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신안산대 시작으로 1년 사이 전문대·일반대 4개교에서 야구팀 창단 이뤄져
대학 야구단 창단 열기 호재 불구…한국대학야구연맹, 심판 배정 개입·편입 비리 등 ‘삐걱’
고교야구에 비해 대중들의 관심 떨어져, 부족한 훈련 공간·시간으로 현장 불만도 쌓여가
최준상 한국대학야구연맹 신임 회장, “과거의 잘못 개선해 신뢰 쌓고 대학야구 관심 높이겠다”

지난 8월 열린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지난 8월 열린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대학가에 야구단 창단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야구단 창단을 선언한 신안산대를 시작으로 7월 대덕대, 9월에는 웅지세무대와 김천대까지 1년 사이에 4개 대학에서 야구팀 창단이 이뤄졌다. 특히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과 협약을 맺어 프로야구 단장 및 감독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들에게 선수 지도를 맡긴 웅지세무대와 해태 타이거즈에서 투수로 5번의 우승을 경험했던 강태원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한 신안산대 등 대학가에서는 야구단 창단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얼리드래프트 도입으로 대학진학 고려하는 학생선수 증가세 ‘기대’ = 이 같은 대학의 야구단 창단 ‘붐’에는 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얼리드래프트(조기 지명) 제도’의 도입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존에는 프로야구단이 대학야구 선수를 지명하려면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 선수만 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리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 2학년 학생들도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얼리드래프트 도입은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여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학야구계가 이전부터 한국야구위원회에 끊임없이 요청했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이전부터 2년제라는 강점을 갖고 대학야구 선수 모집을 이어오던 전문대학가도 대학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 찬성했던 제도였다. 실제로 지난 9월 15일 열렸던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제도를 통해 김유성 고려대 투수, 김건이 강릉영동대 포수 등이 혜택을 받아 2학년을 마치고 바로 프로야구단에 지명됐다.

대학 진학 시 재지명을 노리기까지 4년을 기다려야해 대학 진학에 망설였던 고교 미지명 선수들의 활로가 뚫렸음은 덤이다. 이전에는 고교 시절 지명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제도 개선으로 2년 안에 재지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대학에 진학하는 야구 선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대학야구계와 대학의 기대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 대학야구 선수는 “얼리 드래프트 도입으로 2년 안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신입생들이 좋아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대학에 진학하는 선수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수를 위한 제도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고천봉 전임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 횡령과 배임 등 논란 도마 위…뒷걸음질하는 대학야구 = 현재 대학야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산하 한국대학야구연맹(이하 연맹)에서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야구단 창단 열기와 제도 개편 등 대학야구계의 연이은 호재에도 연맹은 이전까지 다수의 ‘실책’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해왔다. 연맹은 2019년 선수등록회비 미납을 이유로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사례가 있으며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늦게 시작한 대학야구 리그의 경기별 스코어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경기 기록지 업데이트도 미루는 등 대학야구를 관장하는 기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뒷걸음질했다.

심지어 2020년부터 연맹 회장 직을 맡았던 고천봉 전임 회장은 취임 당시 “대학야구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임 기간 내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고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으로 검찰 조사 대상에 이름이 올랐으며 연맹 사무처장도 대학야구 대회 판정 조작과 편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가 징계 무효 결정으로 다시 복귀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무처장에게 연맹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여하는 일도 벌어지며 전임 회장이 대학야구는 신경쓰지 않고 제 식구 살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세간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연맹의 일처리에 보다 못한 대학야구 감독들이 움직여 연맹 회장의 사퇴를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결국 감독들은 한국대학야구감독자협의회를 통해 “연맹의 이런 행태는 대학야구 학생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 연맹에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의원을 소집, 회장 및 전 임원들과 위원들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상정했다. 잇달은 퇴진 요구에 지난 5월 고 씨는 사임 의사를 밝히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지난 8월 열린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의 정규야구장 사이 공간의 모습. 야구 장비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모습이다. (사진=김한울 기자)
​지난 8월 열린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의 정규야구장 사이 공간의 모습. 야구 장비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모습이다. (사진=김한울 기자)

