원활동가였고 도서관 업무를 배워서 봉사하려 했다. 우리나라의 공적·제도적 힘이 미치지 못하는 업무영역을 보완하는 지역사회의 소중한 인적자원이었다. 또한 전국의 작은도서관을 움직이는 주체 세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많이 참여한 학습자는 작은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에서 기간제나 시간제로 보수를 받고 근무하는 직원들이었다. 계약기간에 따라 다른 도서관으로 옮겨 다니는 학습자들은 매번 채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장 근무 경력을 쌓거나 평생교육기관에서 자격강좌를 이수해 자신의 이력을 갱신해야 했다. 자원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정부나 기관의 손길이 미치는 못하는 인력 부재 현장의 틈새를 채우는 인력 풀이었다. 이들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자기 일을 찾아 일선에 나선 경력 단절 여성이거나 퇴직자들이었다.

이와 같은 성인 학습자가 직면한 다양한 학습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다. 도서관 업무를 배운 적이 없는 문해인에게 단계적으로 도서관 교육을 지원하거나 지속해서 일자리를 이어가는 종사자에게 직무역량을 향상하는 교육은 재직자 교육만큼이나 지역사회의 인적 자원화를 위해 시급한 교육이다. 대학의 우수한 자원을 토대로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평생교육을 보완하고 인력 양성에 필요한 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 지역사회 대학으로서의 책무이자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개설한 작은도서관 종사자를 위한 강좌는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도서관 부실의 빈틈을 채우는 하나의 인력 지원책이 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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