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타시도교육청이 대구교육청의 IB 교육 도입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2019년 7월 IB DP 한국어화 추진을 위해 IB본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IB 프로그램을 도입해 약 3년 만에 IB 월드스쿨 10교, 후보 15교, 관심 2교 등을 운영하며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대구교육에 IB 교육을 도입한 바탕에는 강은희 교육감의 역할이 컸다. 2017년 교육감 출마때부터 IB 교육 도입을 제안했던 강은희 교육감은 IB 교육 도입을 ‘공교육의 양적 확대 이후 최초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우리 근대 교육사의 역사적 사건’이라 칭한다. 강은희 교육감에게 IB 교육을 도입하게 된 계기와 운영 현황, IB 교육이 대한민국 미래교육에 주는 시사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1. 처음에 IB 교육 도입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미래사회에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나가야 하는데, 몇 년간의 지속적인 교실수업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다형 중심의 평가방법으로는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2017년부터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IB 프로그램에 주목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개편되었지만 그 실천 방안이 구체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 IB는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인 실천 체계를 제시합니다. 이에 IB가 우리의 국가 교육과정을 제대로 구현할 도구이자, 실현 가능성을 높일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모여 도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2. 대구의 IB 학교 운영 현황이 궁금하다.
“지난 2019년 7월 IB DP 한국어화 추진을 위해 IB 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약 3년 만에 대구에서는 IB 월드스쿨 10교, 후보 15교, 관심 2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27개 IB 학교뿐만 아니라 IB의 교육철학을 학습하는 61개 대구형 IB 기초학교가 별도 운영되고 있어 현재 대구에서는 88개의 초·중·고에서 IB 수업이 실제 운영되거나 IB를 배우고 있습니다.”

Q3. IB 기초, 관심, 후보, 인증 학교의 각 단계는 어떻게 다른가.
“IB 기초학교는 대구교육청에서 자체 운영하는 학교로 IB 철학에 대한 이해도 제고 및 수업-평가 실행력 강화를 위해 학교 내 전문학습공동체와 학교 간 권역별 협의체 등으로 운영됩니다.

IB 관심학교는 IB 철학을 공유하고 IB 프레임워크 이해를 통해 프로그램 실행을 준비하는 학교이며, IB 후보학교는 IB 철학을 반영한 학교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IB 프레임워크를 연계한 교육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IB 인증학교는 주체적으로 IB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학교로 세계 IB 월드스쿨 네트워크 활동, 교사 간 Job-Alike를 통해 실천력을 강화하며, 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4~5년 주기로 재인증 심사를 받습니다.”

Q4. IB 도입 후 실제 운영을 해보니,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볼 수 있었나.
“가장 큰 변화는 ‘정해진 정답 찾기’ 교육에서 탈피한 교실 수업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끄집어내어 창조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며 수업에 대해 주도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탐구를 실천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 함양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실 수업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원들 또한 이러한 학습자를 돕기 위해 수업에 대해 혼자 고민하지 않고 동료교사와 함께 개념기반 탐구수업을 설계하고 수업과 평가 일체화 실현을 위해 협업하는 등 집단 지성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학교문화 정착에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가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협의함으로써 수업중심 학교문화 정착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Q5. IB 교육의 특성상 능동적 학습, 연구 능력, 자료 조사 등 다뤄야 할 부분이 많다. 학생들 입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는 게 좋을까. 교사의 입장에서도 개별 학생들의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하도록 어떻게 수업하는지 궁금하다.
“IB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만큼 생각하는 힘, 다시 말해 사고방식을 개발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학습접근방법(Approaches to learning, ATL)’을 제시하고 수업 시간에 충분히 연습할 수 있게 합니다. 학습접근방법에는 사고기능, 의사소통기능, 대인관계기능, 자기관리기능, 조사기능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 다섯 가지 기능을 기르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탐구프로그램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 차시 수업을 설계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다섯 가지 학습접근 방법을 골고루 다루게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IB의 모든 과목과 교육활동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게 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기능을 더 잘 키울 수 있을지 명시적으로 교사들이 지도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IB 교육이 추구하는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도 ‘교수접근방법(Approaches to teaching, ATT)’을 제공합니다. 탐구에 기반 할 것, 개념적 이해를 강조할 것, 지역과 세계적 맥락에 연결할 것, 협력을 강조할 것, 모든 학습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차별화할 것, 평가를 활용한 교수를 할 것 등 총 여섯 가지의 교수법을 선생님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특히, 탐구-행동-성찰로 연결되는 탐구학습 모델에 따라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시해줍니다. 이러한 교수법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계별 교사 연수(워크숍)와 교사 간 네트워크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Q6. IB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쌍방향, 능동적 학습이 키워드일 것 같은데 어떤가. IB 교육을 위해 교사들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워왔나.
“IB에서는 학습에서 학생의 주도적 역할을 매우 강조하지만,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학생을 지원하고 이끌어가는 교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시합니다.

IB에서는 ‘학습’이라는 것을 의미 있는 상황 속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학생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학생과 교사 간, 학생과 학생 간에 수준 높은 상호작용을 하도록 강조합니다.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끔 교사들의 지속적인 전문성 신장이 중요합니다. 