■ 열악한 환경과 대중들의 무관심···“선수로서 자부심 느끼기 어려워” = 연맹의 안일한 일처리가 지난 몇 년간 이어지자 대학야구 리그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남아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뛰는 부담은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도 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횡성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대회는 정규야구장 A와 B에서 동시에 진행됐는데 두 구장에서 40개가 넘는 대학야구팀이 압축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다보니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팀과 경기에 다음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좁은 복도에서 뒤엉키는 일이 잦았다. 또한 미리 몸을 충분히 풀고 들어가야 하는 스포츠 특성상 충분한 연습공간도 마련돼야 했지만 시설과 기반이 부족해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이 경기 밖 도로 변에서 급하게 몸을 푸는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됐다.

대중들의 무관심도 대학야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프로야구의 고졸 출신 선호가 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투자도 이뤄지는 고교야구에 비해 대학야구는 ‘잊혀진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9월 1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2 KUSF 대학야구 U-리그 THE FINALS’는 서울이라는 위치와 올해 대학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왕중왕전이라는 특색과 무료 입장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각 대학의 관계자나 선수 학부모 외에는 관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이에 수도권 대학 야구팀에 소속된 한 대학야구 선수는 “대학을 다니며 야구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만 관중 없는 경기를 계속 하다보면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기 어려워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우리 선수들은 한 경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그 열정을 알아달라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응원하는 관중과 팬이 많아진다면 선수로서 더욱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상 한국대학야구연맹 신임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최준상 한국대학야구연맹 신임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준상 신임 연맹 회장, “대학야구 다시 살려내겠다” = 어려움 속에서 지난 7월 고 씨의 불명예 퇴진으로 진행된 연맹 회장 보궐선거에서 최준상 신임 회장이 당선되면서 연맹은 지난 과오에서 거듭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벌어졌던 연맹의 거듭된 파행에 대해 회장으로서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지금부터라도 대학야구를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야구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연맹이 대학야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수와 감독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뢰받는 연맹이 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기울이는 회장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그는 내년 대학야구 대회 및 리그준비와 더불어 연맹의 정상 운영을 위해 부회장 및 이사들을 비롯해 임원 선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전 연맹이 보여줬던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내년부터 이어질 새로운 대학야구를 위해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 선정부터 진행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 지자체와 협의해 충분한 연습공간을 확보,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학가에서 야구단 창단 열풍에 대해서도 내년 대학야구 리그에 새롭게 합류할 야구팀을 신중히 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대학이 나서서 야구단을 창단해 아마야구 발전을 이뤄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창단을 선언하고 금방 없어졌던 대학 야구단도 있었던 만큼 쏟아지는 대학 야구단 창단 속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대학을 선정해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함께 고려하는 연맹이 되겠다”고 밝혔다. 

■ ‘선수 학사관리 유연성 보장’, ‘대회 TV 생중계 진행’ 등 아이디어 제시 = 대학야구 선수들의 충분한 훈련시간과 원활한 경기시간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목소리를 냈다. 대학 내 선수들의 수업시간과 학사관리가 유동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실제로 대학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학사관리가 유연하게 운영되지 않아 수업을 마친 후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전체 연습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이며 이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쌓여있는 게 대학 야구의 현주소다. 고정식 중앙대 야구부 감독도 “팀 일정에 모든 선수를 고려하긴 힘들다. 훈련이 이어지다보면 수업으로 인해 빠지거나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단 관리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 고취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가령, 이전 대회부터 간간히 이뤄졌던 실시간 중계를 발전시켜 TV 생중계를 진행하거나,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단과 협의해 대학야구 대회 결승을 프로야구장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 열렸던 ‘2022 KUSF 대학야구 U-리그 THE FINALS’ 대회를 찾아 문제점을 직접 확인한 최 회장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대학야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장기적으로 5년, 10년 후에는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대학야구를 만드는 것이 연맹 회장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라며 “대학야구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대학야구인을 도와주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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