우리교육청에서는 IB 학교의 교사들에게 기초-실전-심화 단계로 세분화하여 맞춤형 연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IB 본부와도 협업하여 학교급별, 과목별로 워크숍을 매학기마다 진행하고, IBO의 카테고리(category)1,2,3 연수도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IB 교원 연구회와 현장지원단을 구성하여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IB 디플로마 평가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를 공식적으로 채점하는 IB 채점관 연수에도 우리교육청의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하셨고, 현재 채점관으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Q7. IB 교육은 교사들이 개별 학생에게 피드백을 많이 해줘야 하기 때문에 행정 업무 경감이 불가피할 것 같다.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해 어떤 지원이 이뤄지나. 
“IB 실행을 위한 업무지원을 위해 IB 코디네이터 교사 1명 증원 및 보직교사 증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실무원 1명을 추가 배치를 하고 있습니다. IB 교육에는 사서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1명씩은 꼭 배치하여 도서관 연계 탐구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적인 탐구활동을 위해 학생1인 1스마트기기를 우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학생 성장을 위한 개별화 피드백이 강조되므로 학급당 학생 수도 가급적 25명 이하로 적정 유지하도록 하고, 학교 필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자율적으로 선택과 집중하도록 합니다.

업무 경감 노력과는 별개로 공립교사의 경우 IB 학교에서 학생지도를 희망할 경우 최대 3년까지 유예를 허용해주고 초빙교사 제도도 적극 활용해 IB를 희망하는 교사가 IB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Q8. IB 교육을 귀족교육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어떤 말씀을 들려주고 싶나.
“대구교육청은 IB DP 한국어화 추진을 통해 공교육에서 IB를 언어 제약 없이 운영합니다. 현재 IB DP 월드스쿨 3교(경대사대부고, 대구외고, 포산고) 중 2교(경대사대부고, 포산고)는 일반고입니다. MYP(중), PYP(초) 모두 일반 학교로서 배움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IB를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추가비용 없이 참여할 수 있고, 교육환경 열악지역에 IB를 적극 도입해 교육격차가 해소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사회적 취약 계층이 대다수인 공립학교에서 IB DP를 운영하여 공교육의 질이 개선된 많은 사례를 볼 때, 대구 IB는 공교육 질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9. IB DP는 학문적으로 도전적이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모든 학생이 DP를 이수할 수 있는지.
“IB DP는 수업과 평가 방식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고, 교육 내용의 깊이가 깊고 범위가 넓다는 특징이 있어 아마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IB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에서 자기주도적 탐구학습에 관심이 있고 잘 맞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IB 운영 고등학교에 진학을 고려해 보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IB DP를 선택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학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IB DP는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이라 본격적인 DP 과정을 시작하기 전인 1학년 과정에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공통과목을 수강하면서 동시에 DP 준비를 합니다.

방과후 시간 또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학문적 글쓰기, 영어 회화 및 영어 글쓰기, 공학용 계산기 사용, 과학 용어 및 실험기기 사용, 연극체험 등의 다양한 DP 준비과정(Pre-DP)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본격적인 DP 과정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고 2~3학년 DP 과정에서 교과별 선생님들께서 학생의 과제와 평가에 일일이 개별 피드백을 꼼꼼하게 주시면서 학생의 성장을 돕고, 최종 디플로마 획득을 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결국 학생들은 도전할 만한 수준의 어려운 과제들을 해내면서 더 크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 IB DP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6개월 만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일반 학생들도 충분히 잘 적응하여 DP를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Q10. IB DP의 경우 IB 과목들이 현 생기부 체제에서는 A,B,C 3단계의 절대평가로 기록되는 진로선택과목이라 9등급 상대평가체제에 비해 대입에서 변별력이 떨어질 것 같은데, IB 학생들은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어떻게 변별력을 제시할 수 있나.
“IB DP는 역량 중심 교육 및 논·서술형 평가 체제로, 개념 중심의 깊이 있는 탐구기반 학습, 다양한 글쓰기 활동, 도전적이고도 깊이 있는 학문에의 탐구 등 광범위하면서도 균형 잡힌 교육적 경험을 바탕으로 IB 이수학생들은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측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등학교 기간 중 진로를 위한 노력 과정과 결과, 대학 진학 후 학문 및 비학문 학습과의 만남을 통한 학생의 발전 정도, 타인 또는 사회와의 관계성이 중요한 평가 포인트로 반영됩니다. 이는 학생들의 고교 이력이 담긴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체험활동과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된 내용이 주된 평가요소로 작용함을 의미합니다.

IB 학생들은 개념 중심의 깊이 있는 탐구 학습과 평가 과정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호 존중을 체득합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도 석차등급만으로 IB 프로그램의 학습 가치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성평가를 통해 IB 학생들의 경쟁력은 충분히 진가를 발휘할 것입니다.”

Q11. 타 시도교육청에서 대구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먼저 시작한 경험자로서, IB 도입 여부를 망설이는 타  시도교육청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 
“IB 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하기에 앞서 토론회 등 범시민적 차원의 IB 도입에 대한 교육주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협력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주체 모두가 동참하여, IB 프로그램의 공교육 도입, 학생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강화 등 다양한 주제들을 함께 소통하며 공감대를 확보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IB DP 프로그램의 한국어화는 DP를 운영하는 학교의 소수 학생만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의 혁신을 통해 공교육 내 모든 학생에게 교육적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IB 교육이 대한민국 미래교육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IB 도입은 공교육의 양적 확대 이후 최초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우리 근대 교육사의 역사적 사건입니다. 집어넣기만 하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까지 평가하는 IB는 교과서의 생각, 저자의 생각을 넘어 ‘내 생각’을 기를 수 있는 교육입니다.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이어진 객관식 상대 평가 위주의 대입시험에 근대 교육사 최초로 전 과목 논서술 대입 시험이 도입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또 IB DP의 한국어화는 단순히 시험 문제를 번역하는 것을 넘어 교원 연수, 채점관 양성, 학문적 정직성을 포함한 엄정한 시험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과 교사와 학생의 역량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IB 교육의 가장 큰 효과는 시대적 역량을 기르면서도, 공교육 교실의 아이들을 깨어나게 만드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그 시사점이 있습니다. IB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적이며 주도적인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그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